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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기담집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5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비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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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읽지 않았던 하루키였지만 뒤늦게 이 작품을 읽고 나니 다시 하루키를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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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규칙
숀 탠 글.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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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겪는 상황이라 더 극대화되는 긴장과 기괴함 그리고 공포, 아이들이라서 더 가깝게 느껴지는 동화적 상상력과 따뜻한 친밀감. 숀탠의 팬이라면 오래 기다린 보람이 느껴지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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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하루키의 작품은 더 이상 읽지 않게 되었다. 관심이 사라진 것에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거 아니다. 이를테면 특정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거나, 아니면 어느 작가처럼 특정 이슈에 대해 작가 개인의 생각을 들려줬는데 그 의견에 결코 동의할 수 없는 반감이 생겨서라는 그런 흔한 이유도 아니어서 그 이유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진 않았던 거 같다.  하루키에 대한 내 관심은 마치 "24층과 26층 사이의 계단 중간에서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춰버린(p.93)" 남자처럼 별다른 이유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작년 무렵이라고 기억하고 있는데, 하루키 신드롬을 다룬 신문 기사를 읽고 나서야 왜 하루키를 더 이상 읽지 않는지, 그리고 그의 장편보다 단편을, 소설보다 에세이를 더 좋아했는지를 비로소 깨달았다. 기사 내용 중 환상적이고 비현실적 요소가 작품마다 비슷하게 반복되고 있다는 부분에서 나는 문을 열면 문 안에 또 다른 문이 있는 그림을 떠올렸다. 그 문은 무심함과 허무함과 상실감으로 가득한 다른 차원의 세계로 이어져 끝도 없이 반복되는 문으로 그 기사의 표현대로 하자면, 나는 하루키 월드에 질려버렸던 건지도 모르겠다.


기담이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흔히들 떠오르는 어떤 이미지들이 있기에, 기담과는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심지어 기묘한 이야기조차도 세상엔 그런 일도 일어나는구나라고 무심하게 넘길 듯한 작가가 '도쿄 기담집'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낸 것을 보고 어느 정도는 '에이 설마..' 하는 마음으로 읽어내려갔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다시 읽어본 하루키 단편들은 -기담이라는 단어에서 우리가 기대하게 되는 정형화된 이야기들과는 어딘가 미묘하게 어긋나있지만- 새로운 듯 익숙해서 읽으면서 내내 '아아 이 아저씨 이런 느낌이었었지'라는 인상을 받았다. 오랫동안 타지 않고 구석 어딘가에 버려둔 자전거를 마음먹고 끌고 나갔을 때 한동안 타지 않아 처음엔 균형 잡기에 애를 먹지만 일단 익숙해지면 순조롭게 바퀴를 굴려 달려나가고, 어느 순간부터는 새로운 풍경을 찾아 페달을 더 힘껏 밟아나가는 기분과도 비슷했다. 


그런 의미에서 '시나가와 원숭이' 같은 경우, 주인공 미즈키의 이름을 잊어버리게 된 사연보다 미즈키에게 자신의 이름표를 맡기고 떠나버린 소녀가 더 궁금해져서 소녀는 대체 어떤 마음으로 미즈키를 바라봤을지, 소녀에게 미즈키는 어떤 의미였는지 이런 궁금증으로 숨겨진 이야기를 혼자 상상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는 역시 단편집의 첫 번째 에피소드인 '우연 여행자'로 자신의 성 정체성 문제로 가족과 떨어져지냈던 어느 피아노 조율사의 이야기였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이해받지 못 해 오랜 시간을 그들과 연락 없이 지냈던 그가 한 여성과의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멀어졌던 가족과의 관계를 다시 회복해간다는 내용의 이 작품을 읽고 나서는 그 온화함에 반해 다시 하루키를 읽어보길 잘 했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도쿄 기담집'에 실린 다섯 편의 단편 모두 어떤 식으로든 '상실', '우연', '회복'을 다루고 있지만 '우연 여행자'가 읽고 나서도 익숙하나 어딘가 새로운 풍경처럼 내내 마음에 남았던 것은 그것이 언젠가 내게도 일어날지 모르는 이야기라는 인상을 다른 작품에 비해 조금 더 받아서였다. 하루키 작품에서 고독과 상실, 불안의 문제는 자주 다뤄졌던 걸로 알고 있지만 특히 이 작품에서 말하는 불안과 상실은 가족이나 연인, 친구와 불화를 겪어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야기와 공감 가능한 구체적인 그리움으로 그려져있다. 결락을 메우고 회복하는 과정 또한 요란하지 않으나 우리 일상에서 한 번쯤은 일어날법한 우연 그러나 분명 "어떤 종류의 신비함에 가슴이 뭉클(p.15)"해지고야 마는 우연의 힘이 더해져 현실적으로 표현되었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의 불화, 믿고 사랑했던 사람들의 외면, 그로 인한 상실감, 가장 이해받고 싶었던 사람에게 이해받지 못한 슬픔, 재회의 어색함, 함께 하지 못 하는 동안 각자가 혼자 겪었을 세월의 흔적들, 되고 싶은 것과 잘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고민, 되고 싶었던 꿈을 버리고 나서야 얻게 된 깨달음과 놓아버리고 나서야 발견하게 되는 즐거움, 갑작스러운 질병으로 인한 심경 변화나 일탈, 인생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순간 혹은 기회, 그리고 우리가 서로에 대해 오해했거나 그때 제대로 알지 못해 미처 나누지 못 했던 이야기들.. 작품에 등장하는 이런 요소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되는 감정들이고 경험들이다. "떼어내지 않고서는 알지 못하는(p.39) 것"처럼 헤어지고 나서 그리고 몇 가지 우연을 계기로 다시 만나고 나서야 그들은 이전에는 제대로 나누지 못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된다. 소소한 유머가 있고 거창하진 않지만 따뜻함이 담겨 있으며 살면서 마주치게 되는 고민들에 보다 가까워지려는 이 이야기가 나에게는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이뤄지는 성장으로 느껴졌고 살아가는 동안 내내 일어날 깨달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내게도 일어날 것만 같은 이 이야기는 간절히 원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 마음은 언제고 우리 자신에게 어떤 메시지로든 그 모습을 드러낼 거라는 피아노 조율사의 말처럼 그것은 어쩌면 내게도 일어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 같기도 했다.


'우연 여행자'를 읽고 나서 문득 '얼음 사나이'가 떠올랐다. 하루키 단편 중에 '렉싱턴의 유령' 단편집에 실린 '얼음 사나이'라는 단편을 무척 좋아하는데 '우연 여행자'의 바탕에 깔린 정서가 '얼음 사나이'에서 느꼈던 정서와 정반대의 것이라 더 마음에 들었다. 만일 작품 간에 짝을 맺어주고자 한다면 나는 이 두 작품을 함께 나란히 놓아두고 싶을 정도다. 하루키를 더 잘 이해하고 더 다양하게 읽은 독자라면 내 선택에 "이봐, 그건 좀 아니라고 보는데.."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지적에 신경 쓰지 않고 나에게는 이 두 작품이 서로 다른 정서로 한 쌍을 이루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사랑하는 얼음 사나이와 남극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 했으나 그곳에서의 삶은 주인공에게 온기와 마음을 점점 없어지게 만들고 미래는 없으며 과거만 쌓여가는 고독한 삶을 안겨준다. 얼음 사나이가 아무리 사랑한다고 말해도 분명 거짓이 아닌 그 말은 과거로 남겨질 뿐 주인공에게 어떠한 온기가 되어주지 못한다. 어마 무시하게 쓸쓸하고 무섭도록 서늘하며 차갑고 기이한 고독감만을 안겨주는 이 작품과 이해받지 못한 슬픔과 상실감을 털어놓고 몰랐던 걸 말하며 서로의 이해를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갈구하는("짧은 기간에 내 인생이 홱 바뀐 거야. 거기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죽을힘을 다해 매달리는 것만으로도 너무 버거웠어. 진짜로 겁이 나고 두려워서 견딜 수 없었어. 그런 때에 남들에게 설명 같은 건 못 해. 이 세계에서 뚝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었으니까. 그래서 그냥 이해해줬으면 했어. 그리고 단단히 끌어안아줬으면 했어. 이론이니 설명이니, 그런 건 다 빼버리고." p.37-38) 방식으로 관계의 따뜻함과 온화함을 회복해나가는 '우연 여행자'를 한 쌍으로 놓아두고 싶은 것은 가족이나 동반자(혹은 친구)에 대해 우리가 기대하고 가질 수 있는 감정이 어떻게 위로받고 어떤 식으로 회복되며 또 어떤 식으로 좌절하게 되는지를 서로 다른 결말을 통해 보여주고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우연 여행자'에서 피아노 조율사가 우연히 알게 된 여성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변화로 인해 흔들리고 불안해진 마음을 남편에게조차 말하지 못해 낯선 사람에게라도 이해받고 싶어 하지 않던가.


함께 실린 다른 작품들에 비해 '우연 여행자'는 가장 평범하고 예상 가능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평범한 느낌에 읽고 나서도 마음에 잔잔하지만 오래 남게 된 작품이다. 그리웠던 사람이 오랜만에 돌아왔을 때, 혹은 멀어졌던 사람과 다시 화해했을 때 '당신이 돌아와서 기뻐, 당신과 다시 얘기할 수 있게 되어서 즐거워, 당신을 내내 기다렸어, 괜찮아 정말 다행이야'와 같은 진심 어린 마음이 과장되지 않고 소박하게 담겨 있고, 우연히 만나 알게 된 사람에 대해서는 잠깐의 만남이고 비록 잘 알지 못하지만 나 역시 '당신이 어딘가에서라도 건강하게 잘 지내기를 바랍니다' 와 같은 작은 선의를 품게 하는 작품이었다. 매우 심플한 공감이지 않은가.


이 작품이 내게도 어떤 "계기"가 된 건지 모르겠으나, 한동안 읽지 않았던 하루키였지만 뒤늦게 이 작품을 읽고 나니 다시 하루키를 읽어보고 싶어졌다. 화제가 되고 있는 그의 신간 소식이 그 어느 때 보다 반갑다.



오래전 별생각 없이 정했던 이 블로그의 주소가 '우연 여행자'의 등장인물들이 읽던 책 제목과 같다는 사실을 포스팅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나 역시 그 작품을 생각하고 만든 거라 대단히 신기해할 일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런 우연도 있구나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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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올 여름에 이런 저런 경로로 가장 많이 눈에 들어왔던 한국소설들이 창비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이네. 소개된 책들을 다 읽은 건 아니지만, 개성있는 책표지들이 다채로운 소재의 책 내용을 잘 반영한 거 같다는 인상도 받게 되고. 특히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표지는 아련한 듯 슬픈 듯 간절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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