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 물의 마을이 사라진 날 - 기적의 자원활동 이시노마키 모델의 탄생
나카하라 잇포 지음, 이희라 옮김 / 에이지21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3.11 물의 마을이 사라진 날-기적의 자원활동 이시노마키 모델의 탄생

 

나카하라 잇포 지음

 

 

작년 3월 11일에 일어났던 쓰나미.

티브이로 영상을 보면서도 소름이 돋을만큼 자연의 힘 앞에 인간사의 무력함만 확인할 뿐이었다.

자동차며 건물이며 도로며 그까짓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인간이 만든 무게나 높이나 강도는 순식간에 허물어졌다.

 

대재앙 이후 처참한 현장은 어떻게 복구될 것인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정리를 하고 제 자리를 찾을 것인가.

 

수십년을 일군 마을을 단 한 순간에 풍비박산 낼 수 있는 자연 앞에서 느낄 수 있는건 인간의 무력함과 미미함이지만 복구를 해야 하는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한사람 한사람의 힘이었다.

 

3월 재해 이후 9월까지 십만 명이 넘는 자원활동가가 전국에서 이시노마키로 몰려들었다고 한다.

천 명이 모여 시가지를 청소하고, 한집 한집의 오물과 진흙을 씻어내었다.

집과 재산을 잃은 사람들에게 배식을 하고, 수많은 지원물자를 분류하고 저장했다.

 

하지만 도와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모인 사람들이라고 해서 당연히 도움이 될거란 생각은 틀렸다.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고, 그 사람들이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려면 그만한 시스템이나 물자가 있어야 했다.

자원활동가들을 업무별로 배치하고 동선을 짜고, 그들의 잠자리와 음식, 화장실에 대한 대책도 필요했다.

 

또한 재해상황을 효과적으로 복구해내기 위해서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발휘된 기지, 책임을 감수한 결단이 필요했고, 자원활동가들이 현지에 폐가 되지 않도록 원칙을 세우면서 동시에 자발적으로 모여든 참여자들의 자발적 제안을 수용할 수 있는 열린 자세가 필요했다.

 

이렇듯 책은 '재해지역 자원활동가 운영 지침서/ 노하우북'의 면모와

동시에 이시노마키의 효과적인 복구를 가능하게 했던 기업의 CSR, 자위대, 자원활동가를 받아들인 지자체, 행정 등의 혁신적 지원사례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이를테면, 재해 이후 이재민에게 제공될 비상식량을 위해 우선 주인 허락보다 식료품을 수거하자는 시청 직원의 결단,

버스기사와 활동가들이 지원물품이였던 아이패드를 활용해 피해지역을 파악하고 동선을 확보하는 등 창의적으로 문제상황에 대처한 것,

대 주민 피해와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자원활동가의 음주는 금지를 원칙으로 했지만, 주 1회 정도는 모두 시가지에 나가서 자유롭게 쇼핑할 수 있도록 하는 융통성을 발휘하기도 했다고 한다.

 

아무쪼록, 긴박하고 열악하기가 상식범위 밖인 상황에서 자칫 무쓸모의 존재가 될 수 있는 자원활동가들이 기능할 수 었던 것은

이시노마키의 모델에는 자원활동가 조직운영 전문가, 현장상황의 파악+신속한 대책, 대규모 자원활동가 수용기반,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문제해결에 앞장선 기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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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아주 구체적인 사건(2011.3.11. 일본대지진)을 통해 얻은 재해복구과정의 성과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자원활동 일반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자원활동은 재해지역이나 각종 인프라가 부족한 저개발국가와 같이 맨파워를 필요로 하는 곳에 기여하지만, 다른 차원에서도 기능적이다.

 

현대인들은 어떤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가.

개개인으로 파편화되고 '신자유주의 무한경쟁' 사회에서 각개전투하느라 고단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지 않는가.

특히나 젊은 이들은 서열화되는 경쟁 속에서나 성취감 비슷한 것을 느낄 수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원활동에서 경험하는 것은 어쩌면 집단적인 몰입과 소속감이리라.

수백, 수천 명이 폐허가 된 지역을 복구시키는 데 온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붓는 상황이다.

내가 하는 일의 정당성이나 필요성에 대해 굳이 고민할 필요가 무엇인가!

당분간이라도 자기정체성이라든지 적성, 진로라는 것을 찾기 위해 답 안 나오는 질문을 하염없이 던지는 것을 멈출 수 있다.

그럼에도 현재 자신의 존재는 미친듯이 명징하다. (이틀동안 몸을 움직여, 오물과 진흙으로 폐허가 된 집이 제모습을 갖추는 것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같은 것을 위해 일하고 있는 다른 자원활동가들은 또 다른 자아일지니,

다른 활동가들로 확장된 참가자들의 자아는 자신의 손으로 무언가를 변화시키고 그 변화를 목격하며 더욱 자기 효능감을 느낄 수 있겠다.

다만 경쟁사회에서 그들이 여태까지 경험한 성취감과 다르다면,

1. 협력함으로써 이룩한

2. 컴퓨터 속의 가상현실이 아닌, 책 속의 이론이 아닌, 손으로 만들어낸 리얼 경험이 주는

성취감이라는 것이다.

 

또한 누군가의 삶을 거드는 청소나 거처마련, 배식 등 돌봄영역의 활동이 참가자들로 하여금 더욱 존재감을 느끼게 하지 않나 싶다.

 

한국의 많은 대학생들이 해외봉사나, Habitat for humanity(재해지역, 저개발국 등에 건물을 지어주는 자원활동)등 자원활동에 대한 '로망'으로 가지고 있는 듯하다. (비슷한 이유에서 수험생시절 나의 로망은 박카스 국토대장정이었나.)

 

이들은 무엇을 원하는 것인가.

자원활동틀 통해 현재의 체제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이라면 굳이 수해가 나거나, 해외에 가거나 하지 않아도 사람의 힘을 필요로 하는 곳은 많다.

바로 농촌...

농사가 규모화, 기계화되어도 여전히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작업과 작물이 있다.

농촌인구는 고령화되고 점차 줄어들고 있으니, 그런 작물 또한 점차 재배량이 줄어들어 문제다. (이 역시 재해라면 재해 아닌가. 아무튼...)

 

해서 고민이 생겼다.

당장 주말마다 짓는 300평의 농사와 자원활동을 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욕망을 매칭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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