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방에 달빛 들면 - 조선 선비, 아내 잃고 애통한 심사를 적다
송시열.이인상 외 지음, 유미림.강여진.하승현 옮김 / 학고재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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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렸을 때부터 죽음이 뭔지도 모르면서 죽음에 대해 두려워했다.
어렸던 그 때, 우리 시골마을의 상여소리를 보리밭둑에서 눈물을 흘리며 들었다.
내가 어려서 죽음을 두려워했던 이유중에는 눈물 쏙 빼게 때리시던 어머니가
후회하게하면 안되는 것도 있었다. 또 싸웠던 아이와 화해도 하지 못한것이 걱정도 되었다.

모두 눈물때문이다.
나는 내 죽음에 대해 눈물흘리지 못할 것이므로  남들로하여금 보리밭둑에 앉아서 상여소리를 들어가며 울게해서는 안된다.

이 책은 살아남은 남편들의 슬픔에 관한 제문이다.
아내가 죽은 후에 제문을 지어바치며 당신없는 세상을 나는 어떻게 살아가겠는가,하는 사설(私說)이다.
조선시대의 수십명의 남자들이 일제히 제 슬픔을 얘기하는 것 때문에 사실 감동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한결같이 가난했고, 총명한 아내로 인해 가문이 빛났고 화목한 가정을 꾸릴 수 있었다는 얘기가
실은 부러웠는지를 내부 깊숙히 파보아야겠다.

언제가 내 어머니가 그러시길, 부모가 돌아가셔도 우는 이유는 제 슬픔에 겹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이 책을 읽으며 92%정도는 이해했다. 돌아가신 부모님께 슬픈게 아니라 부모없이 살아갈 내 자신이 슬픈 것이다. 대체로 이 책에 나온 남편들은 아내의 죽음자체보다 아내의 죽음이후를 모두 슬퍼하고 있었다.
삐딱하고 비틀린 시각으로 조선남자들을 대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것은 내가 여자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아내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조선시대의 양 전란을 겪으며 모진 삶을 산 모습을 유추해볼 수 있으며, 반가의 남녀는 안채와 사랑채에서 각자 생활하며 각이 진 절도있는 삶으로 일관했을거라는 왜곡된 시각을 비웃게 만들었다.

빈방에 달빛 들면,
괜히 쓸쓸해진다. 괘괘해진다.
하물며 아내와 함께 지냈던 방이 이제는 빈방이 되었고
그 빈방에 달빛 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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