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영의 스텔라 오디세이 트릴로지 세트 - 전3권 - Stellar Odyssey Trilogy 스텔라 오디세이 트릴로지
김보영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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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소설은 쉽지 않은 장르다. 일반소설이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에 이야기를 쌓는 것이라면 SF소설은 이야기를 쌓기 전에 그 세계를 먼저 만들어야된다. 그래서 명작이 되는것도 어렵다. 세계관이나 캐릭터는 정말 그럴듯해야하고 그 위에 올려진 이야기는 이게 완전이 만들어진 세계의 이야기라는 것을 잊을만큼 흡입력이 있어야된다. 

그래서 읽는 사람에게도 조금 힘들다 특히 세계관을 설명하는 부분, 이게 자연스럽지 않으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게되어버린다. 


이 트릴로지는 희한한 방법으로 세계관을 쌓아준다. 서로를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서로를 향해 있는 힘껏 달려가는 한 쌍의 남녀의 독백을 통해서. 내 상상력과 작가가 주는 떡밥을 한데모아서 그럴 듯한 세계가 형성되고 마지막 미래로 가는 사람들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별나라 이야기와 역사와 철학 사이를 스르륵 스르륵 오간다. 아 얼마만에 손에서 놓을 수 없는 SF소설을 읽은 것인지. 


정유정 작가님의 완벽한 행복을 읽으면서 이야기와 독자를 완벽하게 일치시켜버리는 그 능력에 감격했고, 고 박완서 작가님의 단편집 기나긴 하루를 읽으면서 경험한 바 없는 일을 내 과거처럼 느끼게 만드는 힘에 감격했었다. 그리고 미래로 가는 사람들을 읽으면서는 도대체 김보영 작가님은 누구인지 어떤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고 무슨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좀 더 좀 더 읽고 싶고 좀 더 깊게 알고 싶은 작가가 생겨서 기쁘다. 김보영 작가님의 다음 책이 배송되는 동안 이 작품에서 계속 언급되었던 파우스트를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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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하루 (타계 10주기 특별판)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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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가 처음이었다. 박완서 작가를 접하게 된건. 아주 오래전이었고. 난, 어렸고, 지금은 제목과 느낌 빼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 느낌이 꽤나 오묘했다. 뭔가가 끄집어내지고 있는데 다 꺼내지진 못한 것 같은. 뭔가가 느낌이 오는데 정확히는 모르겠는 그런 느낌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살아온 세월이, 내가 인지하고 있는 세상이 너무 좁았던 것이다. 밴다이어그램의 교집합 지점이 너무 작았다. 


세월이 지나 이젠 나도 이런 저런것들을 이해하는 나이가 되었다. 이해뿐만 아니라 이것이 무슨 느낌인지도 어느정도 정의할 수 있게 되었다. <기나긴 하루>라는 책을 집어 들면서, 너무나도 짧은 나의 하루들을 생각했다. 하루가 길고 길었던 어린시절의 날들이 떠올랐다. 그렇게 시간은 거꾸로 가기 시작한다. 이 소설집에 실린 중단편들이 직접적으로 어린시절의 향수를 불러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각각의 소설들은 나를 어디론가 가본 적 없는 곳으로 데리고 가서 느껴본 적 없는 것들을 생생하게 느끼게 해주었다. 마치 과거의 어느 순간인 것 처럼. 70년대 80년대 쓰여진 소설들이 생생하다. 묘한 향수와 함께 40년을 날아와 지금의 정서와 딱 맞아떨어져버린다. 아마도 인간 깊숙이 자리한 우리의 인간성이나 정서는 40년 전이건 지금이건 같기 때문인가보다. 세월이 가면 모든게 변한다하는데 40년 전에 쓰여진 소설을 읽으면서 모든이들 안에서 흐르지만 변하지 않는다는게 있다는 걸 느낀다. 그러고보니 이건 고전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이기도 하지. 


나이가 들어서인지 가끔씩 꽤 오래전이 되어버린 어느 날들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대학교때 자주 가던 용산 전자상가, 한 여름밤 눅눅하면서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친구들과 함께 걷던 서울의 한 공원길, 이런 나의 추억들과 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지만, 박완서 작가의 글을 읽을 때면 이런 추억을 떠올릴 때와 같은 아련함이 새벽 안개처럼 깔린다. 그래서인지 더 더 찾게될 것 같다. 이제는 가버리신 고인이시지만 이런 우리들을 위해 40여년간 열심히 글을 써주셔서 한 독자로서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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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산 - 이제는 안다. 힘들어서 좋았다는 걸 아무튼 시리즈 29
장보영 지음 / 코난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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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등산이라고는 친구가 가자할때 마지못해 끌려가는 정도로 '즐기고'있었는데 어쩌다보니 잉카말로 험하고 험한이라는 살칸테이를 4일동안 트래킹하게 됐다. 처음엔 그냥 마추피추 가는 거였는데 일이 커져버렸던 것이다. 뭣도 모르고 갔다가 4일동안 극기훈련을 체험하고 돌아오니 산에 가는 사람들이 궁금해졌다. 물론 그 매력이 분명히 있고 나도 맛보았다. 몸을 한계로 밀어내고 산을 올랐을 때, 그리고 그 몸으로 다시 산을 내려왔을 때. 그 성취감은 다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불편함과 그 고통은 다시 섣부르게 다른 산을 도전하기 전 그 산 만큼의 심적부담감을 안겨주었다. 그래서 들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몸을 '굴리고' 돌아와서 다른 산을 보고 곧장 달려가는 사람들의 말을.


아무튼, 산의 저자 장보영씨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채 오른 지리산을 시작으로 국내외 산들을 등산하는 것에서 나아가 트레일 러닝을 하는 분이었다. 아, 정말 5센티 나가는 것도 힘든 산을 달린다니. 나로서는 상상도 안되지만 여튼 그것을 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책을 읽는내내 느껴지는 건 작가의 열정이었다. 산을 사랑하고 하고 싶은것을 해내고 그 세상에 자신을 내맡겨 좋아하는 것 만큼 흠뻑 취하고 또 그것을 지키려 하는 마음. 산은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주는듯 하다. 산 스스로 너무 거대해서 어쩌지 못하는 것들도 있지만 산을 걷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받아주고 또 산 나름의 방식으로 그 마음을 돌려주며 서로 더 돈독해지는 듯 하다. 그렇게 그렇게 산을 타는 사람들은 산에서 산으로 가며 산친구를 만들어간다. 


살탄테이를 오르며 내리며 그 느낌을 아주 조금 알게됐다. 언젠가는 킬리만자로에 가고 싶다. 그 산은 어떤 산일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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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어비스 9
츠쿠시 아키히토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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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비스 극장판을 보고 어비스 시리즈를 다 본 후, 4권부터 9권까지 왔다. 어비스 극장판이 시리즈에서 연결이 되니 4,5권은 사실 건너뛰어도 됐던거였지만.. 여튼.. 9권까지 다 보니 만화책으로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이 맘에 든다. 근데 1년에 한권나오다니.. 올해 말에는 10권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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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생활 - 서로의 옆자리가 되어주는 자기만의 방
애슝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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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나오면 거의 무조건 산다. 특히 사진이나 일러스트면 리뷰도 안읽고 산다. 매일매일 보고 뽀뽀해주는 고양이가 두 마리나 있지만 남의 고양이 이야기도 듣고 싶고 보고싶다. 도대체 고양이의 이 매력은 어디서 나오길래 이 많은 사람들을 다 홀린걸까. 그래서 이 책을 집어들고는 고양이에 대한 그림이, 이야기가 잔뜩 있을거라 기대했다.


왠걸. 이건 고양이 이야기가 아니라 고양이랑 같이 살고 있는 집사의 이야기였다. 아 고양이의 집사에 관한 이야기는 별로 관심없는데. 다행이 책이 얇으니 그냥 읽자.. 하며 읽기 시작했다. 


왠걸. 이 소소한 고양이 집사는 얇은 책에 꽤나 깊은 이야기를 그려놓았다. 짧은 글에 비치는 작가의 세상을 보는 눈. 어떤 책이든 그 글에는 작가의 세상을 보는 눈이 담겨있기 마련이지만, 얇고 고양이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사실 고양이는 배경인 이 책은 군데군데 '오오' 하는 부분이 꽤나 있었다. 얼른 가서 좋은 구절에 붙여놓는 포스트잇을 들고왔다. 총 여섯 페이지, 기억하고 싶다.


작가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지만 나는 너무도 좋아하는 봄날의 햇빛 같은 구절은 작가가 길가의 작은 과일가게 앞에 서서 과일들이 진열되어있는 모습을 보며 어여쁘다 표현하는 부분이었다. 나는 언제 과일가게의 진열된 과일들을 보며 어여쁘다 느껴본 적이 있는가. 나는 무얼 먼저 입에 넣어야할까에 혈안이 되어 형형색색의 동글동글한 과일들이 모여있는 모습을 이쁘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다. 나는 이런게 부럽다. 나는 과일 = 먹을 것이라는 공식이 있는 사람인 것이다. 과일 = 이쁜 것 이라는 다른 공식은 생각이 퍼뜩 안난다. 나는 무엇 = 옆에 많은 것을 쓸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들이 부럽다. 


그리고는 예술가의 열심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재능이 전부인것 같은 예술계에서도 노력없이 되는건 없다고 한다. 연습하고 않고 되는 것은 없다고 한다. 다행이다. 재능 있는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노력해야되는거구나. 아아, 나만 못하는게 아니었어.


일상적인, 혹은 세간에서 평균에 못미친다 생각되는 사물들은 이 작가의 눈을 거쳐 더 가치있는 것이 된다. 폐차직전의 고물차를 타고 기분좋게 드라이브를 한다던지 하는. 친구 루이의 이야기랑 왠지 맞아떨어진다. 매일 매일 잘했다 멋지다 말한마디 해주는 친구와 멋지고 어여쁜 것으로 재해석되는 것들. 그런 눈으로 세상을 보고 사람을 보고 고양이를 보면 이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 세상에 생명으로 태어나서 안간힘을 써서 살아가고 있는 모든 것들은 다 고결할 수 있다는 것.

좋아하기 때문에 가장 열정적이면서 냉정한 마음이 된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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