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나무 풀빛 그림 아이 15
숀 탠 글 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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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002년에 국내에 출간되서 그야말로 '숀 탠'의 수많은 팬을 만든 바로 그 그림책!
그때 이 유명한 <빨간 나무>를 책을 사기도 전에 이미 내용을 전부 봐버렸는데,
이 책만큼은 내용을 다 알아도 상관없어! 이건 꼭 소장해야 할 그림책.이라고 외치며
보관함에 넣어둔 지가 어언...;;;;
암튼 그러다가 지난달에 결국 질렀는데, 출간된지 오래 되서 구입하니 좋은 점은
무려 31%의 할인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었다는 것!ㅋㅋ >_< 

 

  

 

나를 꽂히게 했던 바로 그 첫장면!
이거 인터넷에도 마니 돌아다니던 장면이라 책은 몰라도 이 그림 본 사람들은 꽤 많을 걸~^^


"때로는 하루가 시작되어도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는 날이 있습니다."



 

 

황량한 풍경 속 고개 숙인 소녀는, 지금 삶이 무거운 모든 사람들의 모습. 

 

 

 

"아무도 날 이해하지 않습니다."


어쩜 이리 가슴속에 팍 꽂히는 그림들이 줄줄 이어지는지.....ㅜㅜ
색감도 정말 맘에 든다. 

 

 

 

"아름다운 것들은 그냥 날 지나쳐가고"


그림책이니만큼 글이 별로 없지만, 하나하나 정곡을 찌르는 말들. 

 

 

 

어둡고 우울한 그림과 글들이 이어지지만, 그러나 '숀 탠'은 마지막에 희망을 이야기한다.
(결말은 직접 보시길...^^)

그리고 굳이 그 결말이 아니더라도
마음이 답답할 때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많은 위로가 되어 주는 책.

그림 속 소녀는 속삭인다.

너만 그런 게 아냐.
다 괜찮아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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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홀릭 - 유쾌한 런더너 박지영의 런던, 런더너, 런던 라이프
박지영 지음 / 푸르메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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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한 신간인 '박지영'의 <런던홀릭>은 사실 크게 기대하고 펼쳐든 책은 아니었다.
며칠전에 우연히 이 책을 선물받아서 주말을 맞아 가벼운 마음으로 펼쳐들었는데,
오, 이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재밌게 읽었다.^0^

여행기 종류는 가끔 읽었었는데, 이 책은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
저자는 한국에서 10년간 기자생활을 하다가 런던으로 건너가 3년째 살고 있는 여성으로,
남편과 함께 어린 아들을 키우며 직접 체험으로 알게 된 런던의 모든 것들이 실려있다.
여행기가 아닌, 말하자면 '생활기'.


"사는 것과 여행은 다르다.
런던에 몇 주간, 혹은 몇 개월간 머물며 겪은 런던에 대해 쓴 책들을 보면서,
아, 이들은 너무나도 영국의 화려한 겉모습에 빠져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들른 여행지는 아름답다.
경험해야 할 좋은 것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너무 많아서 다 보고 갈 수도 없다.
하지만 한 나라에 뿌리내리고 산다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p8 

 


   

  

영국은 참 멋진 나라다.
동네 곳곳에 수목이 우거진 공원이 있고, 각종 미술관은 공짜며, 의료비 또한 공짜다.
실업자에겐 매달 실업 수당을 지급하고, 집 없는 사람에겐 무료로 집을 임대해준다.


"그들은 너무나도 많은 복지정책을 썼다.
마치 잘생긴 데다 공부도 잘하는 전교 1등이 점심 도시락 못 싸온 학급 친구에게
자기 도시락을 죄다 내주듯이, 퍼주고 또 퍼줬다."   p26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시장이 있고, 닭들의 비인도적인 사육을 비난하는 유명 요리사가 있으며,
가정적인 남자들에,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영국인들은 책을 끼고 산다. 공원에서 선탠할 때도 책을 읽고,
유모차를 끌고 산책을 하다가 아이가 잠이 들면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책을 읽는다.
번잡한 지하철 안에서도, 잠자기 전 침대에서도, 휴양지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책을 읽는다.
대부분 페이퍼백으로 된 책이어서 들고 다니기도 편하고 값도 저렴하다."   p222
 

 

 

  

이쯤되면 이곳은 유토피아인가? 싶은 생각이 들지만 일단 살아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강력한 복지제도를 위해 어마어마한 세금을 내야 하고,
의료비 무료는 사람들을 조금만 아파도 병원으로 달려가게 만들어서 
응급실에서도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하기 일쑤며 의사는 환자의 호소에 심드렁해진다.
(사립병원이 있지만 높은 가격 탓에 일반 서민들은 가기 힘들다.)
고등학생때부터 자신이 원하는 과목만을 선택적으로 공부하는 교육제도는
한 분야에 대해 깊이있는 학습은 가능하지만, 다른 과목들에 까막눈이 되는 상황을 만들어서
간단한 돈계산도 제대로 못 하는 사람들이 많다.


"주민세를 내러 동네 편의점에 갔다가 겪은 일이다.
20파운드짜리 열한 장과 10파운드짜리 한 장을 점원에게 건넸다. 총 230파운드다.
점원은 내가 준 열두 장의 지폐를 한 장씩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세기 시작했다.
그런데 점원 얼굴이 점점 홍당무가 됐다.
20파운드짜리 지폐를 두 번이나 반복해서 세더니 한 장을 나한테 돌려줬다. 내가 돈을 더 줬다는 것이다.
옳다구나! 나는 그 돈을 도로 받았다. 그대가 굳이 준다면 내가 받지.
그러더니 남은 20파운드짜리 지폐 열 장을 또 한 번 셌다.
얘는 10 곱하기 2는 200이라는 아주 쉬운 진리를 모르나 보다.
다섯 장만 넘어가면 도대체 어떻게 계산해야 할지 몰라 쩔쩔맸다."   p233
 

 

 

  

읽다보면 어느순간 잠시 갸우뚱해진다.
아니, 그래서 좋다는 거야, 나쁘다는 거야!!!ㅋ

저자는 그저 자신이 살면서 직접 알게 된 모든 것들을 가감없이 이야기할 뿐이다.
이렇게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골고루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잠깐 여행갔다 온 사람이 아닌, 직접 살아본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한 게 아닐까 싶다.

 

 

 

경제, 정치, 교육, 문화 등 다방면에 걸친 이야기가 나오지만 전혀 딱딱하거나 지루하지 않다.
저자의 생활이야기와 맞물려서 내용이 쏙쏙 들어온다.^^

게다가 올컬러로, 거의 책장을 넘길 때마다 저자가 생활 속에서 직접 찍은 사진들이 들어있다.
사진이 큼직하진 않지만, 그만큼 많은 사진들이 글과 함께 알차게 들어차있어서
페이지 넘기는 재미가 있다.
 

 

 

 

심지어 런던의 살인적인 물가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는
한국돈으로 무려 1만 5천원 상당을 주고 구입했다는 럭셔리한(ㅋ) 바가지 사진까지~ㅋㅋ
 

 

 

 

 책 뒤쪽에는 저자가 런던에 살면서 유럽 이곳저곳을 여행한 이야기도 실려있다.
이 부분은 제대로 여행 에세이라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런던에 살면서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마음만 먹으면 유럽 어느 나라로든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것이다.

거리가 가깝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저렴한 항공편이 많기 때문이다. (......)
그러니, 주말에 뭘 할까 고민하다가 불쑥 파리나 베니스로 도시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한국에 있었다면 이런 호사를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유럽여행은 런던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매력이다."   p280
 

 

 

 

암튼 꽤 유쾌하고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가볍게 읽으면서 런던에 대해 많은 걸 알 수 있기도 했고...
읽으면서 그곳의 멋진 부분들에 매료되기도 하고,
반대로 어떤 부분에서는 우리나라가 더 낫군,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으흥~~ 역시 어디나 장단점이 있는 법이지~~

하지만 저자는 책의 마지막에서, 수많은 단점들을 감안하더라도 런던은 역시 멋진 곳!이라고 말한다.

근데 어쩐지 나는 그닥 살고 싶은 마음은 안 드는구만...^^;;;
대신 한가한 주말, 그녀의 일상에 들어가 런던을 잠시 둘러보고 왔다. 그리고 꽤 즐거웠다.^^


" '환상적인 런던'은 일주일, 혹은 몇 달간 여행을 왔을 때나 할 수 있는 말이다.
나 같은 외국인이 런던에서 살려면 잔 다르크가 되어야 한다. (......)

하지만 그런 소소한 이유로 이곳을 떠나기에 런던은 너무나도 매력적인 도시다.
나는 이 모든 역경을 공원과 맞바꿀 수 있다.
나는 이 모든 슬픔을 미술관과 맞바꿀 수 있다.
나는 이 모든 불합리함을 이곳에서 만난 외국인 친구와 맞바꿀 수 있다. (......)

따론 정도를 넘는 이 소박함과 실용성, 그리고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 분위기는
영국 사회에 흐르는 하나의 코드 같다.
자율과 이성의 두 바퀴로 굴러가는 수레 속에서 나는 선진국을 보았다."   p371-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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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손은 붉게 물들고 매드 픽션 클럽
미치오 슈스케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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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 기다리던 책이 드뎌 나왔군요!! 또 어떤 여운과 반전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당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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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래의 발소리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미치오 슈스케'는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을 읽고 홀딱 빠져버린 작가다.
솔직히 그 후에 읽은 <섀도우><외눈박이 원숭이>는 양껏 올라간 기대치보다는 살짝 아래였지만
그래도 처음 한 권의 인상이 너무 강렬했던 탓인지, 여전히 내게는 완소작가.ㅋ

이번에 그의 단편집 <술래의 발소리>가 출간된 걸 보자마자,
응? 미치오 슈스케가 단편도? 하면서 바로 찜하고는 며칠만에 구입해서 읽었다.
사실 장편에 강한 작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큰 기대는 안 하고 읽었는데,
오오옷!!!!! 이거 무지 잼있자나!!!

총 6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하루에 한 편씩 야금야금 아껴서 읽었다지~ >_<


"43년 전에 S의 늑막을 물어뜯고 짐승이 뛰쳐나왔다. 하지만 그 짐승은 그리 드물지 않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누구의 가슴 속에든지 자리 잡고 있는 녀석이다."   p85 

  



방울벌레

11년전 '나'가 산에 묻었던 S의 시체가 폭우로 인해 밖으로 드러난다.
S는 '나'의 대학동창이었는데, 당시 나는 그의 여자친구를 좋아했으며, 그녀는 지금 '나'의 아내다.
이 때문에 '나'는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어 경찰의 심문을 받게 된다. 그러나 사건의 진실은?

무섭지만 사실은 슬픈 사랑 이야기.


"제가 항상 생각건대, 이 세상은 완전범죄 천지입니다.
저지른 일을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만 않으면 그건 전부 완전범죄입니다.
형사님 역시 완전범죄를 얼마나 저질러 왔을지 모를 일이지요.
인간은 말이죠,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 범죄자입니다.
완전범죄자라고요."   p14


짐승

변변히 잘 하는 것도 없고 대학 입시에도 실패한 '나'는
유능한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서 밥벌레 잉여인간에 불과하다.
우연히 43년 전에 18세의 나이로 가족을 살해하고 형무소에 들어가 자살한
S의 사연을 알게 되고 이에 흥미를 느낀 '나'는 그의 고향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알게 된 사건의 전말과 그 뒤에 숨겨진 슬프고도 끔찍한 진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나'의 앞에 펼쳐진 또 다른 진실....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들어있는 구조인데, 두 가지 이야기 다 재밌다.^^


요이기츠네

학창시절 치기어린 마음에 동급생들의 부추김으로 여자를 강간했던 '나'는
20년 후 성인이 되어 취재차 다시 고향을 방문한다.
그리고 문제의 그 장소에서 '나'는 외면했던 그 날의 기억과 마주한다.

굉장한 반전은 없지만,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묘하다.


통에 담긴 글자

사고로 아내와 아이를 한꺼번에 잃고 정신이 약간 이상해진 친구녀석이
어느날 '나'에게 자신이 쓴 소설이라며 원고를 가져와서 내민다.
소설가를 지망하며 힘겹게 생활하고 있던 '나'는 그 소설의 뛰어남을 알아보고
원고를 가로채서 신인상에 응모하여 드디어 소설가로 데뷔를 한다.
그리고 2년 후, 한 청년이 '나'의 집에 찾아와 며칠전에 이 집에서 훔쳤다며
처음 보는 저금통을 내밀고, 그 속에는 친구의 필체로 '유감이다'라는 문장이 적혀있다.

중심 사건보다는 주인공 '나'에 대한 반전에 왠지 소름이 끼치는...
그가 이사를 갈 수 없었던 진짜 이유 같은 것 말이지...


겨울의 술래

'나'는 집에서 운영하던 공장에 불이 나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혼자가 된다.
그런 '나'에게 어릴 적부터 알던 S가 찾아와 평생 '나'만을 좋아했음을 고백하고, 둘은 함께 살게 된다.
그리던 중 어느날, '나'와 그는 두 사람의 사랑을 완전하게 하기 위한 어떤 행동을 하고,
그 날 이후 둘은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나'의 일기 형식으로 이루어진 이 짧은 이야기는,
독특하게도 날짜가 거꾸로 거슬러올라가며 진행된다. (영화 '메멘토'처럼~)
그리고 '나'의 충만한 행복이 어떤 일을 기점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마지막에 보여준다.
이것도 무섭고 슬픈 사랑 이야기.


"날 두고 어디에도 가지 않겠다는 증거를 보여 줘."   p170


악의의 얼굴

어느날 우연히 알게 된 여자가 '나'에게 신기한 캔버스를 보여주는데,
이 캔버스는 무엇이든지 흡수해버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이미 그녀의 남편과 아이도 캔버스 속에 그림으로만 존재하고 있다.
같은 반 학생인 S에게 늘 괴롭힘을 당하며 공포에 떨어오던 '나'는
여자에게 S를 캔버스 속에 넣어줄 것을 부탁하고 S를 꼬여 그녀의 집으로 데려가는데...

반전의 반전이 이어지는데, 어딘지 쓸쓸하고 슬프다. 


  

 

동떨어진 다섯 편의 이야기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닮아있고
매 단편마다 주변에 까마귀가 나오는 장면 등이 동일하게 등장하기 때문에
왠지 연작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근데 아니다.ㅋ)

약간 '오츠이치'의 단편들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떠오르기도 하는
섬뜩하고 끔찍하지만, 조금은 쓸쓸한 이야기들...
이야기마다 반전이 있는데 그 반전을 알고 나면 오싹해지기도 하고, 슬퍼지기도 한다.

암튼 나의 사랑 '미치오 슈스케'가 단편에도 능하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해 준 단편집.
아, 근데 이거 분량이 너무 적어... 전체 230페이지...어흑,,, 아쉬워...ㅠㅠ


"나는 쭈그리고 앉아 그의 가슴에서 나이프를 뽑았다.
그의 두 눈은 얇은 막을 씌운 듯 흐려져 있었다.
인간은 죽는 그 순간에 일단 눈이 변한다. 모두 그렇다.
아직 체온이 남아 있는데도 항상 눈이 이렇게 된다."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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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 마니아 - 유쾌한 지식여행자, 궁극의 상상력! 지식여행자 9
요네하라 마리 지음, 심정명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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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난 주부터 짬짬이 읽기 시작했던 '요네하라 마리'의 <발명 마니아>를 좀 전에 다 읽었다.
처음 책을 받아들고는, 500페이지가 넘는 이 두툼한 분량이
설마 전부 마리 여사의 발명품 이야기일까 싶었는데, 발명품 이야기 맞다.^^;;;
총 100가지의 재미있고 유쾌한 발명품들이 친근감 있는 그림과 함께 꾹꾹 눌러담아져 있다.

드물게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지하철에서도 읽고, 일하다가 짜투리 시간에도 읽고 그랬는데
나도 모르게 킥킥 웃음이 나와서 민망했던 순간이 여러번이었다는...ㅋ

책은 '좀스러운 발명으로 이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속셈'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일상의 자잘한 불편에서부터 정치문제, 환경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면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귀여운 아이디어들로 가득 차 있다.
간혹 그럴싸해 보이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황당해 보이는 것들.
하지만 저자의 유쾌한 입담이 더해져서 실효성 여부와 상관없이 아주 잼있다.
  



 저자는 먼저 어떤 불편이나 문제점을 이야기한 후에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이런 저런 방법이나 장치들을 내놓는다.
그리고 그것들을 이야기하는 중에 '근데 또 이런 문제가 발생하니까'라면서
다른 방법을 더 추가하기도 하고, 아예 포기하기도 하는데, 이 과정이 왠지 귀엽고 우습다.
('난 모르겠다' 식의 아주 무책임한 결론으로 끝맺는 경우도...ㅋㅋ)


"이렇게 하면 사고와 테러가 두렵지 않다고까지는 못해도,
비행 중인 항공기가 설령 일부분이 고장 나거나 폭발하더라도
전원이 한꺼번에 추락사하는 비극은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단, 캡슐이 낙하한 지점이 김정일 체제하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 경우에는 이것도 팔자라고 포기하고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후에 귀중한 체험기를 출판해주길 바란다."   p305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동물을 배려하고 환경을 걱정하는 저자의 마음이 엿보이는 발명품들.
예를 들면, 동물을 죽이지 않고도 모피코트나 악어가죽가방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훈련된 동물이 직접 사람 몸에 달라붙어 해당물건의 역할을 하는 방법을 드는데,
(뱀을 이용한 팔찌, 악어가 등에 직접 메달리는 악어배낭, 밍크 수십마리가 몸에 메달리는 코트 등.)
우습고 유쾌하면서도, 그 뒤에 깔려있는 저자의 마음 씀씀이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실제로 그녀는 집 없는 개나 고양이를 여러마리 키우고 있었다.
 



 저자의 상상력은 끝도 없이 뻗어나간다.

내시경할 때 쓰는 장치인 파이버스코프를 비데 끝에 달고 변기 앞에 모니터를 설치하면
국소를 더 깨끗이 씻을 수 있을 뿐더러, 항문 부분의 세세한 변화를 조기에 발견해서
질병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고 하질 않나, (아, 이거 생각만 해도 끔찍!ㅋㅋ)
맹인안내견은 열차요금이 무료라는 말에
자신이 기르는 개들에게 안내견 띠를 둘러 위장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우선 그레이트 피레네 등에 띠를 두르고 산책을 해보았다.
내 속도에 맞추어 조용히 이동한다. 오케이, 됐다.
그런데 갑자기 반대쪽에서 걸어오는 사람에게 응석을 부리며 바싹 다가간다. 안 되겠다.
다음에는 18킬로그램인 잡종 수컷.
얘는 전봇대나 모퉁이와 맞닥뜨리기만 하면 다리 하나를 들고 오줌을 싼다. 이번에도 실격.
마지막 희망, 14킬로그램 잡종 암컷. 지나치는 개들에게 일일이 짖어댄다.
아아, 똥을 싸버렸다. 이래선 무리다." 
  p21


재밌게 술술 읽히는 이야기들이지만, 읽다보면 요네하라 마리의 광범위한 관심사와 지식에 놀라게 된다.
더불어 읽는 독자도 이런저런 잡다구리한 것들을 잔뜩 알게 된다는...ㅋ^^

그리고 또 하나의 특징은, 말로만 끝내는 게 아니라, 직접 실행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것.
애완동물의 이동장이라던가, 키높이 양말 등을 직접 만들어보고
실제 상황에서의 문제점까지 다 이야기해준다.^^

머, 그치만 머니머니해도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요네하라 마리의 기발한 상상력과 재치있는 입담!
그녀가 이 방법들을 생각해내기 위해, 진지한 얼굴로 골몰했을 모습을 생각하면 슬핏 웃음이 난다.ㅋ


"성인 남성도 내시처럼 거세하기만 하면 혈중에 디히드로테스토스테론을 포함하지 않아
머리카락이 빠지는 걱정에서 해방된다.
단, 머리카락을 버리느냐 '남자'를 버리느냐라는 궁극의 선택을 해야만 한다."   P269

 



지난 주 초에 읽기 시작했으니 다 읽는데 일주일 조금 넘게 걸렸다.
같은 주제의 짧은 글이 이어지기 때문에 한 번에 연달아서 너무 마니 읽으면 조금 지겨워진다.
그러니까 이건 짬짬이, 조금씩, 식사 중간중간에 간식 먹듯이 읽어야 하는 책.
책도 두툼하니 일주일 쯤은 아주 즐겁고 유쾌하게 보낼 수 있다.^^

참고로 '요네하라 마리'는 2006년 56세에 난소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새로운 이야기를 다시 볼 수 없다는 건 슬프지만,
그래도 그녀의 글이 국내에도 이미 마니 출판되어 있으니 그걸로 위안을....ㅠㅠ


"역시 아침, 점심, 저녁을 제대로 얻어먹으면서도 언제나 추위와 비바람을 피할 장소를 확보해야만 한다.
그런 곳이 어디 없을까? 요 2년 동안 머리 한구석에는 언제나 이 테마가 놓여 있었다.
그 보람이 있었는지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그 순간 이 발견은 내가 노숙자가 되었을 때를 대비해서
혼자 가슴속에 간직해야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그보다는 지금의 독자를 소중히 여기지 않다가는 삼류 글쟁이의 앞날이 위태로운 데다
눈앞의 원고료를 우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여기에 내용을 밝히겠다."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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