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밤
김유진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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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숲과 강이 있는 고립된 작은 마을.  트럭을 몰며 장사를 하는 아버지는 '나'를 이곳에 떼놓고 가버린 뒤로 소식이 없고, 나는 여관에 묵으며 어탁을 그리는 '안'의 도움을 받으며 오지 않을 누군가를 그리워한다. 구유가 달린 헛간에서 태어난 '기'는 여관에서 잔심부름을하며 '떠돌이 잡종견' 같은 생활을 하고, '안'은 외톨이 같은 삶을 살면서 따뜻한 고향을 그리워 한다.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이렇다할 서사가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제대로 된 대화문 하나 없다. 치밀한 묘사와 은유적 표현들은 다분히 시적이다. 인물간의 관계, 인과관계 등에 대한 구체성이 없고 모호한 채로, 어둡고 습하고 비릿하고 안개 자욱한 모습의 이미지만이 오래 남는다.

   여러모로 불친절해서 읽기 쉬운 글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읽고 난 뒤에 긴 여운이 남는 건 왜일까. 내면에 분노가 가득찬 '기'가 소를 때리는 장면과, 방화를 지르고 도망치는 '기'와 함께 마을을 떠나는 결말이 인상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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