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게, 메뚜기, 불가사리가 그렇게 생긴 이유 - 생김새의 생물학
모토카와 다쓰오 지음, 장경환 옮김 / 김영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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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성게, 조개 등을 보고 '살아있다'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나의 생물로 인정하기에는 너무 많은 게 부족해 보였다. 그보다는 신선하다, 싱싱하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결혼 후 직접 장을 보고 손질하면서 생물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생겼고, 지금은 이 또한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걸 안다. 이런 나의 변화가 생물학 관점에서 보면 조금 황당할지도 모르겠다.

 

멍게, 해삼, 말미잘, 산호, 해파리, 메뚜기, 잠자리…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무척추동물 이라는 것이다. 무척추동물은 이름 그대로 등뼈가 없는 동물로 척추동물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지구상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하고 독특한 생물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동안 소외되었던 무척추동물을 찾아서!

 

 

모토카와 다쓰오 지음 《성게, 메뚜기, 불가사리가 그렇게 생긴 이유》는 무척추동물과 척추동물을 통해 동물들이 각자의 생존전략에 따라 몸을 어떤 구조로 디자인해서 살고 있는지에 대해 소개하며, 이것을 '생김새의 생물학'이라고 말한다.

 

성게, 메뚜기, 불가사리를 비롯한 동물들은 인간 이상으로 오랜 시간 동안 자기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해 왔다. 그들의 몸에는 오랫동안 작용해온 보편적인 물리·화학·수학적인 자연의 법칙이 담겨 있는데, 그건 무조건 크고 빠르고 강하다고 해서 언제나 유리한 것은 아니다. 생김새가 천차만별인 동물들이 바닷속에서, 하늘에서, 땅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이 책을 다 읽었을 때쯤에는 환경과 진화에 관한 새로운 통찰력을 갖게 될 것이다.

 

 

저자 모토카와 다쓰오는 도쿄대학교 이학부 생물학과(동물학)를 졸업, 큐대학교 조교수, 도쿄공업대학교 생명이공학부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도쿄공업대학 교 명예교수로 있으며, 2007년 과학기술 분야 문부과학대신 표창, 2014년 일본동물학회 교육상을 받으며 일본의 저명한 동물생리학자로 활동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딱딱하고 지루한 사람일 것만 같은데, 의외로 아주 재밌다. 모토카와 다쓰오는 생물학 지식을 노래로 기억하는 학습법을 제창하고 직접 여러 곡을 작사·작곡하여 음반을 내는 '노래하는 생물학자'로 유명하다. 그 노래는 다수의 교과서와 참고서를 집필했고, 자원봉사로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출장 강의를 다니는 등 교육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그의 노래는 이번 책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

 

그의 저서로는 《코끼리의 시간, 쥐의 시간》을 비롯하여 《산호와 산호초 이야기》 《세계 평화는 해삼과 더불어》 《생물학적 문명론》 《노래 생물학》 《생물은 원통형》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코끼리의 시간, 쥐의 시간: 크기의 생물학》은 1992년 출간 후 과학책으로는 이례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지금까지 90만 부 가까이 판매된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이다. 어쩌면 이 책이 있었기에 《성게, 메뚜기, 불가사리가 그렇게 생긴 이유》이 나올 수 있었는데, 이 책에선 전작의 뒷부분에 잠깐 소개되었던 곤충, 산호, 성게 등의 무척추동물을 본격적으로 다룬다.

 

 

솔직히 고백하면,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난 무척추동물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관심도 없었다. 그래서 목차를 보고 깜짝 놀랐다. 우선 무척추동물을 주제로 이토록 할 이야기가 많다는 것에 놀랐고, 생각보다 익숙한 생물이 많이 등장해서 놀랐다. 그동안 몰랐을 뿐이지 우리는 수많은 무척추동물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책은 1장 '이 책은 산호초와 공생의 세계-자포동물문', 2장 '곤충 전성기의 비밀-절지동물문', 3장 '소라는 왜 나선형일까?-연체동물문', 4장 '불가사리는 왜 별 모양일까?-극피동물문 1', 5장 '해삼 천국-극피동물문 2', 6장 '멍게와 군체생활-척삭동물문', 7장 '사지동물과 육상생활-척추동물아문'까지 크게 7장으로 나눠진다. 1~5장에서 우리에게 낯설다고 할 수 있는 자포동물문, 절지동물문, 연체동물문, 극피동물문에 속한 동물의 몸과 생존전략을 소개하고, 마지막 6~7장에서 척추동물이 속해 있는 척삭동물문을 살펴본다. 진화의 비밀을 밝히면서 '진화사'라는 깊이와 '동물계'라는 너비 속에 자리한 인간의 위치를 생각해 보도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와 닮은 척추동물만 볼 때보다 우리 자신을 더 잘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모든 생명은 환경과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진다. 새로운 종은 결코 한 번에 출현하지 않으며, 진화는 생물이 부분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이 중첩되면서 일어난다. 이러한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조개의 다리, 메뚜기의 날개, 불가사리의 팔 등 동물 하나하나에서 특징적인 부분이나 형태를 집중적으로 살핀다. 이들의 역동적인 진화 과정을 생생히 전달함으로써 호기심도 이끌어 내고 이해도 돕는다.

 

그렇다고 같은 생활환경에서 살아남은 동물이 다 같진 않다.

그래서 같은 생활환경에서도 다른 생존전략을 선택해서 살아남은 동물들을 소개하여, 어떻게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는지를 추적한다.

 

저자 모토카와 다쓰오는 생김새의 생물학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다양하게 접근한다.

특히 생물의 형태와 구조를 이해시키기 위해 다양한 사물에 비유한다. 예를 들어, 오징어는 로켓에, 조개의 제동근은 래칫이라는 톱니바퀴 등에 비유하여 이해를 돕는다. 심지어 포유류와 파충류가 걷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테이블과 테이블 상판 가장자리에 'L자형으로 구부러진 다리'가 붙은 테이블이 등장하는 등 상상을 현실로 표현한다.

 

이 외에도 과감하게 단순화한 그림, 보충 설명을 위한 칼럼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야기한다. 이처럼 생략할 것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직관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어려운 내용도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덕분에 뼛속까지(?) 문과쟁이인 나조차도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가장 재밌는 건 역시 각 장의 끝에 수록된 '동물 찬가'!

저자는 오래전부터 자신이 연구한 동물들에게 바치는 찬가를 짓고 보급하여 사람들이 생물학에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해왔다. 저자는 이 책의 기초가 된 도쿄공업대학의 강의에서 수업시간 끝에 강의했던 동물에게 바치는 '찬가'를 노래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에도 한 장이 끝날 때마다 하나씩, 총 일곱 곡의 악보를 실었다. 노래는 책에서 설명한 내용의 핵심을 재치 있고 웃긴 가사로 전달함으로써 머릿속에 쏙쏙 들어올 수 있도록 도와준다.

 

솔직히 그동안 무척추동물을 보고 외계 생명체처럼 느낀 적이 많다. 생물이라고 하기엔 생김새가 너무 괴상하고 특별히 잘난 점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존재의 이유도 의심스러웠는데 저자는 이 자체가 인간중심주의적인 관점이라고 지적한다. 빠르고 강하고 커야만 잘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척추동물들은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먹고 움직이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인간과 동물은 비슷한 듯 다르다. 동시에 다른 듯 비슷하다.

동물들은 인간에게 없는 구조를 갖고 있기도 하고, 비슷하게 생겼지만 다른 역할을 하는 기관이나 다르게 생겼지만 비슷한 기능을 하는 부위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고 말한다. 그 차이를 추적하다 보면 환경과 진화에 관한 경이로움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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