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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어던
폴 오스터 지음,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199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은 작가인 피터가 자신의 친구 삭스의 자살을 전해듣고 왜 그가 그럴 수 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일종의 대변으로 쓴 책의 형식이다.
그의 친구 벤자민 삭스는 아주 주의깊은 지성과 놀라울만한 친화력, 그리고 자신을 향한 예리한 도덕적 기준을 가진 사람이다.
문제는 바로 그 예리한 양심이었던 것 같다.
피터의 추적을 따라가다보면 삭스는 인생을 살면서 한, 두번 중요한 판단 착오를 일으키는데, 그 이유는 삭스와 같이 날카로운 도덕기준을 가진 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서는 다른 길은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가 아니라 필연으로 그런 결말로 돌아갈 것이라고.
물론 피터의 복기대로 세상에는 기가막힌 우연들이 만들어내는 가혹한 운명들이 가득하고, 이건 어느정도 진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운명 앞에서 '살 길'을 찾는다.
삭스의 경우엔 '죽음으로' 걸어들어 간다.
이건 외부에서 오는 운명 때문에 피할 수 없었던 귀결이 아니라 그의 성품때문에 피할 수 없었던 결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삭스의 인생을 바꾼 것은 우연한 살인이나 자신이 죽인 그 남자가 바로 디마지오였던 것이 아니라 여름밤 비상계단에서 떨어진 바로 그 순간이었다.
이렇게 예리하고 여린 사람이 어쩌면 '소설'이란 장르엔 어울리는 지도 모르겠다.
오랫만에 소설을 읽어 그런가 읽으면서 계속 '이게 영화라면, 드라마라면, 사람들이 이 주인공을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됐다.
돌이켜보면 이제껏의 소설 주인공들은 다 주변인물들보다 더 예리하고, 여리고, 고민하고, 번뇌하다가, 자멸하는 그런 인물들이었는지도 모른다.
원래 그런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