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늦여름 - 호리 다쓰오 단편선 북노마드 일본단편선
호리 다쓰오 지음, 안민희 옮김 / 북노마드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날이 갤 때까지 조용히 책이나 읽고 싶을 때 찾을 것만 같은 계절 문학의 아스라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 산은 내게 - 한 걸음 한 걸음 웃음기 사라진 가파른 길을 걸으며 거칠게 숨 쉬는 당신에게
이지형 지음 / 북노마드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30년 이상 미술책만 만들어 오신 정민영 전 아트북스 대표님이 『저 산은 내게』를 읽고 서평의 경지(境地)를 넓혀준 서평을 남겨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1. 예기치 않게 당도하는 책들이 있다. 체험에서 우러난 진심이 잊고 지냈던 사실을 짚어주고, 생각을 깨워준다. 부피가 작고 글이 담백한 책이지만 툭툭 던지는 문장의 에너지가 높고 여운이 길다.


2. 『저 산은 내게』는 이지형 작가의 '산문집'이다. 그것도 표지에 표기된 것처럼 '山문집'이다. 산에서 비롯한 글들이란 뜻이 되겠다. “여러 해 동안 인파이터 복서처럼, 파고들 듯 홀로 잠행한 북한산행의 기록을 모은 간소한 에세이이다.”


저자는 등산을 “우리를 자꾸 끌어내리지 못해 안달인, 중력과의 우아한 드잡이"라고 한다. 책은 출판사 대표님이 건네주셨다. 늦은 오후에 뵙고 헤어진 뒤 카페에 남아서 펼쳤다. 아이가 학원 마칠 시간이 남아 있어서 바로 읽기 시작했다. 수사를 동원하지 않은 글들이 계곡물처럼 투명하고 맑았다. 게다가 곳곳에 산행에서 얻은 통찰이 들꽃처럼 피어 있다. 그런 구절 앞에서 순간순간 머뭇거렸다.

”저녁 6~7시쯤이었을까. 서쪽 낮은 하늘로 노을이 번졌다. 그 붉디붉은 기운을 머금고 멀리 파도로 펼쳐진 장대한 산군(山群)에 압도당해 말을 잃었다. 보이는 풍경 전체가 붉어 입을 뗄 수가 없었다. 그날 생각했다. 산행은 정상에서 완성되는 게 아니라 말이 끊긴 곳에서 완성되는구나.”


3. 난 바다보다는 산을 좋아하지만, 산행을 즐기지 않는 편이다. 산은 '저만치' 있는 것이어서, 늘 보면서도, 가야지 하면서도 마음뿐 나서지는 못한다. 아마 책을 중심으로 한 문명의 이기에 단단히 사로잡혀, 번번이 거리 두기에 실패하는 탓이다.


근처 동산에 가더라도 반드시 책이 동행한다. 움직임의 종착지는 책이다. 아마 산행에 나서더라도 그럴 것이다. 불빛에 취해서 밤하늘의 별빛을 보지 못하는 처지와 비슷하다.


그렇다고 산에 관심이 없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어린 시절을 산속에서 산과 더불어 보냈고, 그 정서가 여전히 몸속에 있다. 그때 내 피는 초록색이었다. 그러나 그뿐이다. 성인이 된 후 서서히 산과 멀어졌다. 

산행도 책으로 했다. 동서고금의 산에 관한 책들을 적잖이 오르내렸다. 하지만 몸으로 체감한 산행이 아니어서 기억과 감동은 오래 머물지 않았다. 살아보니, 몸으로 경험한 것만이 오래갔다.


4. 책이 거울이었다. 아담한 사이즈에 쟁여둔 마음이 나를 비춰보게 하고 들썩이게 했다. 저자는 책이 산의 매력에 빠져든 시발점이 되었다고 했다. 심산 작가의 『마운틴 오디세이』((1, 2권)가 산에 대한 애정을 촉발하고 외경심을 충전해주었단다. 

나도 이 책을 읽었다. 그 감동이 미지근하게 남아 있지만 기억의 해상도는 흐릿하다. 심산의 비교적 근간인 『산과 역사가 만나는 인문기행』(2019)도 읽었다. 그럼에도 내게 산은 저만치 있는데, 저자는 산속에서 노닐고 있다. 때가 되지 않아서였을까, 계기를 못 만들어서였을까. 아직도 '저 산은 내게' 손짓하지 않는다.


5. 저자의 얘기 중에 마음이 동했던 꼭지가 있다. 북한산 순수비를 고증한 추사 김정희에 관한 글이다. 「그해 여름, 추사의 고난도 클라이밍」. 한때 추사에 미쳐서, 추사 관련 책과 논고들을 탐독했었다.


그때 궁금증 중의 하나가 추사가 북한산 봉우리에 어떻게 올라갔을까 하는 것이었다. 신라 때 봉우리에 세운 진흥왕순수비를 고증하기 위해 금수저의 자제가 북한산 등반에 나섰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것도 6월과 7월에, 두 차례나. 지금도 오르기 힘들다는데, 저자의 지적처럼 고증의 열정 외에는 달리 등반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저자는 체험을 바탕으로 추사의 클라이밍 루트를 추정한다.


“이때 산행 루트에 승가사가 언급된다. 북한산성으로 통하는 비봉능선은 향로봉에서 시작해 비봉, 승가봉을 거쳐 문수봉에 이른다. 향로봉이 남쪽, 문수봉이 북쪽이다. 승가사를 지나 능선으로 올라가면 비봉과 승가봉 중간 지점에 서게 된다. 그곳에서 비봉의 북쪽 비탈은 지척이다. 굳이 남쪽 비탈로 돌아갈 이유가 없다.”


북한산의 실상은 모르는 탓에 그 루트의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지만, 비로소 추사의 북한산 등반에 실감이 붙었다. 덕분에 오래도록 추상적으로 남았던 사실이 구체화된 셈이다.


6. 내 마음에 남은 구절이 있다. ‘심요정(心要静) 신요동(身要动)’. 여섯 글자다. 중국의 고수가 건강 비결로 내세운 문장이라고 한다. 무슨 뜻일까.


저자는 “마음은 고요히, 몸은 분주히 하란 뜻으로 새기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어서 이렇게 적었다. “어느 새벽, 북한산의 능선을 홀로 걷던 기억을 되살렸다. 멀리로 말간 해가 떠오르는 중이었고, 나는 내내 말 없던 날이었다. 마음은 고요했고 몸은 분주했다.”


이게 어떤 경지(境地)일까. “마음은 고요했고 몸은 분주했다”니, 그 도저함에 마음이 푹 빠졌다. 나는 말을 잊었다. 어둠이 짙어졌다. 서둘러 아이 학원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그때 ‘마음은 고요했고 몸은 분주’했지만, 그것이 이 지경(地境)은 아닐 것이다.

#이지형 #저산은내게 #북노마드 #심산 #추사김정희 #북한산 #진흥왕순수비

경계 위에서만 보이는 것들이 따로 있다. 탕춘대능선, 비봉능선, 북한산성 주능선을 느린 걸음으로 주파하며 멀리서 뱀처럼 유영하는 한강을 보고, 서울의 전모를 조감한다. 불꽃처럼 명멸하는 북한산의 수많은 봉우리를 감상한다. 그렇게 주변부를 방황하고 배회하는 것만으로도 볼 수 있는 것들이 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다. 다른 세상을 넘보지 않아도, 절경은 넘쳐난다. 다가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당국자미, 방관자청(當局者迷, 傍觀者淸)이란 말을 들었다. 바둑을 직접 두는 사람은 좁은 사각의 싸움터 앞에서 혼미하지만, 옆에 서서 훈수를 두는 사람의 마음은 맑다. 판세를 훤히 읽는다. 경계에 선 사람에게만 존재하는 미덕이 있다. 중심에서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떤 날 - 우리는 왜 여행을 떠나는가? 어떤 날 1
김소연 외 지음 / 북노마드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김소연, 성미정, 이제니, 이병률, 요조... 저자들의 이름만으로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눈물 대신, 여행 - 오늘은 여행하기 좋은 날입니다
장연정 지음 / 북노마드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제목이 정말 와닿아요. 왜 그럴 때 있잖아요. 슬픈 때 생각나는 여행.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울 트립 - 우리 젊은 날의 마지막 여행법
장연정 지음 / 북노마드 / 200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울 트립. 세상에 이보다 더 귀한 여행이 또 있을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