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경험치를 쌓는 중입니다
김수정 지음 / 아트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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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애호가라 하기에는 멋쩍은 면이 있지만,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림 앞에 서서 그간 만나왔던 이야기나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올리는 것도 좋아하고,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다 어떤 그림이 불현듯 겹쳐 보이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유럽을 여행하면서는 일정 중에 미술관만큼은 빼놓지 않고 꼭꼭 눌러 담았더랬다. 유명한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물론이고, 현지인만 찾을 것 같은 작은 미술관에도 들렀다. 그렇게 그림 사이를 산책하다가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그림들이 좋았다. (사실 작품들 만큼이나 미술관을 산책하는 유럽 사람들을 구경하는 일도 좋았다) 일상 가운데서는- 좋아하는 작가의 특별전이 열리면 다이어리에 표시해 두었다가 챙겨보곤 했다. 약속된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언제 볼지 모르는 작품들이라 여행 중에 부러 찾아갔을 때보다 더 마음이 갔다. 사실 그마저도 그렇게 열심히는 못했다. 마음만 먹으면 오늘에라도 당장 갈 수 있다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일상에서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에는- 그마저의 미술관 산책도 하지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워킹맘이라는 일상의 무게에 조금씩 밀려나던 일이 코로나를 맞으면서 사회적 이유가 덧대어져 더 멀어졌다. 작품 사이를 산책하던 일도, 작품 앞에서 오래 머무는 어떤 관람객의 뒷모습을 보던 일도 오래된 추억처럼 흐릿해져가던 찰나였다. 그러던 중에 읽은 이 책 <미술 경험치를 쌓는 중입니다>는 기꺼이 내 방으로 미술을 불러들였다. 책장을 넘긴지 얼마 되지 않아 저자가 미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게 되었고- 그가 사랑하는 미술을 우리 모두의 일상에 선물하고자 하는 마음이 얼마나 폭신한 것인지도 느끼게 되었다. 저자는 아주 말랑말랑하게 누구나 쉽게 미술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을 가이드 한다. 오르세 미술관이나 테이트 모던 등 유명한 미술관들의 공식 SNS 계정을 팔로우하는 것부터, wikiart를 브라우저의 시작 페이지로 설정해 두는 것(매일 오늘의 작품을 선정하여 보여준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갤러리를 검색하는 법이나 지금 하는 전시들을 찾아보는 법, 핸드폰을 활용해 가볍게 디지털 드로잉을 해보는 것까지- 저자는 아낌없이 자신만의 '미술을 가까이에 두는 법'을 소개한다.


책을 읽다 보니, 코로나도 워킹맘도 모두 핑계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작품을 대면했을 때 오는 위압감이랄지, 감동이랄지 하는 것들은 디지털로 쉬이 대체될 수 없는 무엇이기는 했다만- 디지털로 만났기에 즐길 수 있는 특별한 방식들도 분명히 존재했다. (나만의 색으로 그림을 채워본다던가, 뉴욕에 있는 그림과 파리에 있는 그림을 나란히 띄워두고 감상하는 것, 고화질의 작품을 다운로드해 500%로 확대해 작품을 아주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는 것 등등) 미술관에 가기 어렵다고, 보고 싶은 전시가 너무 멀다고 속상해할 것 없이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나만의 미술 루틴을 만들어야겠노라고 생각했다.



책이 소개한 많은 팁들 중 구글 'Art&Culture' 앱이 특히 좋았다. 매일 다른 주제의 아티클을 읽을 수 있는 것도 그렇거니와- 작품을 활용한 인터랙티브(작품을 활용해 직소퍼즐을 맞추게 한다던가, 컬러링을 하게 한다던가)도 흥미로웠다. 컬러를 선택하면- 그 컬러가 주로 쓰인 많은 작품들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방식도 재미있다. 작품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장소에 대한 이야기랄지, 음악에 대한 이야기도 적지 않아 예술 전반의 교양과 지식을 쌓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주 마주치고, 자주 바라볼 것. 그러는 사이- 자연스럽게 나만의 미술 루틴이 쌓여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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