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의 심리학 - 비로소 알게 되는 인생의 기쁨
가야마 리카 지음, 조찬희 옮김 / 수카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많은 사람들이 늙는 것과 아름다움을 잃는 것에 지나칠 정도의 공포심을 가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늙는 건 나쁘다'는 생각과 '젊으면 젊을수록 가치가 높아진다'는 사고방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하지만 누구나 내일이 되면 오늘보다 하루 더 나이든다. 주름이 생기고 피부가 처지며, 흰머리가 생기고 나아가서는 병에 걸린다. 당연한 일이다. 이 잔혹한 사실만은 아무리 본인이 스스로를 관리한다 한들 바꿀 수 없다. 노력을 하든 안 하든 50년 산 사람은 쉰 살이고, 70년 산 사람은 일흔 살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흐르는 세월을 미용기술과 의료기술로 붙잡으려 애쓰는 대신, 그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자연스레 나이 들어가는 건 어떨까. 하지만 그렇게 여유로우려면 뭔가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더 약해지고 병든 나를 위한 경제적 준비, 나이 들어가는 내 모습을 음미하고 사랑할 마음의 준비. 이 책 <나이 듦의 심리학>은 이제 곧 환갑이 되는 저자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또 앞으로를 준비하며 매우 현실적으로 쓴 '준비 리스트'다.

저자는 올해 쉰 여섯, 독신 여성이다. 책에는 그녀가 살아오며 받았던 숱한 질문들과 대답들, 그리고 앞으로 닥쳐올 질문들이 빼곡하게 적혀있다. 여성이기 때문에, 또 혼자 사는 여성이기 때문에 받아야만 했던 질문들에서 나는 또 마음이 부글거렸다. 하지만 그녀가 앞으로의 삶을 고민하고 준비하는 부분에서는 외려 마음이 차분해져서- 나의 40대를 조금 더 진지한 태도로 고민해보기도 했다. (지난 20년은 짧았다, 그렇다면 금세 여든이 되어있겠지-하고 담담하게 쓴 부분에서 나는 순간 뜨악하고 말았다. 아, 나 아직 너무 어리구나! 하고)

책에서 쓰길, '자아 찾기' 프로그램의 주요 고객은 50-60대라고 한다. 이놈의 자아는 대체 언제까지 찾아야 하나, 싶을 나이에도 자아 찾기가 유효한 이슈라고 하니 30대 중반인 내가 <데미안>을 읽고 헤매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다. 이제 곧 '어떤 사람(혹은 무엇을 하는 사람)'이 될 것인지 결정해야 할 것 같다,라고 생각한 것도 너무 어린 생각임을 이제야 알겠다. 누구와, 어떻게, 무엇을 하며 살 것인지는 아마도 평생 고민해야 할 일인가 보다. 섣불리 결정할 일도, 결정할 수도 없다는 것이 오늘의 내게 큰 위안이 되었다. 그렇다면 역시, 계속할 수 있는 힘만 있으면 될 테다. 소모되지 않고 계속 갈 수만 있다면 어디든 닿아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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