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생 - 에밀 아자르 (로맹 가리)

자기 앞의 생 (특별판)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로맹 가리의 두번째 콩크르 수상 작인 책.

열 네살 소년 모모(모하메드)와 로자 아주머니의 이야기...

태생을 알지못하는 아이로 태어나 버려지듯 로자 아주머니에게 맡겨진 모모와

유태인으로 몸이 쇠약해질대로 쇠약해진 로자 아주머니.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고, 누구도 곁에 있지 않은 두 사람.

그렇기에 서로를 너무나 의지했고, 너무나 사랑했던 모모와 로자 아주머니.

모모의 1인칭 시점으로 쓰여진 이 책.

이 책의 주인공, 열 네살 소년 모모가 보는 세상은 너무나 현실적이다,

너무 일찍 세상이 녹록치 않다는 현실을 알아버린 모모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마음이 참 먹먹해진다.  

그럼에도 이 책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녹록치 않은 생 가운데서도 사랑을 하며 사는 삶을 상기시켜 주기 때문인것 같다.

하밀할아버지와 모모가 그렇게 말하던,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을..
 

생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별로 신경쓰지 않고 살아가게 한다.

하밀 할아버지는 이미 당신의 내면 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

"하밀 할아버지, 하밀 할아버지!"

내가 이렇게 할아버지를 부른 것은 그를 사랑하고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아직 있다는 것,

그리고 그에게 그런 이름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기 위해서였다. 

.......... 

"하밀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

"하밀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도 살 수 있나요?"

..

하밀 할아버지가 노망이 들기 전에 한 말이 맞는 것 같다.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 자기 앞의 생 중 -

[090812]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안전하고 먹이도 거저 주고 사람들이 가끔씩 쳐다보며 예쁘다고 하는 새장 속의 삶,

경계선이 분명한 지도 안에서만 살고 싶지 않다.

그 안에서 날개를 잃어버려 문이 열려도 바깥으로 한 발자국도 나살 수 없는 새가 된다면...

생각만 해도 무섭다.

나는 새장 밖으로, 지도 밖으로 나갈 것이다.

두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다닐 거다.

스스로 먹이를 구해야 하고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그것은 자유를 얻기 위한 대가이자 수업료다.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

길들여지지 않는 자유를 위해서라면.
 

오늘도 나는 행군한다.

지금은 몸에 익지 않은 무거운 배낭을 지고 오르막길을 오르느라 좀 괴롭다.

무엇보다 앞서가는 사람 없이 길 없는 길을 가야 하는 게 제일 힘들다.

이 길 끝은 과연 정상인가, 내가 가진 식량과 장비는 충분한가.

앞으로 닥칠 크레바스와 암벽은 어떻게 넘어가나 하는 생각으로 때로는 버겁고 무섭기도 하다.

그러나 내 능력에 대한 의심이 들 때마다, 기가 꺾여 자신이 없어질 때마다,

몸이 지쳐서 한 걸음 한 걸음이 천근만근일 때마다, 그래서 무릎을 꿇고 싶을 때마다

가슴 저 밑바닥에서 울려온느 진군의 북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나에게 내려진 절체절명의 명령 소리가 들린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 본문 중 -

 

 
 

바람의 딸 한비야. 그녀를 만나게 한 첫번째 책이다.

어린 시절 계획한 '걸어서 세계 일주'를 실현하기 위해 사표를 던지고

7년동안 세계 오지 여행을 한 그녀.

해남 땅끝마을에서 강원도 통일전망대까지 걸으며 우리땅을 걸은 그녀,

2004년 'YWCA 젊은 지도자 상'을 수상한 그녀,

현재 국제 NGO 월드비전 긴급구호 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그녀,

책 표지에 있는 작가소개 만으로도 참 대단한 여성이라고 느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으로는 여행에 관한 글이 씌여있을것 같았는데,

내 기대와는 조금 다른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을 하며

그녀가 겪고, 느낀 일들을 기록한 책이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많은 보수를 받는 것도 아니고,

안전이 보장되지도 않는 곳에 가서

열악한 환경과

고된 생활가운데도

그 일이 내 가슴을 뛰게 하기 때문에

그 일을 계속할 수 밖에 없다는

한비야를 보며

그녀가 너무나 존경스럽고 멋있었다.

 

이 책을 통해  ' 우리는 천사의 눈물을 보았다' 에서 본 오지의 아이들을 보았다.

이런 책을 보면 마음이 아린다.

 

지구에는 60억 인구를 모두 먹여 살리고도 남을 충분한 식량이 있지만,

세상의 60억 인구 중 30억이 끼니 걱정을 하는 사람이고, 

지금 지구 어딘가에선 3초에 한 명의 생명이 죽어가고있다는 것,

 

50달러 (우리돈 5만원)에 담보노동 어린이가 되어 하루 종일 일을 하느라

햇빛아래서 실컷 놀아본 적도 없는 아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했다.

 

만 원에 사람이 죽고 사는 긴급구호 현장을 보게 했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상황도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보게했다.

 

그리고

컴패션에서 만난게된 케냐에 있는 내 첫째딸 "제리다"에게 매달 보내는 얼마의 돈에

난 누군가를 돕구있으니까 됐다며 무심하진 않았는지..부끄러웠다.

 

 

한 달에

내가 마시는 커피 한 잔만 줄여도,

밖에서 사먹는 밥 한끼 만 줄여도,

몇 명의 아이를 살릴 수 있다는 걸

다시금 생각하게 한 책이다

[090718] 참 서툰 사랑 - 이정하

참 서툰 사랑 - 사랑에 서툰 우리를 위한 치유 에세이
이정하 지음 / 소울 / 2009년 7월

 

누군가를 만나면 겁부터 먹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의지와 달리, 지난 모든 상처 따위는 모른다는 듯,
또 요동치는 마음을 보며 지레 겁을 먹는 당신에게,
사랑 앞에서 또 서툴 거라며 발부터 빼는 당신에게,
안돼 사랑 놀음은! 하며 마음을 단속하는 당신에게,
그 마음을 그냥 방목하라고 당부하고 싶어서 많은 말들을 고르고 고른다.
............ 
 참 서툰 사랑 , 사랑에 서툰 우리를 위한 치유 에세이.. 
 


한 때 시를 좋아하던 감성을 갖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이정하 시인.
오랜만에 그의 책을 만났다. 

시집이 아닌 에세이집이지만...
시집 못지 않은 감성이 느껴지는 책이다.
 

시집에도 그렇게 그렇게 만남, 사랑, 이별..에 관한 들들이 씌여있더니,
에세이집에서 역시 그러한 패턴은 여념이 없는것 같다.
책의 사진들도 그렇고 작가 특유의 글도 그렇고
참 감성을 자극하는 책이다. 

#43. 아껴둔 사랑은 적립되지 않는다.
 

지난 사랑에서는
매일매일 만나면 쉬 지칠까봐
사랑을 아껴두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처음부터 너무 불사르지 말고,

하지만 뒤로 넘기고 넘겨진 잉여의 사랑이
손상되지 않은 채로 보존되는 게
절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사랑은, 매일 나눠먹기 알맞게 포장되어 있어서
전자렌지에 넣었다 꺼내기만 하면 데워지는 포장 식품 같은 게 아니다.
뜨거울 때 열심히 사랑해야 한다.
영원히 지켜지는 온도 같은 건 없다.

(p.208)

[090724] 연애 소설 읽는 노인 - 루이스 세풀베다

연애소설 읽는 노인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3월

돋보기 안경을 쓰고서 연애 소설을 읽고 있는 할아버지를 상상하게 만드는 제목,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이라..뭔가 어울리지 않을것 같으면서도

만약 그런 할아버지가 있다면 왠지 멋있어? 보일꺼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존 부근의 엘 이딜리오에 문명이 서서히 침투하여 노다지꾼들과 술병이 몰려들고, '양키'들은 카메라를 들고 찾아오며,

원주민들은 조금씩 조금씩 삶의 터전에서 밀려나고 있다.

원주민에 섞여 살고자 했던 노인, 마을에서 정글을 가장 잘 아는 노인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그 노인의 낙은 치과의사가 1년에 2권씩 가져다 주는 연애소설을 그의 오두막에 조용히 탐독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소망은 방해를 받는다.

'양키' 중의 누군가가 정글의 맹수를 화나게 했고, 명수가 마을 사람들을 습격하기 때문이다.

노인은 깨진 자연의 균형을 바로 잡기 위해 총을 들고 맹수를 만나러 숲으로 들어간다....  " - 책 앞표지 옆날개 인용- 

 
 

이 책의 스토리는 간단하다. 그리고 책이 빨리 읽혀서 문득 동화책?을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밀림 생활을 하는 노인, 문명, 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밀림을 파괴하는 양키들, 멍청한데 거드름만 피우는 뚱보읍장,

노인이 밀림생활에 익숙해지도록 도왔던 수아르 족, 노인에게 매년 책을 대주던 치과 의사.. 그들의 등장과 사건 사고..

책 읽기 전에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지만..

어찌됐건 제목이 말해주듯 할아버지는 연애 소설을 읽으신다. 그리고 아주 아주 좋아하신다.

 

 ................

 

어느날 우연하 계기로 그는 자신이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것은 그의 평생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이었다.

그는 늙음이라는 무서운 독에 대항하는 해독제를 지니고 있었다.

그는 읽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읽을 게 없었다...

그의 마음 한구석에는 책을 읽고 싶다는 욕망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는 책 한 권 갖지 못하고 우기를 보냈다.
 

그는 생에 처음으로 자신이 고독이라는 짐승에 잡혀 있음을 절감했다.

그것은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쓸쓸한 강당에 찾아와서 하고싶은 말을 몽땅 내뱉은 뒤에

유유히 사라지는 교활하기 이를 데 없는 짐승같았다. 
 

그때부터 그는 어떻게 하면 책을 구할 수 있을까 하는 궁리에 빠진 채 하루하루를 보냈다. ..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플로렌스 바클에이의 '로사리오'를 펼쳤다.

그 책은 어쩌면 그가 진작부터 찾아 헤매던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 책에 담긴 건은 사랑, 온통 사랑이었다.

그 책은 그가 오두막의 창문 앞에서 수없이 읽고 또 읽은 텍스트가 되었다.

그리고 그 책은 나중에 치과 의사가 가져다 준, 세월보다 더 끈질긴 사랑과 불행을 담고 있는,

다른 책들과 함께 지금처럼 마음이 착찹해진 노인이 다시 찾아 줄때를 기다리며

다리가 긴 탁자 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 본문 중..-

지금 사랑하지 않는자, 모두 유죄 - 노희경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지음 / 김영사on / 2008년 12월

유명한  드라마 작가

노희경 작가의 에세이.

그녀가 유명한 드라마 작가라고 하는데...

유감스럽게도 그녀의 드라마 중 첫 회부터 끝 회까지 본 것이 없다.

그래도 가장 많은 편을 본 게 "꽃보다 아름다워" 와 "그들이 사는 세상" 였던것 같다.

이 책 제목만 보고는..

사랑에 관한 에세이인가 싶었는데..

사랑, 일, 가족, 친구,...에 대한

그녀가 그동안 간간히 적어놓았던 글들이 담긴 책.

책은 이제서야 읽어봤지만

제목은 몇년전부터 알았던 글귀..로 유명한 책.

물론 제목처럼 좋은 글도 있었고

그녀가 글을 쓰기 위해 참 열심히 무던히도 애써왔다는 생각이 들게한 책이다.

그러나..

솔직히 그녀는 책을 쓰는 작가보다는

드라마 작가가 더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게한 책이다.

설레임과 권력의 상관관계 (p.49)

한 감독이 생에 최고의 대본을 받았다.

한 남자는 오늘 첫 취업 소식을 들었다.

한 남자는 내일 꿈에도 그리던 드라마국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이렇게 일이 주는 설레임이

한순간에 무너질 때가 있다.

바로 권력을 만났을 때다.

사랑도 예외는 아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강자이거나 약자라고 생각할때,

사랑의 설레임은 물론 사랑마저 끝이 난다.

이 세상에 권력의 구조가 끼어들지 않는 순수한 관계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설레임이 설레임으로만 오래도록 남아있는

그런 관계가 과연 있기는 한 걸까?

아직은 모를 일이다. 

친구들에 관한 몇 가지 편견들 (p.45)

철이 들며 알아가는 것은 천혀 다릅니다.

그 누구도, 친구 아니라 부모와 형제도

나 자신만큼 소중할 순 없고,

목숨을 담보로, 재물을 담보로,

그 어떤 것을 담보로 의리를 요구하는

친구는 친구가 아니다.

늘 친구의 편에 선다는 것이 반드시 옳진 않다.

주고도 바라지 않기란 참으로 힘이 들다.

살다 보면 친구를 외롭고 괴롭게 버려둘 때가

허다하게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가 되는 것이 친구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p15)

사랑하지 않는 자는 모두 유죄다.

자신에게 사랑받을 대상 하나를 유기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