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달과 아기 공룡 스콜라 창작 그림책 50
이덕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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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 공룡이 살았을 때- 아니 하늘에 달이 100개나 있을 때의 이야기 :)
먹는 것을 아주 좋아했던 아기 공룡은 '노랗고 맛있게 생긴 것'이 너무 궁금하다. 그런 아기 공룡에게 "저건 먹는 게 아니야. 밤하늘을 밝게 비춰 주는 달이란다."하는 다정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을 리 없다. 엄마가 잠든 깊은 밤, 아기 공룡은 아무도 몰래 스윽 빠져나와 달을 한 입 베어 문다.

"사각! ...우아! 정말 맛있다!"

 

본디 한번 맛본 달콤함은 웬만해서는 멈추기 어려운 것. 아기 공룡은 결국 100개의 달을 다 먹어치운다. 그리고는 부글부글, 배가 아프기 시작! 엄마에게 한 거짓말이 들통날까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 했지만 꾸르륵꾸르륵 부글부글 빵빵거리는 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실을 고백하고, 100개의 달이 뭉쳐진 커다란 하나의 달 똥을 싼다는 귀여운 결말.

(요만한 아이들이 다 그렇듯) 채니는 달 똥을 싸는 요 아래 장면을 가장 좋아했다. 뿌우웅~ 힘내 공룡아! 할 때 채니도 같이 두 손에 힘을 꽈악!주기도.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예컨대 이런 생각들.
1.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해 이것저것 다 해보다가 결국 배탈이 나 상황을 고백하고야 마는 아기 공룡을 보며 나의 20대를 돌아보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면 아마도 지금 나는 부글부글 꾸르륵꾸르륵 빵빵거리는 달들을 내 몸속에서 소화시키고 있는 중일 지도 모른다.
2. (거짓말을 하긴 했지만, 또 해서는 안될 일을 하긴 했지만) 100개의 달보다 하나의 커다란 달이 더 의미로워(또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나 혼자일까.

그리고
3. (아기 공룡의 순수한 호기심을 끝까지 지켜내준 엄마 공룡을 보며) 자꾸 엄마가 떠올랐다. 엄마는 그간 나의 선택들을 지켜보며 얼마나 많은 순간을 꾹꾹 눌러 담아 참아냈을까. 그 생각을 하니, 100개의 달을 뱃속에서 둥글둥글 잘 뭉쳐서 커다란 달 똥을 잘 싸야겠다는(?) 이상한 생각도 들었다.

물론, 내 아이에게 '엄마 공룡'같은 엄마가 되어주어야 겠다고도.
그러니까 채원아, 엄마는 네가 달을 따 먹겠다는 생각을 한 것- 또 달을 따 먹은 그 실행력에 박수를 쳐줄게. 그리고 네 배가 진짜 꾸르륵꾸르륵 부릉부릉 빵빵거릴 때 네 배를 가만히 문질러 줄게. 정말이야, 약속한다! (그렇지만 식탁 위에서 뛰어내리려는 시도는 제발 하지말아줄래u_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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