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울프스텅 - 거짓을 이기는 말 ㅣ 큰곰자리 고학년 3
샘 톰슨 지음, 안나 트로모프 그림, 정회성 옮김 / 책읽는곰 / 2025년 3월
평점 :
울프스텅 서평단을 신청하여 책을 증정받아 읽게 되었다.
책을 보기 전 제목만 보았을 땐 제목이 무슨 뜻일까 궁금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울프스텅이라는 제목이 울림 있게 다가온다. 표지를 보고도 제목은 짐작할 수 있다. 깊은 숲 속에서 늑대 한 마리가 나타나고 그 늑대를 마주한 소년이 보인다. 현실인듯 아닌듯 신비로워 보이는 표지가 책의 분위기를 잘 드러낸다.
"늑대들은 슬픔과 두려움이라는 단어를 여우들에게 배우기 전에는 무엇이 슬픔이고 두려움인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알 뿐 아니라 느낄 수도 있었다."(p.54)
'말'이 갖는 힘이자 문명이 갖는 힘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이 부분을 읽는데, 늑대가 '자연', 여우가 '인간'인 것처럼 읽히기도 했다. 자연에게 끊임없이 문명의 잣대를 들이대는 인간의 모습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인간들은 모든 관계를 이기느냐 지느냐로 나누어 생각해. 하지만 사냥은 그렇지 않아. 우리는 이기지 않았어. 우리가 죽인 사슴은 지지 않았고.""(p.137)
자연(야생)은 약육강식의 공간이라고 보는 것도 끝없는 인간의 이기적인 시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약육강식'의 이분법적인 생각은 모든 관계를 단순화하기 때문에 인간의 세계에서는 이를 편리하게 취한다. 이러한 인간중심적인 시선이 자연을 야만의 공간이라고 여기게 만드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나는 인간이고, 다른 인간들과 살아야 해. 말을 하면서. 인간들에게 전할 이야기가 있어."" (p.267~268)
이 책의 제목인 '울프스텅'의 의미가 비로소 선명해지는 순간이었다. 늑대들의 혀가 되고, 입이 되고, 목소리가 되어준다는 것. 그것은 곧 그릇된 문명의 이기를 버리겠다는 다짐이면서
소외된 자들을 비추는 능동적인 움직임이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면적으로 읽어도 서사적인 재미가 있지만, 늑대와 여우가 갖는 상반된 은유적 의미가 판타지와 절묘하게 엮여 들어가
'자연과 인간', '말의 힘' 등 다양한 주제를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를 주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