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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
구병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위저드 베이커리'를 읽을 때는 잘 몰랐던 것인데, 읽는 내내 단단하고 긴 호흡의 문장들이 주는 매력에 여러번 감탄하고 부러운 마음을 가졌다.
청부살인업을 하는 60대 여성 킬러.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국내소설에서는 다소 생소한 이 캐릭터가 독특하기도 하고, 또 그 캐릭터가 분명하고 생동감이 있어 몰입되었다. 잘 만든 캐릭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조만간 영화로 제작될 것도 같은 느낌이 든다.
타인과 고립되고 단절된 삶을 살아온 냉소적인 '조각'은, 점차 나이가 들어가고 죽음을 가깝게 느끼게 되면서 연민의 감정이 깊어지는 자신이 당혹스럽다. 그리고 그렇게 허물어져가는 그녀를 향한 '투우'의 복수의 칼날.
시간이 지나면 뭉그러지고 썩어버리는 과실의 그것은, 형태와 본질을 잃어버리고 흔적으로 남는 사람들의 모습을 비유한 것 같고.
일상성과 거리가 먼 소재거리들에 대한 꼼꼼하고 세밀한 정보는, 작품을 위해 발로 뛰었을 작가의 노고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