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을 샀어
조경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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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꾸준한 작품활동을 통해 국내 대표 여성작가로서의 입지를 확실하게 세운 그녀이기에, 새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거는 기대는 적지 않다. 

  <<풍선을 샀어>>. 제목이 풍기는 느낌처럼 가볍고 경쾌한 소설을 기대했으나 사실은 그 반대였다. 여덟 편의 단편들이 담긴 이번 소설집은, 모두 하나같이 존재감, 정체성, 두려움, 죽음 등의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다. '나를 찾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통해 자아성찰해가는 과정을, 작가는 일상적인 소재들로 가볍게 풀어내는 재주를 가졌다. 은유와 상징은 완벽에 가까울만큼 잘 들어맞고, 전체적인 구조와 구성방식은 모르긴 해도 외국소설을 많이 읽고 분석한 흔적일 것이다. 충분한 자료수집과 경험을 했을 것도 짐작케 한다. 여러모로 작가가 고심한 흔적이 그대로 느껴졌다.

  따지고보면 나무랄 데가 없는 것 같으면서도, 역시나 아쉬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하나의 독백들이 별로 마음에 와닿지 않을 뿐더러, 감정이입이 되지 않아 읽어내기 힘들었다는 것.

  작품보다 재미있는 것은 뒷부분에 달린 서평이다. 조금 비꼬아 말해서, 사실 작품보다 이 친절하고도 기나긴 서평에 더 많이 감동했다. 작품을 통해 말해져야할 것이 그러하지 못하고, 서평을 통해 숨은 면을 드러내는 것 같아 어째 지나친 듯하였다. 

  어쨌든 이 책은 그녀의 문제작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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