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 이태준 단편선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21
이태준 지음, 김윤식 책임 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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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준을 두고 "한국 단편 문학의 완성자"라고 말은 하나, 나는 이제껏 '복덕방' 이외의 작품을 접하지 못하였다. 이 책에 실린 그의 다른 작품들을 읽어보고 나서야 저 말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작품 간의 편차도 거의 느껴지지 않고 - 이는 책임편집을 맡은 김윤식 덕분이라 할 수도 있겠다 - , 글마다 담겨 있는 '민중'에 대한 애정과 연민이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아 오히려 읽는 이를 괴롭게 한다. '부르주아적'이라는 이유로, 혹은 '현실에 기권'한다는 이유로 비판받았던 그의 현실을 생각해볼 때 더욱 그렇다. 소설가의 포지션을 현실로 전면적으로 밀어붙이거나 아예 반대하거나 둘 중 하나의 선택지를 제시했던 당대의 상황을 염두에 두면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이 말은 말 그대로의 '근대적' 소설가의 위치, 관점을 이태준이 너무 잘 체화하고 있었다는 뜻도 된다.

 이 책 말미에 실려 있는 김윤식의 글에서처럼, 박태원과 이상 양 쪽 사이에 이태준이 위치한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그들의 글을 함께 읽으면서 이태준의 것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겠다. '장마'나 '불우 선생'등의 단편에서 드러내는, 산보객과 같은 그의 면모는 근대 도시의 풍경과 변신에 그가 얼마나 민감했음을 보여주는 징후가 되기도 하는데, 발자크의 소설을 읽으면서 근대 도시의 그것을 목격했던 독자라면 충분히 흥미있을 것이다.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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