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로 숨 쉬는 법 - 철학자 김진영의 아도르노 강의
김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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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선생은 정말 저평가된 한국철학계에 보석같은 분이라고 생각된다.


철학자들이 딱딱한 개념을 부드럽게 소화하지도 못하면서 근엄한 척 할때, 그는 문학을 통해 그리고 예술을 경유해서 철학자들의 개념을 우리 삶의 곁에 안착시켜왔다. 사실 프랑스철학이 유행하면서 문학을 통해 사유에 도달하는듯한 흉내를 낸 사람들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 대부분 철학 개념 속에 문학작품이 짓이겨져서 바스라지거나 혹은 외국 대가들의 해석을 답습하는 것에 머물렀다. 문학에 대한 진지함과 문학자체의 가치를 탐구하는 여정은 김진영의 그것이 가장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철학아카데미'의 강의록을 엮은 것으로 행간행간에서 김진영 선생의 숨소리와 사유의 흐름을 직접 따라갈 수 있다. 강의록의 특성상 개념의 농밀함은 떨어질 수 있어도 전달의 현장성과 사유의 생동감은 더 깊게 뇌리를 파고든다. 아도르노의 작품은 지하철의 무명시인의 글귀를 통해 그리고 수많은 대가들의 문학작품을 경유해 책속에서 춤을 춘다. 


철학강의록으로서는 개인적으로 서울대학교 박홍규 선생님 전집 이후 가장 소중한 책이다.


연구실적을 만들기 위한 개념정리 논문들보다, 이 책한권이 진정한 철학함이라는 의미에서 더 가치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다만 대부분의 철학자들이 그렇든 철학적 렌즈에 의해서 다소 피상적으로 자본주의를 바라보는 것은 아닌가라는 아쉬움은 조금 들었다. 


더 이상 선생의 강의를 들을 수 없는 아쉬움을 이 책으로 달래보려고한다. 책값을 올려도 기꺼이 지불하고싶은 생각이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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