글로벌 시대의 문화번역 - 젠더, 인종, 계층의 경계를 넘어, 문화현장총서
김현미 지음 / 또하나의문화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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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우리 사회에서 저항적 주체로서 등장한 '민중'이라는 개념은 엘리트의 구축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민중 혹은 하위 주체인 여성들이 말하기 시작할 때 곧 이들의 목소리는 억압당한다. 왜냐하면 민족, 계급, 젠더 등의 권력의 다중성과 중층성을 경험한 여성들은 일관되고 분명한 한 가지 목소리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M기업 노동자인 홍씨와 유씨의 서사에서 보여 주듯이 하위 주체의 말하기는 자체적인 모순을 가지고 있다. -145쪽

"우리 중에서 그나마 가장 젊고 대학물을 먹은(1년 중퇴) 주씨가 노조 간부로서 어떻게 회사가 우리에게 임금을 지불하지 않고 도망갔는지를 유식한 사람처럼 이야기했지요. 그 결과 아무도 우리에게 주목하지 않았어요. 우리가 외자 유치법의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우리는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없었어요. 우리가 유식하게 말하면, 사람들은 반응하지 않거든요.(홍씨)"

"이씨는 탁월한 이야기꾼이에요. 이씨가 우리 상황을 설명하는 것을 들을 때마다 알고 있는 얘기인데도 정말 감동 받으니까. 그런데 외부 사람들은 이씨가 너무 정확하대요. 그 사람들은 심지어 그 얘기가 "진심에서 나오는 말이냐"고 했어요. 어떤 사람들은 이씨가 말을 할 때마다, "그게 당신 경험에서 나오는 말이냐. 다른 사람[학생 운동가]한테 들은 걸 이야기하는 것이냐"고 질문을 해요. 우리 얘기를 하러 다닐 때마다 뭔가가 잘못되고 있음을 느껴요(유씨)."-145-1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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