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시리아. 나라 이름의, 그 너무도 먼 울림에 나는 뭐라 대꾸하면 좋을지 순간적으로 당황한다.

모르는 것,

상상할 수 없는 것,

앞으로도 알지 못할 것,

그런 것들은 나를 늘 난감하게 한다.

p146

저렇게 난감하게 하는 것들을,

정말 앞으로도 알지 못한다는 것을, 그걸 알고 있다는 게

얼마나 슬플까.

그저 여기 이자리에서 이국적인것들, 아니 바로 저기의 것들도 모른채,

그렇게 지내야 한다는 것.

딱히 알필요는 없지만, 뭔가, 그런것들....

 

 

자유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고독한 상태를 뜻하는 말이다.

p163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얼마전 엄마도 돌아가셨다.

엄마가 죽고는, 슬펐지만, 슬픔 사이에선 이젠 자유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녀에게 자유란,

잃는 슬픔이 사라진 상태.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상태.

그 슬픔을 이제 견디지 않아도 되지만, 그만큼 고독한 상태.

 

 

단편집이기는 하지만 온갖 과자를 섞어놓은 과자 상자가 아니라,

사탕 한 주머니입니다.

색깔이나 맛은 달라도, 성분은 같고 크기도 모양도 비슷비슷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기억을 안고 다양한 얼굴로 다양한 몸짓으로,

하지만 여전히 늘 같은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나는 인간 모두가 자기 의지대로 커다란 몸짓으로,

자기 인생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또렷하고 결정적인 방법으로.'

이렇게 말한 사람은 프랑수아즈 사강입니다.

사람들이 만사에 대처하는 방식은 늘 이 세상에서 처음 있는 것이고

한번뿐인 것이라서 놀랍도록 진지하고 극적입니다.

가령 슬픔을 통과할 때, 그 슬픔이 아무리 갑작스러운 것이라도 그 사람은 이미 울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잃기 위해서는 소유가 필요하고, 적어도 거기에 분명하게 있었다는 의심없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것으 분명 거기에 있었겠죠.

과거에 있었던 것과, 그 후에도 죽 있어야 하는 것들의 단편집이 되기를 바랍니다.

2003년, 깊은 가을

에쿠니 가오리

  

 

   이 단편집에 대한 내 생각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라고 고민하던 중. 그냥 작가 후기를 다 적어버리기로 했다. 단편 하나하나를 읽어 내려가며, 우리들의 사랑이 이성이든 동성이든, 나이가 많든 적든, 결혼을 했던 안했던 다 비슷한 모양인 것 같았다. 그리고 뜨겁던 사랑은 결국엔 식고, 그 식은 사랑 속에서 누군가는 고독해진다. 외로워진다. 그래도 그런상태로도 인생을 살아간다. 마치 다른 뜨거운 것을 기다리는 것처럼, 아님 그냥 그것을 즐기는 것처럼. 그렇게 지독해 보이지도 않고, 가벼워 보이지도 않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다.

   '울 준비는 되어있다.' 슬프게도 우리는 사랑을 시작하면서, 나도 모르게 이별을 생각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서로를 위해 떠나보내줄 수 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그러니, 울준비가 되어있다. 사실,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잃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그래서 눈물이 나는 것이다. 잃어버린 다는 것은, 작가의 말처럼 분명 그곳에 그것이 있었단 증거니까. 그렇기에 잃음에서 고독이 짙어진다.

슬프네....이래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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