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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추리반 - 청소년을 위한 그림 속 세계 역사
송병건 지음 / 아트북스 / 2021년 4월
평점 :
세계사는 어렵다. 몇 천년의 시간과 전지구라는 넓은 영토, 다양한 문명의 이야기가 모두 얽혀있기 때문이다. 한국사도 듬성듬성 구멍 난 부분이 많은데, 몇 년경에 어디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던가를 아는 것은 내게 너무나도 소원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세계사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지난해부터 겪어온 코로나로 우리가 개별적인 존재가 아님을 다시 한번 확인했기 때문이다. 다행하게도- 손만 뻗으면 세계사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잘 정리된 책과 자료들이 있지만(구글링이나 유튜브를 통해서도 세계사를 압축된 버전으로 훑을 수 있겠고!), 몇 권의 책을 읽는 것만으로 이 많은 정보들이 내 안에 축적될 리 만무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구 반대편에서 아주 옛날에 일어난 어떤 일이 지금을 사는 '나랑 무슨 상관이야?'라고 생각해 외면하지 않고, 다시 한번 들여다보는 일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하다. 지금-여기를 사는 '나'는 그때-거기를 살았던 사람들의 시간 위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가 서론에 서술한 역사 공부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역사는 주입식과 가장 거리가 멀어야 하는 과목입니다. 역사 공부란 어떤 사건이 중요한지, 그 사건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거기서 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지를 탐구하는 활동이에요. 한 걸음 더 나아가면 한 사건이 다른 사건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그 사건들이 현재의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곰곰이 따져보는 활동인 것입니다. 역사 공부의 핵심은 과거의 사건을 해석하는 것이지 마구잡이로 암기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지요. 달리 말하면 역사를 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호기심 가득하고 분석력 뛰어난 '탐정'이 되는 것입니다. 마치 셜록 홈스처럼 말이에요. (본문 중에서, 4-5쪽)
책은 역사의 탐정이 되기 위한 사료로 그림을 선택했다. 그림은 문자가 발명되기 이전부터 사람들의 표현 수단으로 기능해왔다. 문명이나 언어가 달라도 '그림'은 즉각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고, 오늘의 우리는 시각자료를 보는 데 굉장히 익숙하므로 낯선 세계사를 탐구해가는데 흥미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선택한 그림이 유명한 화가가 그린 명화에 국한되지 않고 삽화나 포스터, 광고물 등 다양한 시각자료로 확장된 것 역시 좋았다. 특히 '현대' 파트에서는 잡지나 신문에 실린 이미지가 많아, 만나게 되는 숱한 이미지들을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역사적 사료를 살펴 추리하고, 사료가 말하는 것뿐만 아니라 말해주지 않는 것이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하며 역사에서 있었던 비슷한 상황을 놓고 유추해보는 경험들은- 모두에게 큰 자산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의 어떤 사료도 모든 역사적 사실들을 기록하고 있을 수 없다. 거기에는 필연적으로 '행간'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 빈틈을 채우는 상상들이 모이면 그때-거기에서 일어난 일들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