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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의 커피 교실 - 쓸데없이 재밌는 커피 가이드
졸라(Zola) 지음, 김미선 옮김 / 넥서스BOOKS / 2022년 11월
평점 :
⠀언제였더라? 남편이 자기가 텔레비젼에서 어떤 여행프로인지 다큐멘터리를 짧게 스치듯 본 이야기를 해줬다. 외국 어느 지역의 원주민들이 커피를 끓여 마시는 모습이 나왔는데, 집 주변에 무심하게 자라나 있는 커피나무에서 빨간 커피콩을 따서, 그대로 냄비에 넣어 모닥불에 끓여 마시더라고. 로스팅이고 그런거 아무것도 없이 그냥 빨간 열매를 물에 넣어 끓여 마시는데 캬~ 그게 바로 오리지날 커피가 아니겠느냐며. 나는 남편의 말을 절반 정도만 믿고 솔직히 절반 정도는 안 믿었지. 이 양반 이거 뻥 아녀!?!?!? 그런데... 이번에 '올리의 커피 교실'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야 엇? 이왜진... 남편이 봤다는 그 영상은 진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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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아주 좋아한다. 커피 없이 못 살아. 커피는 나의 또다른 피. 주기적으로 커피 수혈을 해야만 하루가 시작되고 시작하고 나서도 두 잔 이상은 기본으로 마시는 것 같다. 커피 푸림 설탕, 둘둘둘을 타마시던 엄마 옆에서 프림을 퍼먹던 시절부터, 좀 더 지나서는 자판기 커피의 힘으로 버티던 고등학생 시절을 지나 스물몇살의 달콤한 마끼야또에 빠진 시기를 지나 지금의 아메리카노까지 무수한 커피를 마시며 살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커피에 대단한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믹스커피도, 라떼도, 아메리카노도 좋았고 친구가 타 주는 커피도, 내가 사서 마시는 1500원짜리 커피부터 만 오천원짜리 커피까지 다 좋았다. 딱히 원두를 가리거나 커피의 맛을 세분화해서 느낄 틈도 없었고 지식도 부족했지만 커피는 그냥 그 자체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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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의 커피교실>은 딱 적당한 시기에 읽게 된 책이었다. 커피를 마실 때마다 책을 읽고, 책을 읽을 때마다 커피를 마시고... 귀여운 부엉이 올리가 진짜 친구처럼 커피의 모든 것에 대해 알려준다. 커피의 기원부터, 대표적인 몇 나라의 커피 문화와, 커피원두의 산지와 각 산지에서 나오는 원두들의 설명, 다양한 커피의 제조법까지... 커피를 마실 때마다 이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시지 않을 때도 읽었는데 너무 재밌어서 내 자신을 칭찬했다. 서평단 신청 잘했다. 나야~ 참 잘했어... ㅋㅋㅋ마지막에는 각종 커피 제조법을 보며 진지하게 핸드드립 세트를 살까 말까 고민하는 나 자신...이 책.... 나는 너무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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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야기한다. 진지한 커피 철학이나 그럴싸한 철칙은 없다고. 그래서 정말 좋았다. 사실 커피를 잘 모르는데 즐겨마시고 좋아하는 입장에서 너무 진지한 커피애호가들의 설명과 참견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니까. 이 책은 그런 게 없다. 그냥 쭈욱 옆에서 '내가 커피에 대해 조금씩 알려줄테니 너도 이런 커피에 대해 더 알게 될거야' 라는 느낌. 군데 군데 들어간 귀여운 일러스트들은 책의 흥미를 한껏 올려준다. 그리고 마지막에 저자는 한번 더 이야기한다. "가장 맛있는 커피는 없다. 단지 자기 입맛에 맞는 커피가 있을 뿐!" 재미있는 커피 서적으로 읽힌다면 충분히 만족한다고 쓰여 있는데, 완전한 목적 달성이다. 나는 이 책이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의 집에 한 권씩 놓여 있었으면 좋겠다. 이 책이 발단이 되어 커피를 더욱 더 진지하게 사랑하게 되는것은 읽는 자의 몫이겠지만, 이 책을 읽기만 해도 커피를 더 좋아하고 더 잘 알게될 것이라는 건 확신한다. 재미있는 커피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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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서스북스에서 서평단 이벤트 당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