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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사 산책 1 - 20세기, 유럽을 걷다
헤이르트 마크 지음, 강주헌 옮김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1년 6월
평점 :
유럽사 산책이란 제목인데 굉장히 두껍다. 게다가 1,2권으로 나뉘어 있다.
개인적으로 '유럽'이라는 카테고리는 언제나 흥미로운 대상이다.
그런데도 책을 읽는데 오랜시간이 걸렸다.
여행을 통해 유럽을 처음 접했을 때는 건축과 1학년을 갓 끝낸 시점이었는데
그때는 정말 아는 만큼만 보인다는 진리를 뼈 속 깊이 느꼈던 기억이 지금도 남아있다.
단지 리처드로저스의 로이드빌딩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오직 정보라고는 런던의 리버풀스테이션 옆에 있다는 것뿐.
막상 만났을 때 심장이 멎을정도의 만족감은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다.
건축이라는 하나의 단편적인 매개로 인해 내게 유럽은 끝이 없는 설레임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과연 유럽이라는 카테고리가 내게 단지 건축+설레임의 범위에만 머무를 수 있을까.
건축, 그 넘어 그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작은 기회를 이 책이 제공해 준 것 같다.
네덜란드에 사는 유럽피안인 저널리스트가 기획기사처럼 써 내려간 책이다.
제목 그대로 근현대 유럽사를 산책하듯이, 여행하듯이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역사적인 사실과
작가가 느끼는 감정들을 조금은 문학적인 어휘들을 이용해 잘 버무려 놓았다.
1권에서는 왜 유럽에서 큰 전쟁이 2차례나 일어났는지,
근대 철학의 메카와 같은 독일에서 왜 나치와 같은 극우 전체주의가 사회를,
지성인들을 어떻게 휩쓸었는지, 왜 이탈리아 파시즘은 그와는 다르게
지속성 내지 사회적인 파괴력이 독일의 그것보다 떨어졌는지 등등.
20세기 유럽을 이해하기 위한 '대전제'와 같은 주제들을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는 유럽인의 군상과 함께 담백하게 이야기해 준다.
어쩌면 사회의 대 변곡점에 해당하는 시간(20세기) 속에서
그들이 고민했던 흔적과 결과들을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