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악센트
마쓰우라 야타로 지음, 서라미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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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의 일상은 무척이나 단출하다. 오전 6시 15분에 일어나 아이가 일어날 때까지 책을 읽는다. 아이가 일어나면 아이와 일상을 보낸다. 아이가 잠깐 다른 것에 집중한 사이 곁에 둔 에세이집이나 시집을 펼친다. (하지만 언제나 잠시뿐) 다시 아이와의 시간을 갖는다. 요즘 딸아이는 오후 11시가 넘어야 겨우 잠든다. 아이가 잠들면 다시 책을 조금 읽거나, 강의를 듣는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은지 벌써 2주가 다 되어간다. 하지만 전혀 답답하지 않다. (스스로에게 의아할 정도로;ㅁ;...) 의외로 견딜만하다 싶은 것은, 아이와의 시간이 쌓이면서 서로에게 맞물려 들어가면서 일 테고, 또 그 사이사이에 잠깐씩이라도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저자가 자신의 일상을 밝힌 마지막 글을 읽으며, 그의 오늘과 나의 오늘이 닮아있어 좋았다. 뭐랄까, 이 단출함이 순간 '단정함'으로 읽혔달까)

이 책 <일상의 악센트>는 타인의 재능을 발견하는 것이 재주인 40대 후반의 한 남성이 자신의 단정한 일상을 기록한 에세이집이다. 어느 에세이집이 바람 많이 부는 날의 파도 같다면, 이 책은 호수를 닮았다. 늘, 항상 거기에 있다는 저이나- 주위를 산책하거나 조깅하기 좋도록 잘 정돈해둔 점, 호수의 모양을 따라 심긴 나무들이 철따라 각각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점도 그렇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지만, 그 안에서는 계속해서 변화가 일어난다. 그리고 문득 고개를 들어 그 변화를 감지했을 때, '아름답다'라던가 '근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은 마치, 저자의 단골 바 바텐더들의 근사한 몸가짐의 이유와도 같다. 몸에 힘을 빼고 몸을 쭉 펴서 곧게 서 있는 것,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하지만 과하지 않은) 인사, 자세를 갖추고 조용히 품위 있게 걷는 것이 그들의 근사한 몸가짐을 만들었다. 오늘의 나를 아름답고 근사하게 만드는 것은 그렇게 거창한 일이 아니었다는 데서 흠칫 놀랐다. 그저 나를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보는 것. 한걸음 물러서서 나를 살펴보고 지금의 내가 아름다운지 아닌지를 상상하며 스스로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훨씬 더 근사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

가장 간단한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가장 간단한 것을 아름답게 할 수 있다면 제 몫을 할 수 있습니다.

아름다움이란 조심스럽고 부드럽고 조용하고 느긋한 것입니다. 무엇 하나 빠져서는 안 됩니다.(109쪽)

 

그의 에세이 안에서 오늘의 나를 점검하고, 조금은 객관적으로 나를 보는 시선을 갖게 되었다. 눈에 보이는 '나'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나'도 들여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를 살핀다는 것은 단순히 나의 외양을 살피는 것이 아니라 한눈에 봐서는 보이지 않는, 숨어있는 나의 어떤 면을 발견하는 것이다. 어쩌면 내가 발견해내지 못해서 빛을 숨기고 있었을 내 모습에 자양분을 주는 시간이 생기면 좋겠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오늘의 나를 조금 더 멋지게, 근사하게 만들어주기를.

진심으로 본다는 것은 숨어 있는 것을 꺼내는 것이다.(1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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