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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삶의 재발명 ㅣ 마이크로 인문학 9
임지연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두 번의 헤어짐을 겪고 다시 만난 남녀는 서로의 핸드폰에 저장된 상대의 이름을 보며, 그들이 생각하는 사랑이 어떤 것이었던지를 확인한다. 여자의 핸드폰에 그는 '정선씨'였고 남자의 핸드폰에 그녀는 '이현수'였다. 여자는 "나 아직도 그냥 '이현수'야?"라고 묻는다. 남자는 "평생 '이현수'로 살게 해주고 싶어."라고 답한다. 아, 그 순간이- 어찌나 아찔하고 아득하던지.
사랑은 저 멀리서 빛나는 별이 아니라, 현실의 삶 속에서 연인의 공동체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공동체적인 것이란 지배자인 우두머리가 없고, 이미 주어진 강령도 없는 자유롭고 협상 가능한 관계-장소를 말한다. 이 사랑의 장소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사랑의 입법자는 연인들이 되어야 한다. 사랑하라는 정언명령을 따르는 이행자가 아니라, 스스로 사랑의 원리를 만들고 현실화할 수 있는 사랑의 입법자가 되어야 한다. 사랑이 아름다운 것은 연인들이 더 좋은 삶을 살도록 변화시키며, 자폐적인 단독자의 한계를 넘어서 자유와 해방의 조건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1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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