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무역, 희망무역 - 아시아의 여성 공정무역을 중심으로
김정희 엮음 / 동연출판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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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비싸게! 공정하게! 살 수는 없을까?

온통 사람들이 “좀 더 싸게 살 수는 없을까?”를 고민하지만, 나는 물건들을 조금 적게, 대신에 조금 비싸게 사고 싶어졌다. 비싼 명품을 사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돈을 좀 더 내가, 그 만큼의 이익이 생산자에게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물건을 “싸게” 만들기 위해서는 그 속에 “착취”를 통해서 “불공정”하게 이익을 취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래서 “좀 더 비싸게” 물건을 구입함으로써 생산자에게 이익이 돌아가고, 그 속에는 “공정”이라는 말이 포함되어 있다.

made in 중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 등 여러 아시아에서 만들어진 제품들은 정말 싸다. 하지만 싼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곳의 환경을 파괴하고, 과도한 농약을 사용하고, 과도한 화학약품을 사용하여, 그곳의 사람들은 점점 생활 터전을 잃어간다. 우리가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종이는 동남아시아의 울창한 숲을 베어서 나온 것이며, 이를 통해 그들은 점점 생활 터전을 잃어가고, 도시 빈민으로 내몰린다. 즉, 가난해서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했더니 가난해지는 제3세계가 늘어나고 있다. 그것도 빈곤은 고스란히 힘없는 약자인 아이들과 여성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빈곤의 여성화가 전 세계적인 현상인 것이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스미스’요원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그동안 이곳에 있으며 깨달은 진리를 하나 가르쳐 주지. 너희 종족을 어떻게 분류할까 생각하다 깨달은 진리인데 너희는 사실은 포유류가 아니란 것이야. 지구상의 모든 포유류는 본능적으로 자기가 사는 환경과 조화를 이룰 줄 아는데 너희 인간은 그렇지 않거든. 너희는 어떤 장소로 옮기면 그곳에서 번식해서 그곳의 자원이 바닥 날 때까지 번식을 계속하지. 그래서 생존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은 또 다른 장소로 퍼지는 것이야. 지구상에 또 하나 이런 패턴을 따르는 생명체가 있는데 그게 바이러스지.”

스미스요원은 인간이 바이러스이고 자신들이 치료제라는 결론을 내린다. 물론 그 결론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많더라도, 그의 말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의미는 분명히 다르게 읽어낼 수 있다. 이 대사를 처음 들었을 때, 충격적이었으며 심지어 속상하기까지 했다. 오랫동안 인간은 지구와 함께 살아왔다면, 최근에 나타난 환경오염으로 인해 인간은 지구에 위협적인 존재가 되었으며 지구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이 공기 속에 둥둥 떠다니고 있다. 그리고 이는 점차 현실이 되는 것처럼 보이고, 우리는 왜 환경과 그렇게 조화를 이루지 못하게 되었는지 반성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더욱더 속상한 점은 우리 스스로 반성을 통해서 이런 사실에 대해 성찰을 통해서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뼈아픈 독설을 스미스요원에게 들어야 했는가 하는 점이다. 선글라스를 끼고 차가운 표정을 한 그의 말에 나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차가운 스미스요원에게 우리가 따뜻한 미소로 여기 “공정무역”이 있고, 이것이 “희망무역”이라고 말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신자유주의 칼바람이 불어치고, 밑도 끝도 보이지 않는 금융경제의 추락 속에서도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연대의 끈이 있고, 서로서로가 파괴되지 않고 공생함으로써 살아나갈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공정무역, 희망무역”이 아닐까? 현대인들은 유기농을 위해 2~3배 비싸게 음식을 사고, 유기농 면화를 위해 또 다시 2~3배 비싼 값으로 물건을 구입하지만, 아시아의 여성들은 오히려 그들의 삶의 터전 속에서 유기농 음식을 먹고, 유기농 면화를 입고 생활했었다. 개발을 하고 삶의 터전을 없애고, 다시 유기농을 위해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하는 개발의 폐해를 우리는 겪어왔다. 그러나 제3세계 여성들은 파괴하지 않는 방법으로, 비싼 대가를 치루지 않더라도 삶의 보전하고 더불어 인간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유기농 음식과 면화를 생산하며, 그들의 지혜를 우리에게 조금 나눠주고자 희망의 손길을 뻗친다. 우리는 그 손을 팽개치기 보다는 또 손을 따뜻한 마음으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물건의 값을 깎는 것이 아니라, 조금 비싸게 느껴질지라도 “정당하게!!!!” 구매하는 것이 서로 살아남는 방법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공정무역 희망무역』이 지금 위기에 직면하여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에서 우리에게 한줄기 희미한 빛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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