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해법 - 블랙홀 서울, 땅과 건축에 관한 새로운 접근법
김성홍 지음 / 현암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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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울에서 산 지도 어언 40여 년... 어떤 면에서 정이 들었으나 40년을 살아온 나에게도 문득문득 낯설게 느껴지는 이 도시는 대체 왜 이럴까, 라고 생각하던차, 이 책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까 하여 읽어보았다. 그러고보니 알라딘에 리뷰를 남기는 건 처음인건가... 



우리에게 남아있는 것은 없다.

서울은 오래된 도시다. 수도의 역할을 한 것이 최소 630년이다. 하지만 서울은 로마 같은 유럽의 도시처럼 오래된 도시로 보이지 않는다. 조선시대 왕궁이라는 유산에도 실제 500년 이상 된 것이 없다. 전란으로 인한 건물 소실은 기본인데다가 근대화를 식민시대에 겪고 잇다라 일어난 전쟁 등이 직접적 원인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 뿐일까? 개발시대를 겪으며 어떻게 이렇게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었을까?

서울해법은 현재 서울이라는 도시의 모습이 갖추어진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60년 남짓한 세월 동안 인구 1천만의 거대도시로 성장한 서울이 어떻게 그 모습을 갖추어간 것인지를 풀어가고 있다.

 

새 판을 짜는 방법

도시를 구성하는 인자는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도시를 떠올릴 때 이미지로 남는 것은 주로 그 도시의 물리적인 풍경이다. 그리고 그 풍경을 만드는 것은 다양한 건물과 그 건물들이 모여있는 방법이다. 오래된 유산이 되는 하나의 건축물, 혹은 유명 건축가에 설계된 디자인이 남다른 건축물같이 개별적인 건축물이 주는 인상도 강렬하다. 하지만 전체적인 도시의 인상을 결정하는 것은 다수의 건물군())이다. 서울이라는 도시의 건물군은 도데체 어떻게 지금과 같은 모습을 형성하게 되었을까? 나 역시 그 이유를 찾는 중이다보니 이 책의 설명들은 매우 도움이 되었다. 한 마디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건축이라는 유산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지리적 요소, 문화적 배경과 정책, 제도들 ... 이런 것들이 뒤범벅된 서울을 그래도 저자는 매우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서울해법이 알려주는 우리의 모습

서울은 산으로 둘러싸인 도시다. 우리(? 건축이나 도시 전공자들? 지리학자들?)는 서울을 둘러싼 산들을 내사산 외사산이라고 부르는데, 우리가 보통 도심이라고 부르는 시내 중심가가 내사산 안에 있다. 서울이 600년 이상된 도시라고 할 때 그 시간을 도시로서 작동해온 곳은 도심이라는 그 지역이다. 그 외곽은 도시가 확장되면서 모습이 바뀌었다. 특히 고도성장기로 불리는 1960년대 후반 1970년대로 들어서면서 도시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인프라를 갖춘 신도시격의 동네가 도심 주변, 서울의 외곽으로 생겨난다. 이렇게 새롭게 생긴 지역이라면 모두 신도시급의 좋은 지역으로 발전했을텐데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아파트가 생기기 이전에 단독주택들이 빽빽히 들어서 있던 곳들은 이제 다가구 다세대 건물이 되었다. 우리는 주택보다 아파트가 훨씬 거주환경이 좋다. 하지만 거주환경이 좋다는 건 어떤 기준일까. 가장 가까이 우리가 살고 있는 집들의 평면을 풀어나가는 이야기는 재미 있다. 읽고 있다보면 우리나라에서 아파트가 선호되는 현상이 단순하지 않음을 알게 된다. 


이 책의 초반부는 서울의 역사를 아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익숙할 수도 있겠지만, 건축을 전공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다른 시각을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

필자는 건축을 통하여 매우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유럽의 거리와 수도원이 사례로 등장하기도 하다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집장사 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그만큼 방대한 범위의 이야기가 들어 있으며 우리가 공간을 바라보는 방식을 조금은 다른 방법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서울다움이란 무엇인가

서울다운 건축을 고민하는 필자의 모습은 서구 학문에 영도되어 온 건축계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다. 건축가들은 지난 날 지속적으로 전통적 건축물과 현대 건축물이 연결되는 지점을 찾기 위해 고민해왔다. 그런데 단지 개별 건축물을 다루는 건축가들만 고민해서 해결될 문제일까. 뭔가 건축은 사유재산을 극대화하기 위한 도구로 여기는, 그래서 공공성의 이름으로 수많은 제약을 만들고자 하는 도시를 전공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더 많이 읽었으면 하는 부분이다. 



건축이 자동차, 스마트폰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공공재라는 점이다 - P156

디자인은 없고 복제만 있는 이런 집에서 작가는 중산층의 현실과 욕망을 읽는다 - P161

울창한 가로수와 조경 사이에 들어선 쇼핑몰의 도시 싱가포르를 상업주의가 만들어낸 유교적 포스트모던, 잡종 버내큘러로 규정했다.(렘콜하스의 견해를 빌어옴) - P164

캥시와 아르간의 유형햑 이론을 빌린다면 ‘특정한 형태의 규칙성을 비교하고 중첩‘하는 순간과 ‘형태를 결정‘하는 순간은 끊어져 있다. - P274

과거와 현재, 큰 것과 작은 것, 주거와 상업이 만나는 접면은 공간적·시각적·심리적 갈등의 공간이 될 수도 역동적 에너지를 발산하는 공간이 될 수도 있다. -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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