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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기 유령 스텔라 3 - 결혼식 대소동 ㅣ 보자기 유령 스텔라 3
운니 린델 지음, 손화수 옮김, 프레드릭 스카블란 그림 / 을파소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어른이지만,
덜 자란 어른이기에,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멀쩡한 이유정>, <보자기 유령 스텔라>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앉아 껴안아 줄 준비가 되어 있다. 이 넷은 완전 소중한 동화들이다.
경찰 아저씨를 툭 치면서 "아저씨, 술래!~"라고 호기롭게, 장난 걸 수 있는 천진난만한 악동 삐삐롱스타킹, 어쩜 저렇게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 싶은 이비읍, 오른쪽 왼쪽 헷갈리는, 자기 집도 못찾아가 동생한테 면박 당하고는 머리속에서 사이다 뚜껑이 터지는 것처럼 폭발한 멀쩡한 이유정, 멀쩡한 이유정 안의 또다른 주인공들 할아버지 숙제에 여념이 없는 아이들과 새우가 없는 마을에 살고 있는 쓸쓸하고 소박한 삶을 껴안는 할아버지와 손주, 그리고 장난기 가득하면서 사랑스럽고, 유머러스하면서도 철학적인 유령 스텔라.
솔직히 <해리포터>에 그다지 열광하지 않아서, 해리포터를 제친 책이라는 광고 문구가 썩 끌리지는 않았다. 드레스 따위 되지 않겠다는 야심찬 스텔라의 다짐이 오히려 더 상큼하고, 발칙해서 들춰보았다.
1편은 설렘으로, 2편은 그냥그냥(영국편은 개인적으로 쏘쏘, 빤했다고 할까.) 3편은 내가 신이 나서 어쩔줄을 몰랐다. 발레 보기에 재미 들인지 얼마되지 않아서였을까. 누레예프와 민쿠스, 그리고 무엇보다 도스토예프스키를 장막 유령으로 그렇게 재현해낼 수 있다니. 작가의 넉살과 깊이가 경탄스러울 정도였다. 고독을 벗하며 지내는 표도르 유령을 굳이 바꾸려 하지 않고, 케이크를 전해주며 마음으로 챙겨주는 따뜻함. 아저씨는 고독하게 지내는 걸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며 그럼 계속 고독하게 지내시길 바랄게요,라는 진심을 담은 인사. 유머면서도 동시에 진심을 담은 묘한 화법. 그게 스텔라의 힘인지 운니 린델의 힘인지 구분하려는 시도는 이미 무의미해져버렸다.
시리즈 열 권 중 지금까지 나온 것 중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와 겨울 궁전의 시적인 풍경을 펼쳐보인 3권, 그리고 시리즈 예고편에 소개된 딸기독이 잔뜩 오르는 스페인 여행 편이 무척이나 기대된다. 스텔라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배낭 한가득 짊어지고 유럽으로 당장 떠나고 싶어진다. 열 가지 진실 중 세 가지를 이미 배웠다. 남은 일곱가지는 무엇일지 기대해보는 것도 흐뭇한 과제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삽화! 역동적인 선과 다채로운 색감의 삽화는 이 책의 소장가치를 높여주었다.
에잇, 깡통! 같은 날들이어도, 기적은 믿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