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확실한 행복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 문학사상사 / 199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제목을 보니 며칠전 보았던 영화' 아멜리아'의 몇 장면들이 생각난다. 그 영화에서의 등장인물들은 모두가 평범한 사람들인데 그이들의 소개를 하는 부분에서는 나이나 하는 일 보다는 그 사람의 작은 습관이나 남들이 모르는 취미 아주 사소하게 좋아하는 것들을 늘어 놓는다.

예를 들면 주인공 아멜리아는 남몰래 곡식자루에 손을 쓰윽 집어넣는 것을 좋아하고 납작한 놀들을 하나씩 모아다가 작은 개울에 가서 수제비 뜨는 것을 좋아한다. 또 아멜리아가 일하는 가게의 단골손님(?)은(편집증 증세와 스토커 증세를 보이는 사람) 테이블 밑에서 포장용 공기방울들을 터뜨리는 것이 유일한 취미이다.(나도 어릴적엔 퍽이나 좋아했다!)

비밀 첩보요원이나 굉장한 능력을 가진 영화주인공들에 길들여진 이들에게는 이런 평범한 사람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은 조금 색다르게 느껴졌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제대로 의식하지 않고 넘어가는 사소한 일들이 우리에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는 아주 소중한 것들임을 표현하고자 했을 것이다.

하루키의 수필집에서도 나는 그런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아주 작고, 누군가는 내 속에서만 생각해서 다른이들에게 말 할 수 없는, 아니 아주 말할 가쉽거리도 되지 않는 것들을 짧고 담백하게 말한다. (쓴다는 표현보다는 말한다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다) 이렇게 하루하루 단조롭고 시시한 일상에서-물론 매일 같이 화려한 생활을 하고 다이나믹 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그런 생활 속의 자질구레한 것들은 삶의 표정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는 것이다.

어찌보면 나름대로 큰 걱정없는 세상에서 사는-여기서 말하는 걱정은 전쟁이나 기아따위-평범한 사람들의 삶은 그런 작고 소중한 단편들로 엮어져 있는 것 같다. 아니. 아마도 큰일 있는 세상에서도 그런 일들은 빼놓을 수 없는 하나의 구성요소이다.

포탄이 날아오고 여기저기서 죽음의 비명소리가 들리는 와중에도 어제저녁 먹은 배급이 소화가 안된 육군장군이 방귀를 끼는 장면이라든지, 영원한 이별을 고하는 장면에서 죽어가는 여자주인공 코 밑 1센티에 코딱지가 뭍어 있다던지 하는 장면은. 영화에는 좀처럼 등장하지 않아서 그렇지 현실 생활에서는 있을 만한 법이지 않은가.

작지만 사소한 그런 일들이 문득문득 생각나 지난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경우는 수도 없다. 바쁘고 중요한 건만 보는 세상에서 그렇게 작은 것들을 다 소중히 하고 살피는 것은 힘들다. 그렇지만 그런 작은 행복들에게 살짝 미소짓는 일도 간간히 해두는 것이 늙으막에 하는 후회의 한 숨을 한번이라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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