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테판 츠바이크 작가는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매력이 넘치는 작가다. 한 사람의 평전을 쓴다는 것은 그 사람을, 그 시대를, 인간의 우연적이며 의지적인 삶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힘든일이라 생각한다. 츠바이크는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많은 이들의 평전을 썼을까. 그는 어떤 세상을 구현하고 살아가고자 했을까. 작가 한 개인이 이렇게 까지 매력적이며 궁금했던 적은 없다. 그를 읽고 싶다. 그의 작품을 하나한 찾아서 읽고 싶다. 그를 배우고 싶다.
오뒷세이아 영화를 재미나게 관람한 후, 내가 이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는 것, 내가 이 책을 읽었다는 것이 나의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심지어 트로이 목마 조차도 책을 읽어서 그 이야기를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기 저기서 주워들은 이야기들의 조각의 덩어리일 뿐, 내가 직접 책을 읽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고전문학은 좀 건드렸어도, 고전 인문학 계열의 책은 읽지 않았구나. 장바구니에 그득히 담아만 놓고 손대지 않았던 나의 게으름을 통렬히 깨닫게 되었던 것. 천병희 선생님의 번역이 좋다는 정보까지는 찾아놓고서 읽지 않았던 책들의 목록을 다시 모아본다. 첫 책 오딧세이아부터. 그리스 원전을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 천천히. 깊숙히.
신유진 작가의 <나를 균열내기>를 읽고 있습니다. 작가의 신중히 고른 언어들이 가슴속으로 천천히 내려와 박힙니다. 글 문턱문턱마다 마음을 쓸어내리며 읽고 있어요. 절반정도 걸어왔는데, 마지막 종착지점으로 가고 싶지 않아 아껴 읽고 있습니다. 작가가 언급한 책을 찾아서 읽어보기도 하고, 이미 내가 읽은 책을 작가가 이야기할 때는 어디 나가서 큰 소리로 내가 그 책을 이미 읽었다고, 신유진 작가가 엄선한 책이 좋은책, 의미있는 책의 선정 기준이라도 되는 듯, 나는 그 기준을 훌쩍 뛰어넘어 훌륭한 책 선정자가 되기라도 한 듯, 마구마구 자랑을 하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가슴에 내려앉는 글을 얼마나 오랜만에 읽는지 모르겠습니다. 언어의 진득한 숲길에서 축축히 젖어드는 독서를 얼마나 오랜만에 하고 있는지.. 쉬이 마무리 짓고싶지 않아서 읽고 읽으며 서성이고 있네요.
딱딱하고 격식있는 전공책이나 관련된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감성적인 글을 읽고싶어진다. 살아가는 이야기, 앞뒤없이 그저 툭 튀어나와 산다는 것이 뭐냐고 물어보는 글들을 접하면 촉촉히 젖어드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