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자유로워질 것인가? - 불안감에서 벗어나고 싶은 현대인을 위한 고대의 지혜 아날로그 아르고스 2
에픽테토스 지음, A. A. 롱 엮음, 안규남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자유'는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가치다. 하지만 우리에게 '자유가 무엇인가'하고 묻는다면 우리의 대답은 제각각일 것이다. 자유를 갈망해왔으면서도 그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깊게 고민해 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위대하고 중요한 가치인 '자유'는 대체 무엇일까? ... 질문을 마주하며 나는 '~로부터'라는 전치사를 떠올렸다. 무엇으로부터 자유롭고자 하는가? 노예제로부터, 계급으로부터, 돈으로부터, 사상으로부터. 혹은 신체를 내 의지대로 움직일 자유, 생각하고 표현할 자유, 오늘 나의 삶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선택할 자유. 그러니까 자유는 무엇인가 나를 속박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 아닌가, 하고.

이런 생각 앞에서 책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1) 건강과 부처럼 흔히 좋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항상 그리고 본질적으로 우리에게 이로운가? (2) 그것들이 행복에 필수적인가? (3) 그것들은 우리에게 달려있는가? (4) 그것들은 정신에 달려있는가? (5) 그것들은 우리의 이성적 본성과 조화되는가? 스토아 철학자들의 결론처럼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이 모두 명백히 '아니오'라면 흔히 좋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얻거나 흔히 나쁘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피한다고 해도 행복할 수 없다. (본문 중에서, 28-29쪽)

이 책 <어떻게 자유로워질 것인가?>는 우리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자유'의 개념을 뒤흔든다.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는 것이 자유가 아니라는 뜻이다. 같은 맥락에서 모든 일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되기를 바라는 것은 자유가 아니다. 외려 자유는 모든 일이 일어나게 되어있는 대로 일어나기를 바라는 과정에서 피어난다. (저자는 그것이 교육이라고도 썼다) 오늘 날씨가 너무 춥다고, 기온이 20도쯤 올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유로운 것일까.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자유는 상황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주위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본성 그대로 두면서 우리의 정신이 일어나는 일과 조화되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에 우리에게 온다.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만 둔다면- 자유는 어디에서, 어떻게 발현될까. 에픽테토스는 우리의 자유가 우리 정신 안에서, 우리에게 달려있는 것으로 발현된다고 보았다. 그것은 정신의 영역으로,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으로 자유롭고 독립적이고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유일무이한 영역이다. 예컨대 무엇인가를 판단하는 것, 어떤 행동을 하게 되는 동기, 무엇인가를 욕망하거나 혐오하는 것 등은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있다. 자유는 여기에서 온다. 무력하고 노예적이며,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를 자산이나 평판, 사회적 지위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인정하고, 직시하고 나면 상당 부분에서 자유로워진다. 사람들이 나의 노력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고 해서, 파티나 모임에 초대받지 못했다고 해서- 명예가 없는 것은 아님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세상 그 누구도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아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을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라고 가치 평가할 뿐인데, 실제하는 그가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아니므로, 그를 그렇다고 평가한 사람만이 무안해질 뿐일 테다) 그리고 우리는- 세상 모든 사람에게 중요한 사람일 필요가 없다. 우리는 우리에게 달려있는 것에서만 중요한 사람이면 되고, 우리에게 달려있는 것에서 우리는 최고일 수 있다. 그거면, 충분히 자유롭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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