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쿵이와 나
프란체스카 산나 지음, 김지은 옮김 / 미디어창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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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 그림책에 관심이 많다. 물론 전문성과는 별개다. 개인적으로는 마음이 복잡할 때, 그림책을 보고 있으면 안정감을 느끼게 돼서 좋아한다. 혼자 조용히 산책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아이들 노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따뜻하게 안기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은 굳이 분류하자면 세 번째에 넣을 수 있으려나.

 

   <쿵쿵이와 나>에 끌린 건 1차 그림체와 2차 번역자 때문이다. 사실 프란체스카 산나라는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이 책을 계기로 그녀의 이전 작품들도 궁금해졌다.

  

  온라인 서점에서 보니 이 책은 어린이책 중에서도 유아용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아마도 최소화 되어 있는 말밥 때문인 것 같다. 아주 간단한 줄거리를 전달하기 위한 최소한의 문장들만 담겨 있어서 거의 페이지마다 평균 두세 줄 정도의 글이 있다.(더 적을 수도 있다.) 그래서 좋았다. 확실하게 메인이 그림이 되니까.

 

  이 책은 첫인상 그대로 읽는 내내 따뜻한 느낌을 준다. 마음의 영역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사용된 색채의 톤 자체가 따뜻한 덕분인 것 같다. 별도의 외곽선이 없이 색만으로 그려진 그림이라 그림 자체도 부드럽다. 캐릭터들이 전반적으로 둥글둥글하고 최소화된 선들로 재미있고 생생한 표정들을 그려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캐릭터들의 이다. 외곽선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얼굴이 하얀 아이들은 눈동자를 옅은 파란색이나 분홍색으로 그려두었는데, 다소 낯설면서도 신선하다. 또한 침대 밑처럼 선뜻 들여다보기 곳에 대한 두려움을 눈동자들로 그려둔 것도 흥미롭다.

 

  앞에서 언급했듯 이 책이 끌린 이유 중 하나는 번역자다. 김지은 평론가의 글을 좋아한다. 평론임에도 그녀의 글은 따뜻하고 세심하다. 이 책을 보며 이 작가의 번역도 신뢰하게 됐다. 이 책의 원제는 “Me and My Fear”. 직역하면 나와 나의 두려움이 된다. 책의 뒤표지에 출판사에서 넣었을 홍보 글에도 프란체스카 산나가 전하는 두려움과 화해하는 법이라는 구절이 있다. <쿵쿵이와 나>의 장면마다에서 보여주는 감정들이 결국 두려움으로 수렴되는 것은 맞지만, 우리가 느끼는 두려움 자체가 한 가지의 얼굴을 가지고 있지 않듯 이 책의 장면들에는 조금씩 다른 얼굴의 감정들이 잘 그려져 있다. 만약 제목을 나와 나의 두려움이라고 직역해두었다면, 이 감정들의 다양한 얼굴을 보기 전에 두려움이라는 단어가 먼저 각인되어서 풍성하게 감상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아쉬운 점을 이야기한 김에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이 책이 유아용으로 분류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림책이나 동화책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지만, 이 책은 아무리 읽어봐도 모두가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어쩌면 이 시대 어른들에게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가만히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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