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6.28 개봉 / 연소자 관람가 / 124분 / 애니메이션,어드벤쳐,판타지,가족,제패니메이션 / 일본

감 독 : 미야자키 하야오
출 연 : 시게노 슈이치,카츠마타 류이치
짜증 잘 내고, 칭얼거리기 좋아하는 평범한 열 살 짜리 소녀 치히로. 네 식구는 이사가던 중 길을 잘못들어 낡은 터널을 지나가게 된다. 터널 저편엔 폐허가 된 놀이공원이 있었고 그곳엔 이상한 기운이 흘렀다.

인기척 하나 없고 너무도 조용한 이 마을의 낯선 분위기에 불길한 기운을 느낀 치히로는 엄마, 아빠에게 돌아가자고 조르지만 엄마, 아빠는 호기심에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어느 음식점에 도착한 치히로의 부모님은 그 곳에 차려진 음식들을 보고 즐거워하며 허겁지겁 먹어대기 시작하는데...

그곳이 왠지 싫었던 치히로는 혼자 되돌아가겠다고 음식점을 나선다. 하지만 두려움에 다시 되돌아간 '치히로' 돼지로 변해버린 부모님을 보고 경악을 한다. 겁에 질려 당황하는 치히로에게 낯선 소년 하쿠가 나타나 빨리 이곳을 나가라고 소리치는데...

부모님과 같이 나가야한다는 생각에 결국 나갈 기회를 잃은 치히로는 마을에 머물게 되는데, 일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마을에서 온천장의 종업원으로 일을 하게 된다. 온천장의 주인인 마녀, 유바바는 치히로의 인간이름을 빼앗고, 센이라는 새 이름을 준다.

방법은 없다. 마을 밖은 바다로 변해버려서 건널 수가 없고, 엄마, 아빠를 구할 방법도 모른다. 지금은 단지 온천장에서 일을 하며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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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세계 3대 베를린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금곰상)을 차지한 것은 놀랍게도 일본의 애니메이션이었다. 2001년 칸 영화제에 <슈렉>이 경쟁 부분이 초청되면서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센과 치히로...>가 베를린 영화제의 경쟁 부분에 초청되었을 때에도 수상을 예견한 사람들은 전무하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이 아무리 걸작이라고 하지만, 서양인들이 받아들이기에는 정서적인 차이가 심했고, 일본색이 짙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을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모든 예상을 뒤엎고, <센과 치히로...>는 당당히 최우수 작품상인 금곰상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세계 영화계를 경악시킨 이 사건은 <센과 치히로...>가 프랑스 개봉을 비롯해 일반인들에게 점점 얼굴을 드러내면서 의문이 풀리고 있다. 하야오 특유의 절대악이 없는 철학적인 세계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분히 대중적으로 관객들에게 다가온 <센과 치히로...>는 스피디한 진행과 계속해서 웃음을 터뜨리는 엽기 코믹 캐릭터들로 인하여 어떤 코미디 영화보다 웃기고, 어떤 멜로 영화보다도 감동적이다.

기존의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색채와 감정을 주도하는 매력적인 음악은 덤이다. 일본에서의 엄청난 흥행과 함께 베를린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수상은 흥행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작품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센과 치히로...>는 평범한 10살 소녀가 펼치는 환상의 어드벤쳐이다. 하야오는 열 살이라는 나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열 살 ... 그것은 자의식이 생기기 시작하고, 타인의 존재를 알고, 자신의 주변에 펼쳐진 사람들의 사회와 세계를 발전해 가는 나이이다. 하지만 무언가를 하기엔 어리고 무력한 존재이다. 그런 열 살을 위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하야오의 시선은 항상 소녀의 기분을 이해하고, 소녀의 기분에 접근했다.

하야오는 열 살을 맞이하거나 경험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재미있다'라는 반응과 함께 '괜찮아, 너는 할수 있어!'라는 자신감을 심어주고자 했다. 낯선 곳을 떠나 짜증내 하는 치히로는 결국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낯선 세계에 떨어지지만 그 세계 안에서 따뜻함과 아름다움, 그리고 사랑을 알게 된다. 결국 자신의 테두리안에서 틀에 박혀 진보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영화를 만든 것이다.

또 열 살을 경험한 성인들에게는 새로운 의미를 전달하고자 한다. 이미 정이 들어버린 낯선 세계에서 떠나면서 모든 것을 잊어야 되는 센의 안타까움을 통해, 세월의 흐름으로 기억하지 못하는 순수의 세계와 어린 시절의 꿈을 돌아보게 해준다. 결국 누구나 경험한 적 있는 순수의 세계, 동화의 세계를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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