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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에 대한 최고의 질문들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외 지음, 마이크임팩트 / 마이크임팩트북스 / 2016년 8월
평점 :
'상실의 시대'라는 타이틀이 낯설지 않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그것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그렇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무엇인가를 잃어버렸음에 분명하다. 어쩌면,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모르기 때문에 되찾아오지 못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함께 고민해보기로 한다. 더 정확히는 그들의 '상실'을 들어보고, 나의 상실된 무엇을 찾아보고자 한다.
이 책 <상실의 시대:그랜드 마스터 클래스>는 올해로 3회째 열린 마이크임팩트의 '그랜드 마스터 클래스:빅 퀘스천'을 다시 한번 책으로 엮은 것이다. 낮 12시부터 저녁 8시를 넘기도록 하루 종일 강의를 듣는 이른바 '생각축제'인데, 책에서는 그중 7인의 강연만을 담았다. (실제 이 강의는 사흘 동안 총 21명의 선생님을 모시고 진행됐다. 개인적으로는 유키 구라모토의 강의가 굉장히 궁금했는데 이 책에는 빠져있어 아쉬웠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려면 내년에는 꼭 그 현장에 가는 수밖에;ㅁ;...)
'그랜드 마스터 클래스:빅 퀘스천'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강단에 세우고 그들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또 당연하게도 그 대답은 각기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 그들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또 그들 각자의 생각에 따라. 이 책에는 <생각의 탄생>의 저자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문학평론가 정여울, 시사평론가이자 방송 진행자인 정관용, 20대 국회의원이자 국내 최초의 '프로파일러' 표창원, 도시사회학자 김정후, 기생충학자 서민, 인문학 교수 이진우의 이야기가 담겼는데- '상실의 시대'라는 다섯 글자를 두고 누군가는 사회 정의를 말하기도 했고, 또 누군가는 창의성을 또 다른 누군가는 '나를 찾는 법'을 말하기도 했다. 실로 '그랜드 마스터 클래스' 청중이 된 것처럼, 한자리에서 쭈욱- 이 책을 다 읽었는데(본문도 강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이라, 꽤 두툼한 볼륨에도 불구하고 한자리에서 읽어내는데 무리가 전혀 없었다), 대체로 모두 흥미로웠으나 특히 서민과 이진우의 강연이 좋았다. (기생충에는 1도 관심 없었던 내가 그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어낼 수 있었던 것은 책이 구어체로 쓰였다는 것과 그가 진짜 얘기하고자 했던 것이 기생충 그 자체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것의 이야기로 말미암은 우리의 생존법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경우의 무지가 있는데, 우리가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다면, 그때부터는 진척이 있는 겁니다. 그러니 답을 정해놓고 시작하는 습관을 버리고 문제를 올바로 인식했는지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창의성의 상실과 회복 중에서)
지난 해 겨울, '그랜드 마스터 클래스'를 들으면서도 그랬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도 역시 내내 집중하지는 못했다. 자꾸만 '내'가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어떤 문장을 만났을 때, 목에 턱-하고 걸리면 그것을 쉬이 넘어서지 못하고 그 언저리에서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러면서도 눈은 텍스트를 계속 읽어나가고 있다. 마치 진짜 강연을 듣는 듯 했다. 아마도, 그게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새조충은 가시고기에 사는 기생충인데, 얘네 역시 새에게 가야 짝짓기와 알 낳기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시고기는 찬물을 좋아해서 헤엄을 쳐도 물 깊은 곳에서만 칩니다. 새는 물 깊은 곳에 갈 수가 없잖아요. 이걸 어떻게 해결할까요? 결국 이 기생충은 가시고기로 하여금 찬물이 아닌 따뜻한 물을 좋아하게 만들어요. 그래서 가시고기가 물 밑바닥이 아니라 수면 근처에서 헤엄을 치게 만들죠. 그러면 새가 저거다, 하고 와서 가시고기를 먹고 이 기생충은 자기 뜻을 이루게 됩니다. (서민:기생충이 사라진 세상 중에서
창의성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학습되는 것입니다. 창의성은 영감이 아니라 불굴의 노력입니다. 또한 사실상 지능과는 무관하고 삶의 경험이 가장 중요합니다. 창의성은 문제를 찾고 문제를 제기하고 과제를 제시하는 능력이지, 해답을 도출하는 능력이 아닙니다. 또한 창의적인 사람들은 끈기 있는 초보자들이지 전문가들이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창의적인 사람들은 평범하지 않은 방식으로 다방면에서 훈련받은 팔방미인들입니다. 그래서 이들의 능력은 눈에 띄지 않다가 뭔가 중요한 기여를 하고 나서야 빛을 발하게 됩니다. (로버트 루트번스타인:창의성의 상실과 회복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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