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없는 양들의 축연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1. 표지 & 제목   ★★★★★
더할 나위없이 매력적인 표지와 제목입니다. 제목의 서체나 디자인이 너무나 멋지고 다섯 편의 연작 단편중 마지막의 <덧없는 양들의 축연>을 타이틀로 잡은 것도 참 잘했습니다. 짝짝짝
 
 
2.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   ★★★★★
작가에 대해 별점을 매기다니 좀 외람됩니다만, 뭐랄까- 일단 <인사이트밀>의 작가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 책을 망설임없이 집어들 수 있었으니 대단한 파워라고 생각합니다. 이 분의 작품은 국내에 소개된 게 별로 없어서 매우 아쉽네요.
 
 
3. 문체  ★★★★★
군더더기가 없이 아름다운 문장과 치밀한 심리묘사로 독자를 마음껏 휘두르는 본 작품은 <인사이트밀>에서는 미처 느껴보지 못한 작가의 깊은 내공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물이 올랐다!'고나 할까요^ ^!
 
 
4. 간단한 내용 소개
전체적으로 암흑동화의 분위기를 띄는 밀도높고 짜임새있는 다섯 편의 연작 단편입니다. 모든 이야기에서는 '바벨의 모임'이라는 상류계층의 자제들만으로 이루어진 독서모임의 존재가 드러납니다만, 다섯 이야기를 연결해주는 장치일 뿐 이야기의 주인공은 아닙니다. 매우 매력적인 장치인데, 개인적으로는 좀더 극적으로 활용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집안에 변고가 생겨서>, <북관의 죄인>은 오래된 명문가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에서 '왜그랬는가?'의 규명에 초점을 둔 이야기로, 마지막 일격이 일품입니다.
<산장비문>은 눈오는 깊은 산속 외딴 산장의 고립감을 배경으로 잔잔하게 시작되는 이야기 입니다. 그러나 중반부터 "어째서?"라는 의문과 당황으로 갑갑함을 느끼는 동시에 점차 공포가 스멀스멀 전신에 스며드는 명작 중 명작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으며, 작가에게 가장 많이 휘둘린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타마노 이스즈의 명예>는 제목부터가 브라운신부 시리즈중 한 작품에서 따왔으며, 작중의 이스즈는 추리소설 매니아라서 여러 반가운 작품의 제목과 인물 등이 등장하여 독자에게 작은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다섯 단편중 가장 아름답고 애잔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덧없는 양들의 축연>은 마지막 이야기답게 '바벨의 모임'의 정체(라고 까지 할건 없지만..)가 밝혀지고, 모임의 부활을 암시하는 내용이 액자식 구성으로 담겨있으나 액자 속의 내용인 주요 이야기는 멋진 제목이 아까울 정도로 다섯 편의 연작단편중 가장 실망스러운 내용이었다는 것이 본 단편집의 옥의 티가 되었습니다. 이야기의 마무리도 흐지부지하고 전체적으로 작위적이며 등장인물들도 대단할 것이 없어서지요.
 
 
5. 총평   ★★★★☆
한껏 물이 오른 작가의 내공과 필력을 흠뻑 느낄 수 있었던 아름다운 연작 단편집이었습니다. 단편집에는 보통 큰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인데, 개인적으로는 오츠 이치의 <GOTH> 다음으로 칠 수 있을 만큼 대단한 작품이라고 생각되네요! 다만, 마지막 단편에서 좀더 '바벨의 모임'이라는 장치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앞의 이야기들과 어우러지게 하는 짜임새있는 이야기가 전개되었다면 하는 큰 아쉬움에서 별하나 뺍니다. 마지막 일격이 다소 부족했다고 생각되네요.
아무쪼록 앞으로 라이트노벨말고 추리물쪽으로도 많이 많이 활동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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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슨의 미궁
기시 유스케 지음, 김미영 옮김 / 창해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일단, 읽는 내내 외치고 싶었던 한마디, 외치고 시작하겠습니다. 

"그냥 다같이 사이좋게 건기까지 기다릴 순 없었니? -_-;"   


 
< 1. 제목 & 표지 > ★☆☆☆☆
크림슨은 '선홍빛'이라는 뜻이라는데, 개인적으로 작품의 분위기와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핏빛 미궁'은 어땠을 지..
직관적으로 뜻을 파악하기 힘든 외래어를 앞에 붙여두니 오히려 겉도는 느낌이어서 제목에는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꼭집어 말하기는 좀 힘들지만, 작품을 다 읽고 나서 다시 보면 표지도 역시 작품의 분위기를 잘 반영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 2. 가독성 > ★★★★★
가독성 면에서는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번 잡으면 그들의 모험속으로 빠져들 수 밖에 없어서 서스펜스 하나는 자신있게 최고점을 줄 수 있습니다. <인사이트밀>과 자주 비교되는데, 가독성 면에서는 다소 앞설 정도입니다.
 
< 3. 배경 및 소재 > ★★★★★
작품의 배경이 되는 호주의 벙글벙글 지역이나 죽음의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소재는 매우 매력적이고 훌륭합니다. 소설 발간이 1998년이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게임을 연상시키는 진행방식과 매력적인 소설의 무대를 통해 초반 흡입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립니다.
 
< 4. 문체 > ★☆☆☆☆
흡입력과 가독성은 최고였으나 인물묘사나 문장의 밀도감은 많이 떨어졌습니다. 아무래도 작가의 초기작이라서 그런 것이겠죠. <검은집>이나 <13번째 인격> 등의 치밀한 심리묘사를 생각해보면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였습니다. 
 
< 5. 총평 > ★★☆☆☆
워낙 평이 좋았던 작품이라 많이 기대를 한데다, 초기작인줄 모르고 읽기 시작해서 많이 실망했던 작품입니다. 너무나 훌륭한 소재를 이런 식으로 밖에 풀어나갈 수 없었나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죠. 작중 설정된 4개의 루트를 하나하나 따라가는게 아니라 시종일관 주인공의 1인칭 시점이라는 것도 너무 단조로웠고 인물묘사도 많이 겉도는 느낌이었으며 finishing stroke도 식상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뒷심 부족'이었습니다. 또한, 읽는 내내 맘에 걸리는 부분(글 초입에 제가 외친 내용;)때문에 몰입이 안되기도 했구요. 설정의 유사함으로 흔히 비교되는 <인사이트밀>에 비하면 추리소설로서의 매력은 현저히 떨어지지만 엔터테인먼트성 하나만은 최고인 작품이라고 생각되어 별 두개를 달아봅니다. 어서 <신세계에서>를 마저 읽고 역시 기시 유스케님!이라고 다시 외치고 싶네요^ ^ 올해 발간예정인 <악의 교전>도 격하게 기대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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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9-02-27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사이좋게 건기까지 기다릴 수 없냐고 묻는건 이 책을 제대로 안 읽은거죠;;
게임과 아무 관련도 없는 현지인이 주인공 일행을 도와주려고 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주최측에게 저격당해버리는데
그들이 건기까지 손가락 빨면서 기다려 줄 것 같습니까...

길잃은냥이 2019-02-27 19:06   좋아요 0 | URL
오! 무플 8년만의 댓글!
그때의 저는 그렇게 생각했었나봐요. 지금 생각해보니 엉터리였네요..^^
 
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
야마구치 마사야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기대감
까페 내에서 서평을 검색해봐도 그리 '정말 재밌다'는 평이 없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함께 구매한 다른 책들에 밀리고 밀려, 더이상 읽을 책이 없을 때 펼쳐보았죠.
 
 
 
제목
로메로 감독의 좀비 3부작을 연상시키는 제목입니다. 죽은 사람이 되살아나 돌아다닌다는 초현실적인 장치는, 제목에서부터 독자로 하여금 거부감과 호기심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부분이죠. 일미의 전형적인 배경, 인물묘사 등에 익숙해져있던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당황스러운 제목이었습니다. "좀비물인가? 대체, 어떤 내용이...?"하고 말이죠.
 
 
 
소설의 무대&등장인물
소설의 무대는 미국 뉴잉글랜드의 툼스빌이라는 기묘한 마을입니다. 등장인물도 조연급 1명을 제외하면 전부 미국인이라, 일미를 즐겨오던 독자라면 매우 생소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설정이 아니라 할 수 없습니다. 서평이나 덧글에서 '도저히 진도가 안나간다', '몇 페이지 보다가 놔버렸다'고 하는 대부분의 이유가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문체
일본인 작가가 썼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미국적(이라고 표현해도 될지..)입니다. 초반 몇페이지를 읽으면서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작가 이름과 내용을 몇번이고 번갈아보면서 혀를 찼죠. 그만큼 문체라는 것은 등장인물, 배경, 언어유희, 대화패턴을 어떤 식으로 설정했느냐에 따라 충분히 독자를 농락(?)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았습니다. 이것이 작가의 장편 데뷔작이라고 하니 정말 대단하죠.
 
 
 
장르
본 작품은 명백한 본격미스터리물입니다. 밀실살인, 독살, 수수께끼의 살인예고장, 가계도와 공동묘지 구조도, 유산 상속, 쌍둥이 형제, 알리바이, 뒤바뀐 시체, 토막살인, 할로윈(제이슨, 스키마스크) 등의 고전적인 아이템들이 대거 등장하며 "누가, 왜, 무엇으로 죽였는가?" 의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것이 소설의 주요 흐름입니다만, 큰 차이점은
 
① 탐정 역할을 맡은 주인공이 좀비입니다.(책 뒷표지에도 써있는 내용이니 누설이 아니라고 봐도 무방하겠지요..?)
② 죽은 사람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공식은 무참히 깨집니다. 이쯤 되면, 이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살인이라는 위험을 무릅쓸 이유가 없어집니다. 어차피 되살아날 것이고, 되살아난 피해자가 범인을 지목할 위험이 있으니까요. 이 부분이 사건 해결의 큰 실마리이기도 합니다.
 
 
 
매력
시체가 되살아나는 허무맹랑한 세상이지만, 소설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은 엄밀한 논리적 규칙을 따르며 복선도 독자에게 친절하게 제시되어 어느 하나 불친절하거나 비현실적인 구성은 없습니다. 작품 속의 규칙만 인정하고 따라간다면 이만큼 완벽한 본격물도 없다고 봅니다. 모든 사건과 추리는 철저히 논리적인 규칙에 의해 독자 앞에 낱낱이 규명됩니다.
또한 저자 특유의 철학, 종교, 정신분석, 과학, 사학(死學)론을 총망라한 백과사전적 현학론은 지적 쾌감을 주기에 충분하며(권말의 참고 및 인용문헌의 분량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죽음과 장례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하게 해줍니다. 등장인물들의 슬랩스틱 유머나 냉소적이고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익살스러운 등장인물들간의 대화는 작품의 큰 매력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놀라운 사실은, 일면 시시껄렁해보이는 농담이나 행동 하나까지도 군더더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한 퍼즐의 일부라는 것입니다!
 
 
 
총평 ★★★★★
630여페이지에 달하는 만만치 않은 분량이지만, 별 기대감을 갖지 않고 펼쳐서 그런지 저는 진흙탕에서 보물이라도 발굴한 기분이었습니다. 또한 권말의 노리즈키 린타로님의 작품해설은 '이만큼 공부가 되는 작품해설은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알찬 내용입니다. 꼭 읽어보시길.
동서고금의 미스터리에 대한 오마쥬, 실험적 해학 정신, 본격미스터리물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모두 느낄 수 있는, 그리고 삶과 죽음, 생명의 영속성에 대해 사유하게 해주는 걸작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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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윤수 옮김 / 들녘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 한줄 요약 ]
여름방학식날, 자살한 급우 S의 시체를 발견하고만 9살 미치오군의 좌충우돌 사건해결기(?) 
  

[ 문체의 느낌 ]
미치오가 주변인물과 나누는 대화들은 슈스케님의 또다른 작품 <외눈박이 원숭이>와 비슷했습니다. 귀여운 하드보일드, 인간미를 놓지 않은 블랙위트의 느낌이랄까요. 반가웠습니다.
 

[ 감상 ] 
책을 손에 잡은 것이 하필, 교고쿠도 시리즈 정주행 직후였습니다. 일본 쇼와시대, 교고쿠도 일당들의 늪에서 허우적대다가 이제 막 빠져나온 터라 처음에는 잘 읽혀지지가 않았어요.
주인공이 9살 소년이다보니 어딘가 성장소설의 느낌에다가, 앞으로의 내용도 종잡을 수 없더군요. 그러한 까닭에 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는 데는 꽤 시간이 걸렸습니다. 소년의 눈으로 S의 사라져버린 시체의 행방을 찾는 탐정물인건가? 하고 짐작을 해보았습니다. 
그러나,
병적으로 미치오를 미워하는 엄마, 그러한 엄마의 행동에 너무나 초연한 미치오, 엄마의 행동을 못본척하기만 하는 무기력한 아빠, 이러한 가정에서 유일한 구원인 여동생 미카의 존재. 미치오의 가족 묘사를 읽고 나니 왠지 모를 위화감이 느껴졌습니다. 특히, 3살이라기에는 지나치게 어른스러운 미카의 언행. "저기, 이건 뭔가 이상하잖아!"라고 외치고 싶었으나, 1인칭 화자인 미치오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죠. 여기에, 마을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개와 고양이사체 손괴사건(?)도 어떤 관련성을 암시하면서 미스터리의 한 축을 구성합니다.

 

[ 초반부의 주요 미스터리 ]
[S군 사망사건]
자살인가, 타살인가?
시체는 누가, 무엇때문에 가져갔는가?
시체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개와 고양이사체 손괴사건]
범인은 누구인가? 
왜 기괴한 방법(입안에 비누+뒷다리 꺾기)으로 죽이는가?

여기에 집중하고 있을 무렵, 느닷없이 S군은 거미로 환생하여 미치오의 앞에 나타납니다. 사실, 이 환상적 장치를 받아들이는데 저항감도 꽤 컸습니다. "뭐야-"하면서 순간 책을 던질뻔 했죠. 하지만 별 수 있나요. 초중반부 대부분은 철저한 미치오의 1인칭 서술이므로 이 비현실적인 상황에 대한 이성적인 분석을 미처 하지 못한 채 이야기 속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떤 은유적인 장치'일거라고 무의식중에 납득시키면서 말이죠.
죽은 S군의 재등장으로 초반부의 미스터리는 대부분 해결이 됩니다. 그도 그럴것이, 죽은 본인의 얘기라서 의심할 여지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죽은 후의 기억은 없으므로, 시체의 행방만이 묘연했습니다. 따라서,

 
[중반부의 주요 미스터리]
[S군 사망사건]
자살인가, 타살인가?
시체는 누가, 무엇때문에 가져갔는가?

시체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개와 고양이사체 손괴사건]
범인은 누구인가? 
왜 기괴한 방법(입안에 비누+뒷다리 꺾기)으로 죽이는가?
 

가 되었습니다. 미치오 일당(미치오+미카+거미가 된 S군)은 강력한 심증을 가지고 범인을 미행하고, 그 정체를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그러던 중, 항상 미치오와 미카의 고민 상담을 해주고 귀여워해주던 이웃의 도코할머니가 앞서 기괴한 방법으로 죽어간 개나 고양이의 경우와 같은 수법으로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후반부의 주요 미스터리 ]
[S군 사망사건]
자살인가, 타살인가?
시체는 누가, 무엇때문에 가져갔는가?
시체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개와 고양이사체 손괴사건]
범인은 누구인가? 
왜 기괴한 방법(입안에 비누+뒷다리 꺾기)으로 죽이는가?
[도코할머니 살해사건]
범인은 누구인가?

후반부에서는 미치오군의 기지(?)로 대부분의 미스터리는 해결됩니다. 하지만 여러차례의 반전이 거듭될수록 누가 악당인지, 누구를 믿어야하고 믿지 말아야할지 혼란스러워지고 사건은 점점 미궁속으로 빠져들어갑니다. 본격미스터리물임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누가 범인이고 이유는 무엇인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느낌까지 들어버립니다.

 

[ 뒷맛 ]
일단, 엄청난 흡입력을 가진 소설이었다고 봅니다. 잠자리에 누워 잠깐 들었던 책때문에 밤을 꼬박 새웠으니까요(단, 소설 속의 환상적 장치에 대한 거부감을 극복한다면 말이죠).
하지만 뒷통수를 후려치는듯한 충격적인 반전은 없습니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끊임없이 복선을 제시했다고 봅니다) 갑작스레 외면하고픈 진실과 마주하게 된 주인공의 저항도 그리 대단하지 않습니다.‘과연...그랬던 것이구나’하는 느낌을 주는 담담한 반전이랄까요.
보통 미스터리물에서의 반전은, 악당의 실체와 그 추악한 내면의 진실을 알게됨으로써 느끼는 경악과 충격의 감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의 반전은 그동안 맛보지 못했던 색다른 유형이었으며, 이것이야 말로 본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과연, 책표지에 요란스럽게 쓰여 있는 광고문구중 하나가 제 값을 하는군요. 「분류 불가!」

책의 마지막장을 넘기고 나니, 유리병을 들여다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미치오의 작은 뒷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마음이 아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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