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님전 시공 청소년 문학 50
박상률 지음 / 시공사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노루 잡는 디에 좋은 사냥꾼, 나쁜 사냥꾼이 어디 있다요?

노루 처지에서 보믄 다 나쁜 사냥꾼이제."

p88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벌레가 빨리 잡아먹힌다.

 

 

똥개라......

세상에 똥개가 어디 있겠는가?

다만 진도의 개인 진도개하고 달라 그렇게 부를 뿐이다.

똥개가 있다면 똥사람도 있을 것이다.

p136

다름이 틀림이 아님

다름을 틀림이라 보는 사람이 너가 똥...

 

 

  말그대로, 개의 이야기다. 아니 '개님'의 이야기. 유충렬전, 홍길동전과 같이 개님전. 대게 전(傳)이란 어떤 사람의 독특한 행적을 기록하고, 여기에 교훈적인 내용이나 비판을 덧붙인 글이라고 네이버 국어사전에 나와있다. 그러니 이 책은 개, 그것도 진도개의 독특한 행적을 기록하고, 여기에 교훈적인 내용이나 비판을 덧붙인 글이라고 볼 수 있다. 진도개 3모녀의 삶 이야기가 교훈을 담은 어미의 이야기들과 상황을 꼬집어내는 누렁이, 노랑이의 말들로 이뤄진다. 사투리가 다분히 섞인 글이지만 읽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고, 또 그렇게 때문에 더 진도의 냄새를 맡을 수 있지 않나 싶다.

  진돗개가 아니다. 진도개다. 진도의 개. 주인에게 충성하며 용맹하기로 소문한 순수혈통의 진도개이야기다. 누렁이가 위에서 말했듯 혈통을 찾는다는 게 우스운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똥개는 개가 아닌가? 개의 혈통을 따지는 것은 아마도 아직도 우리 삶에, 혹은 무의식 속에 남아있는 계급의식, 신분제 때문이렸다. 내 개가 높은 계급인가 낮은 계급인가를 따지는 것은, 이미 계급사회를 현실적으로는 벗어난 사람들의 사고에서 나오기는 웃긴 점이 있다.

  황구라는 이름의 어미 진도개는, 황씨집안에서 길러진다. 아니 같이 살아간다. 황씨집안이라 황구라는 이름이 썩 마음에 들기 도 한다. 황구는 자신의 새끼들을 교육시키면서 황씨집안에 여러모로 도움을 주는 생활을 이어나간다. 황씨 할아버지의 목숨도 구할 정도니, 이 세 모녀의 충성과 똑똑함은 말할 필요도 없을 듯 하다. 책 표지에도 나와있듯. 개, 개님의 이야기로, 사람보다 나은 개들의 생활을 이야기한다. '술 취하면 개된다' 혹은 '개만도 못한'이란 표현은 이 개들에게 욕짓거리나 다름없다.

  청소년도서라 그런지, 개님전의 전체 이야기가 끝나고 뒤에 해설이 붙어있다. 해설에는 진도 여인들의 삶과 황구의 삶의 일치성을 보여준다. 그러니 이 개님전은 개의 이야기를 넘어서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보다 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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