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기묘하고 복합적인 존재가 생겨납니다. 상상에 있어서 여성은 더없이 중요한 인물이지만, 실제로는 전적으로 하찮은 존재입니다. 시에서는 첫 장에서 마지막 장까지 여성의 존재가 고루 퍼져 있지만, 역사에서는 전혀 존재하지 않습니다. 픽션에서 그녀는 왕과 정복자들의 삶을 지배하지만, 실제로는 그녀의 손가락에 강제로 반지를 끼워준 어느 부모의 아들에 딸린 노예였습니다. 문학에서는 영감이 풍부한 말들, 심오한 생각들이 그녀의 입술에서 흘러나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녀는 거의 읽을 줄 모르고 철자법도 모르며 남편의 재산에 불과했습니다. - P68

그렇다면 16세기에 시적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여성은 스스로에 대한 투쟁을 벌여야 하는 불행한 여성이었을 겁니다. 그녀의 삶의 모든 조건과 그녀의 모든 본능은, 두뇌에 간직된 그 무엇이든 자유롭게 풀어놓기 위해 필요한 마음 상태에 적대적이었을 겁니다. - P79

물질적 곤경도 만만치 않았지만 비물질적인 시련은 더욱 가혹했습니다. 키츠와 플로베르와 그 밖의 천재적인 남성들이 몹시 견디기 힘들어했던 세상의 무관심이 그녀에게는 무관심 정도가 아니라 적대감이었습니다. - P81

여기서 다시 한 번 우리는 여성운동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아주 흥미롭고도 불명료한 남성의 복합적인 심리에 근접하게 됩니다. 그것은 여성이 열등하기보다는 남성이 우월하기를 바라는 뿌리 깊은 욕망으로서, 남성을 예술의 전면뿐 아니라 도처에 서 있게 함으로써 여성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가로막도록 합니다. - P85

그녀의 성이 어떤 식으로든 여성 소설가의 성실성—작가에게 있어서 중추라 여겨지는 그 성실성—에 방해가 될까요? 자, 『제인 에어』의 인용 부분에서, 소설가 샬럿 브론테의 성실성을 분노가 방해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 P112

여성들의 배후에 전통이 전혀 없거나, 있더라도 너무 짧고 편파적인 전통이라서 그들에게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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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픽션을 쓰기 위해서는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 P10

그는 미안한 표정으로 내게 돌아가라고 손짓하며 여성이 도서관에 들어가려면 대학 연구원을 동반하거나 소개장을 소지해야 한다고 유감스럽다는 듯 나지막이 말했습니다. - P16

우리는 비난받아 마땅할 여성의 가난에 경멸을 터뜨렸습니다. 우리의 어머니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기에 우리에게 물려줄 재산이 없었을까요? - P35

자, 그녀가 사업계에 들어갔더라면, 인조 실크 제조업자가 되었거나 증권거래소의실력자가 되었더라면, 그녀가 이 펀엄에 2만이나 3만 파운드를 기증했더라면, 우리는 오늘 밤 안락하게 앉아 있을 것이고, 고고학, 식물학, 인류학, 물리학, 원자의 성격, 수학, 천문학, 상대성이론, 지리학 등의 주제로 대화했을 겁니다. 만일 시턴 부인과 그녀의 어머니와 그녀의 할머니가 그들의 아버지와 그 이전의 할아버지들처럼 돈을 버는 위대한 기술을 배워 자신들의 성만 사용하도록 전유된 연구원 기금, 강사 기금, 상금, 장학 기금을 설립할 돈을 남겼더라면, 우리는 여기 위층에서 단둘이 새고기와 포도주 한 병으로 꽤 훌륭한 식사를 할 수 있었을 겁니다. - P36

어머니와 그 이전의 어머니들이 막대한 재산을 축적하고 대학과 도서관의 초석 아래 재산을 기부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질문도 무익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첫째 그들이 돈을 버는 것은 불가능했으며, 둘째 돈 버는 일이 가능했다 하더라도 자신들이 번 돈을 소유할 수 있는 권리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시턴 부인이 자기 자신의 돈을 한 푼이라도 가질 수 있게 허용된 지 이제 겨우 사십팔 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 이전의 수백 년 동안 그것은 남편의 재산이었습니다. - P38

한 성(性)의 안정과 번영, 다른 성의 가난과 불안정을 생각했고, 작가의 마음에 전통이 미치는 영향과 전통의 결핍이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서, 마침내 그날의 논의와 인상들, 분노와 웃음과 함께 그날의 구겨진 껍질을 말아서 울타리 밖으로 내던져 버려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P40

왜 남자들은 포도주를 마시고 여자들은 물을 마시는가? 무슨 이유로 남성은 그렇게 부유하고 여성은 그다지도 가난한가? 가난은 픽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예술 작품을 창조하는 데 어떤 조건들이 필요한가? - P42

여성은 지금까지 수 세기 동안 남성의 모습을 실제 크기의 두 배로 확대 반사하는 유쾌한 마력을 지닌 거울 노릇을 해왔습니다. - P56

만일 여성이 진실을 말하기 시작한다면, 거울 속의 형체는 오그라들 것이고 삶에 대한 적응력도 감소될 것입니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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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여성, 관객성, 쾌락—시네 페미니즘 6 페미니즘 이론의 실천적 지평—젠더와 성 정치

멀비의 지나친 회의주의를 다소 수정하면서 여성 관람의 가능성을 타진해 보지만 근본적으로 여성의 주체적 관람은 피학증 masochism에 기초한다거나 여성이 남성성을 취함으로써만 가능하다고 보는 비관론과 멀비 이론의 기본 전제에 반기를 들고 여성의 주체적 관람 및 그 쾌락 유발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낙관론으로 대별된다. 대체로 프로이트의 양성론에 근거해 정신분석학적 시각으로 여성 관람에 접근한 쪽은 비관론적 입장을 취하게 되었고, 레즈비언 계열에 서거나 정신분석학 중에서도 프로이트의 환상 이론을 이용하여 여성관람을 설명한 측은 낙관론에 이르렀다. - P354

멀비가 후기 논문에서 여성 관람의 가능성을 여성 관객의 <복장전환> 및 <남성적인 것과 여성적인 것 사이의 흔들림>으로 설명했다면, 도앤은 여성 관람이 자신의 여성성을 일종의 역할로 구성하는 <가장> 행위일 수 있다고 제안한다. - P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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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 노동과 여성의 계급—사회주의 페미니즘
인종/젠더의 정치학—흑인 페미니즘
억압적 이성애 제도에 대한 거부와 대안—레즈비언 페미니즘
여성과 자연의 식민화에 대항하여—에코 페미니즘

최근 다너 해러웨이D. Haraway가 사회주의 페미니즘이 여성의 모순성, 관심, 생산 관계뿐만 아니라 문화, 포스트모더니즘, 유토피아니즘까지도 관여해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사회주의 페미니스트의 토론의 장은 더욱 확장되었다. - P277

흑인 페미니스트는 영미 페미니즘과 프랑스 페미니즘의 서구 중심주의와 문화적 제국주의를 비판하면서 흑인 여성의 해방뿐 아니라 다른 유색 인종 여성들의 억압도 종식시킬 수 있는 포괄적인 정치 운동으로서 흑인 페미니즘을 제시한다. - P283

이처럼 삶과 연결된 이론화 작업, 그리고 경험에서 나오는 자신들의 언어로 글쓰기, 서구 이론의 무조건적 수용과 그에 함몰이 아닌 거리감과 긴장감을 갖고 서구의 이론에 대한 자신의 포지션을 확립하기, 누구를 위하여 비평 작업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지속적 자기 성찰의 중요성, 협동적이고 생산적인 흑인 남/녀 지식인의 의사 소통 등, 흑인 페미나스트 비평이 제시하는 대안은 서구 이론을 어떻게 수용하고 공동체와의 관계맺기를 통해 어떻게 페미니스트로서의 실천적 삶을 살 것인가라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우리 한국의 페미니스트 지식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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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신분석 다시 쓰기—줄리엣 미첼과 제인 갤럽
2 타자와 더불어 글쓰기—엘렌 식수
3 새로운 상징질서를 찾아서—뤼스 이리가레

이리가레의 프로이트 읽기는 자신의 주장의 일관성을 위하여, 프로이트의 텍스트의 어떤 부분을 논의에서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리가레도 자신이 공격하고 있는 아버지의 남근형성적phallomorphic 특성을 보인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이런 이리가레에 대한 갤럽의 비판은 이것으로 일관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는 이리가레의 일관성 없는 프로이트의 읽기를 칭찬하면서, 일관성 위주의 남성 체계를 극복하는 점은 칭찬하고 있다. 이런 갤럽의 읽기는 하나의 쟁점에서 상반적인 것을 동시에 말할 수 있는 이론의 융통성을 보여주며, 모든 입장이나 정체성이 어떤 하나로 일관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반된 것이 함께 한 개체나 정체성 속에 있을 수 있음을 볼 수 있게 해준다. 무의식에는 상반적인 것이 함께 존재한다는 프로이트의 견해를생각할 때, 유혹을 통해 일체성보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갤럽의 이론은 프로이트의 무의식 이론을 잘 구현하면서, 상반된 것을 함께 보유할 수 있는 체계가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따라서 남성성과 여성성 혹은 정신분석과 페미니즘이라는 것이 서로 공존할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해 준다. - P152

항상 탈주 중인 주체로서의 식수는 <항상 현재의 지나가는 것>을 쓰고 있으며, <글쓰기 팔루스>에서 어머니로 그리고 나아가 성별, 인종의 구별을 초월한 수많은 타자들로 대체된 그녀의 글쓰기 장면의 동반자와 새로운 관계 속에서 더불어 글쓰기를 실천하고 이론화하고 있다. - P179

언어학과 정신분석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이리가레는 플라톤을 위시한 서구 철학의 담론에서 여성이 얼마나 체계적으로 제외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여성의 자리를 마련하지 못한 서구 형이상학 전통의 실패를 드러내보임으로써 남성의 담론, 남성의 텍스트를 해체하고, 여성의 재현을 가능케 하는 상징적 재분배가 절실함을 역설한다. - P182

서구 철학과 프로이트, 라캉을 중심으로 한 정신분석 이론에서 이리가라이가 중요시 여기는 성 차이 sexual difference의 개념은 은폐되어 왔고, 여성의 성은 이제까지 항상 결핍 내지는 부재로 특징지어져 왔다. 남성 중심의 철학적 사고로부터 여성적인 것을 해방시키고, 남성적 관점의 반사물로서가 아니라 여성의 관점, 여성의 언어를 찾고 여성 자신의 문화를 만들어가려는노력이 이리가라이가 쓴 다양한 글의 공통 분모를 이룬다고 하겠다. 이것은궁극적으로 새로운 상징질서를 모색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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