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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효진의 공책
공효진 지음 / 북하우스 / 2010년 12월
평점 :
일회용 컵 하나 쓰는 것만으로도 죄책감에 시달리고, 운전면허가 있음 차를 사고 운전을 해댈까봐 면허조차 따지 않았던 20대를 지나고 이젠 이런저런 생활과 업무의 편의성과 관련된 핑계를 대가며 하루에 일회용 컵도 몇 개나 써대고 추운 날엔 당연한 듯 운전을 해 출근한다. 그래도 분리수거는 확실하고 철저하게 하고 있잖아...라는 어이없는 핑계로 께름칙한 마음을 대충 덮어가면서.
이런 내가 스스로도 불편해질 무렵 크리스마스 이브에 선물로 받게 된 "공효진의 공책". 커피 한 잔을 홀짝 거리며 늦은 저녁 후루룩 다 읽어버렸다. 그리고 며칠 째 침대 옆에 놓아둔 채 생각 날 때면 한 번씩 사진이며 글들을 보게 된다.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일수 있다. 하지만 종이에 붙어 있는 테이프를 열심히 제거하고, 플러그를 부지런히 빼 놓고, 물샤워만 하고, 손수건을 부지런히 챙겨 다니고, 설거지 개수대에 있는 음식물에 세제가 섞일까봐 음식물부터 먼저 음식물쓰레기통에 버리고, 경차를 타고 다니는 이제 갓 서른인 이 배우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어색하다 싶으면서도 눈 앞에 푱~그려지는건 왜일까? 종종종종 열심일 그녀의 모습이 참 귀엽고 대견하다. 누구나 생각은 한다. 또 이야기는 한다. 그러나 정말 진심으로 실천에 옮기고, 또는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 나 역시도.
책에서도 언급하긴 했지만 해도 책을 쓰기 전과 쓰면서 혹시 나무라는 듯 들릴까, 앞으로 나의 생활에 혹시 영향을 줄 지도 모를 이런저런 반응에 많이 고민했을 거라 생각한다. 업무 메일 하나 쓰면서도 오만가지를 다 생각하게 되는 요즘인데...공인으로 환경 관련 책을 내는 데에는 꽤나 큰 용기가 필요했을거다. 하지만 충분히 진심을 느낄 수 있었기에 염려하지 말기를.
상쾌한 바람과 쨍하니 맑은 하늘, 풀냄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