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 세계 8대 문학상에 대한 지적인 수다
도코 고지 외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매년 가을 서점에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에 대한 별도의 코너가 등장한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2016년 맨부커 국제상을 받으면서 한 해 동안 68만 권이 팔렸다고 한다.

언젠가부터 문학상 수상은 많은 문학 작품 사이에서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문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까지 주목하게 만드는 커다란 이유가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권위와 파급력과 비교하면 문학상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독자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책의 홍보 문구로 이름은 들어본 적 있지만 제대로 알지는 못했던 문학상에 대해 가이드가 필요하다.

2016년 일본에서 출간되고 올해 국내에서 번역된 『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는 문학상 가이드라고 할 만한 책이다. 일본에서 번역가, 작가, 서평가 등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14명의 대담자가 노벨문학상, 아쿠타가와상, 나오키상, 맨부커상, 공쿠르상, 퓰리처상, 카프카상, 예루살렘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형식의 책이다.

와세다대학 교수이며 번역가인 도코 고지가 상마다 한 회씩 8회의 대담을 진행하고, 해당 분야 전문가인 다른 두 사람이 대담자로 함께 한다. 세 사람은 문학상마다 수상작 중 한 작품을 추천하고 이를 실제로 읽은 후 이야기를 나눈다. 총 24 작품을 다루며 해당 작가의 다른 작품이나 분위기가 비슷한 다른 작가의 작품 등을 문학상과 연결지어 만나볼 수 있다.

각 문학상에서 대담자들의 그 상에 대한 해석을 만날 수 있는데,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노벨문학상은 유럽에 상당히 치우친 상으로 본다. 유럽 주요 언어를 구사하는 선정 위원이 그 언어로 쓰였거나 번역된 작품 중에서 고르는 것이기 때문에, 유럽 특유의 정성에 맞는 작품이 선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해석한다.

일본에서 신인상의 최종 목적지 같은 아쿠타가와상과 예술성을 인정받은 대중소설 작가에게 주어지는 나오키상은 순문학과 엔터테인먼트 문학으로 나눌 수 있다. 대담자들은 이 구분을 넘어 아쿠타가와상은 유럽 문학처럼 쓴 일본 문학에, 나오키상은 아시아에서 본 일본이라는 관점이 반영된 작품에 주는 상이라고 해석한다. 일본의 전문가들이 자기들의 문학 작품을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는지를 대표 문학상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인상적인 부분이다.

국내 독자라면 책에서 다루지 않은 세계 주요 문학상을 소개하는 도코 고지의 칼럼도 눈여겨 볼만하다. 맨부커상과 맨부커 국제상의 차이를 설명하며, 맨부커 국제상이 영어로 번역된 작품에 매년 주는 것으로 형식이 바뀐 후 처음 수상한 작품인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언급하고 있다.

높은 수준, 공정성, 상업적으로도 문학적으로도 기능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세 대담자가 모두 높게 평가하는 맨부커상,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공쿠르상, 미국적인 문학상 퓰리처상에 대한 부분에도 흥미 있는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함께 언급되는 수상작 중 상당수가 국내에 번역서가 있어 관심이 있다면 독서의 범주를 넓혀갈 수도 있겠다.

카프카상, 예루살렘상은 국내 독자들에게는 특히 낯선 문학상이 아닐까 생각된다. 대담자들 역시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상을 통해 이 상들을 접했다고 하는데, 일본 문학계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지점이 아닌가 한다.

이렇게 8개의 문학상을 통해 그동안 잘 모르고 지나쳤던 문학상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와 새로운 시선을 만날 수 있다. 소개된 작가와 작품을 통해 한국과 일본의 문학 취향 차이, 전문가와 일반 독자의 문학을 보는 시선 차이도 느낄 수 있다. 책을 읽고 문학상을 기반으로 한 자신만의 색다른 독서 리스트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