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이의 면에서
■ 한국의 인문학자 박이문은 20대 시절인 1950년대부터 80대인 2010년대 중반까지 60여 년 동안 문학과 철학을 공부하며 끊임없이 글을 쓰고 발표했으며, 논문을 쓰고 책을 펴냈다. 또한 관심의 저변을 문학과 철학에서 언어학, 예술, 동양사상, 과학, 환경, 문명으로 끊임없이 확대하며, 그 모든 문제들을 자신의 실존적 관심으로 육화했다. 박이문은 결코 직업적 시인이나 작가, 또는 월급쟁이 교수나 학자가 되려 하지 않고, 위대한 시인이자 지성의 참모총장을 꿈꾸었기에 인문학적 관심의 넓이와 깊이를 확대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박이문이 ‘동서사상의 한 비교점’이라는 글을 통해 동양사상과 서양사상의 비교를 통한 철학적 통찰을 시도한 것은 1973년 8월 잡지 《세대》에서였다. 그는 벌써 1970년대 초반부터 비교융합적 시도를 하였으며, 이후 동양사상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노자』와 『장자』는 물론 『논어』에 이르기까지 학문적 고찰을 하였다. 이러한 박이문의 동양사상 탐구가 의의를 갖는 이유는 첫째로 서양사상과의 연관과 비교적 통찰 속에서 시도했다는 점이고, 둘째는 무엇보다도 현재적인 시각-오늘 우리의 역사적 삶의 시각에서 분석하고 비교하였다는데 그 현재적 중요성이 존재한다.(제3권 『동양과 서양의 만남-노자와 공자, 그리고 하이데거까지』 참조).
■ 또한 박이문은 종교에 대한 근원적 탐구와 분석을 시도하였다. 그 주요 결과물이 바로 박이문 인문학 전집 제4권 『죽음 앞의 삶, 삶 속의 인간-종교와 윤리』이다. 그는 1970년대 초반부터 윤리와 도덕 그리고 죽음, 나아가 종교의 문제에 대한 관심을 두고 잡지에 많은 글을 발표했다. 그러다가 1984년부터 하버드대학 교육대학원에서 교육철학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종교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과 통찰의 결과로 나온 것이 『종교란 무엇인가』라는 역작이었다.
■ 죽음과 종교에 대한 분석과 통찰에서 중요한 것은 그가 단순히 종교가 아니라 ‘삶의 궁극적 의미, 다시 말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휴머니스트의 입장에서 본격적으로 탐구하고 성찰한다는 데 있다. 그리고 『자비의 윤리학』에서는 인간중심주의 윤리를 비판하면서 생태중심의 자연중심 윤리학을 제시한다. 더 나아가 박이문 인문학 전집 제8권 『생태학적 세계관과 문명의 미래』에서는 생태학적 세계관과 생태중심윤리관의 학문적 주창자로서 이론적 입지를 공고히 한다. 19세기 이후 20세기 들어 과학기술문명의 발달로 급속히 파괴되는 환경과 생태 문제로 인한 지구적 차원의 재앙에 대한 대안적 사상의 성찰하는 것이다. 그는 근본적으로 수천 년간 특히 최근 100~200년간 서구합리주의와 과학문명의 발달로 득세한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근본적 비판과 함께 자연중심 생태중심주의를 전면적으로 제시한다.
높이의 면에서
■ 1970년대부터 그는 20세기 이후 새롭게 등장한 ‘현상학과 분석철학’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존재와 표현’이라는 영원한 형이상학의 매트릭스와 같은 의문점에 대하여 평생의 사색과 탐구를 지속한다. 1976년 펴낸 『철학이란 무엇인가』는 가장 명징하고 쉬운 언어로 쓰인 한국의 대표적인 철학개론서이자 철학적 화두의 근원을 찾아가는 안내서이다.
■ 또한 1970년대부터 예술이 갖는 신비한 힘에 대해 관심을 갖고 10여 년간의 자기물음과 대답 속에서 발표한 글들과 1982년 1월부터 1982년 3월까지 《문학사상》에 연재분을 중심으로 모두 묶은 제7권 『예술철학』은 현재 한국미학회 부회장인 서울대 미학과 오종환 교수로부터 ‘한국미학의 독보적인 예술철학’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명쾌하면서도 심층적인 예술철학론이다. 1983년에 초판이 나온 박이문의 『예술철학』은 2006년 개정판을 내기 전에 이미 20쇄 이상 발간되었음은 물론 초판 출간 후 2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서울대학교를 비롯하여 주요 대학의 미학과와 예술학과에서 한국미학의 정수를 다룬 교재로 쓰이고 있다.
■ 박이문은 10대 시절 ‘시’라는 예술장르로 출발하여 다양한 인문학의 전 분야를 학문적으로 탐색하였지만 결국 철학의 근본 문제로 돌아온다. 그는 문학을 공부하다 문학 속의 철학을 탐구하고, 문학과 철학 속에 담긴 동양사상과 서양사상의 비교를 시도하고, 환경과 생태와 같은 다양한 사상의 영역까지 나아갔지만, 결국 궁극적으로는 철학으로서의 예술, 예술로서의 철학으로 귀결하는 것이다.
■ 박이문이 서울대학교에서 받은 문학 석사학위는 「폴 발레리에 있어서 지성과 현실과의 변증법으로서의 시」였다. 또한 프랑스 소르본대학에서 받은 문학 박사학위는 「말라르메가 말하는 ‘이데아’의 개념: 논리정연성에 대한 꿈」이었다. 박이문은 20대 때부터 존재와 의미(표현)에 대한 단 하나의 이론을 구축하려고 했는데, 석사학위 논문과 박사학위 논문은 그 일관된 시도였다. 미국에서 받은 박사학위 논문 역시 「메를로 퐁티의 철학에서 나타난 ‘표현’이란 개념의 존재론적 해석」이었다. 어찌 보면 박이문은 평생을 두고 존재와 의미표현이라는 영원한 매트릭스적 질문에 대한 단 하나의 대답을 위한 사유와 실천으로 일관했다. 그 철학적 사유의 궤적으로 오롯이 묶어낸 것이 박이문 인문학 전집 제9권 『둥지의 철학』이다. 박이문은 그 철학적 탐구의 최종적 완성으로 ‘둥지의 철학’을 제시한다. ‘둥지의 철학’은 존재와 의미표현은 물론이고 인문학 전 분야를 통합하는 모든 지식을 아우르며, 우리의 사회와 문명과 인간이 가야 할 철학을 제시하고 있다. 박이문의 마지막 주요철학이자 사상적 집적인 ‘둥지의 철학’에 대한 한국 내의 연구는 초기 단계에 있지만, 국제적으로는 하나의 철학적 관심의 테마가 되어 영국에서는 이 책을 벌써 출간하였다.
■ 결론적으로 박이문은 전쟁과 분단의 참화를 딛고 일어서서 한국의 현대 인문학을 부흥시키는 데 온 힘을 다했으며, 그 일을 함께 이룬 인문학 대가들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업적을 남긴 인문학자이다. 그는 대학시절 은사는 물론이거니와 당대의 세계적 사상가인 사르트르에게서는 책을 통해서 데리다와 같은 세계적인 철학자로부터는 직접적인 수업과 가르침을 통해서 배웠지만 그 어떤 사상가나 스승의 가르침에 머무르지 않고 그 이상의 극한까지 자신의 인문학적 탐구와 모색을 끌어올렸다. 게다가 시인으로서도 한시도 창작을 게을리 하지 않은 위대한 예술가이기도 하다. 박이문은 평생 동안 앎과 사유를 일치시키고, 생각과 행동을 통일시켰으며, 이해관계를 중시하는 속물적 세상과 결코 타협하지 않았고, 정치사회적 관계를 통해 자신의 학문적 권위를 인정받고자 하지 않았다.
■ 박이문은 삶의 의미는 궁극적으로 무엇이며, 대체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쉽고 명징한 언어로 인문학 전반을 탐구하였다. 가장 세계적이면서도 첨예한 인문학적 주제를 다루면서도 가장 현재적인 언어로 동시대의 지성인들과 뜨겁고 일관되게 호흡했고, 평생 인문학적 글쓰기를 시도하고 완성하였다. 한국 현대인문학에 역사적 이정표를 남긴 박이문의 지적 감성적 도덕적인 깊이와 넓이와 높이가 바로 여기에 존재한다. 그리하여 그는 20세기 이후 한국 최고의 르네상스적 인문학자로서의 다른 누구도 함부로 따라올 수 없는 위대한 성취를 이룬 것이다.
2. 박이문 인문학 전집 발간의 경위와 과정
- 4년 동안 10만 매의 원고를 나누고 꿰뚫어 3만 5천 매의 ‘인문학 전집’으로
■ 박이문 전집이 기획되고 추진된 것은 2013년 7월부터이다. 『박이문 인문학 전집』은 2000년 들어 『더불어 사는 인간과 자연』, 『길』, 『행복한 허무주의자의 열정』, 『환경철학』, 『고아로 자란 코끼리의 분노』, 『예술과 생태』등 다수의 저서를 출간한 바 있는 미다스북스에서 애초에 30~40권 분량의 전집 출간을 박이문 선생님과의 계약과 동의하에 추진하였다. 그러나 2014년 이후 박이문 선생의 건강 상태가 악화되고 2015년 뇌경색이 급속히 심화되면서 전체 10권 분량의 『박이문 인문학 전집』으로 새롭게 구성되어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박이문 선생의 인문학 전반은 물론 여러모로 깊은 인연을 맺고 지냈던 인문학자들인 김병익, 정대현, 강학순, 이승종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전집발간위원회를 구성하였다. 뿐만 아니라 병석에 누워 계신 박이문 선생님의 동의는 물론 부인 유영숙 여사와 긴밀히 협조하여 전집의 방향을 정하고 발간 작업을 진행하였다.
■ 전집간행 및 편집위원회는 박이문 선생의 전 저작물을 모아 중복 게재된 내용은 제외하고, 한국어로 쓴 것 가운데 주요하고 유의미한 것을 모두 묶고 추렸다. 일반적인 에세이는 제외하고 이는 다시 산문집으로 추후에 발간하기로 했다. 단행본으로 발간된 것은 기본적으로는 발간 당시의 원형과 제목을 유지하되, 새롭게 주제별로 해체하여 다시 모으는 방향으로 진행했다. 또한 이들 목차는 주제별ㆍ시간대별로 분류했다. 이 과정에서 박이문 선생의 한국어 저작 100여 권의 도서를 모두 모아서 분류하고 입력하고 대조하는 작업을 거쳤다. 대략 모아지고 새롭게 입력되고 대조된 원고의 분량은 원고지로 10만 매 가량 되었다. 그 가운데서 에세이와 기행은 추후 출간으로 제외하고, 중복된 것과 선집에 다시 실린 것은 최종본 내지는 주요 판본을 원본으로 삼아서 ‘박이문 인문학’이라는 타이틀 속에서 새롭게 묶고 분류했다. 그렇게 해서 묶여져 시 전집 한 권을 포함하여 3만 5천 매 내외의 박이문 인문학전집으로 구성된 것이다.
■ 구체적인 편집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박이문 선생의 저작들이 여러 시기에 여러 출판사와 편집자를 거친 결과물들이기에 저자와 편집자의 의도를 최대한 살리며, 새로이 교정 원칙을 세우고, 전체 교정을 실시했다. 독자들이 이 전집을 통해 박이문 선생의 진리를 향한 열정과 세계에 대한 끝없는 지적 호기심, 그리고 그의 인문학적 학문의 깊이와 광범위한 성찰을 온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러한 노력 끝에 다음과 같이 전 10권으로 구성했다.
01 하나만의 선택-우리 시대 인문학 최고의 마에스트로
02 나의 문학, 나의 철학-문학과 철학 넘나들기
03 동양과 서양의 만남-노자와 공자, 그리고 하이데거까지
04 철학이란 무엇인가-철학적 사유의 발자국
05 인식과 실존-언어철학, 그리고 시와 과학
06 죽음 앞의 삶, 삶 속의 인간-종교와 윤리
07 예술철학-한국미학의 정수
08 생태학적 세계관과 문명의 미래-과학기술문명에 대한 대안적 통찰
09 둥지의 철학-철학으로서의 예술, 예술로서의 철학
10 울림의 공백-가혹한 생에서 피어난 청정한 시
01 하나만의 선택-우리 시대 인문학 최고의 마에스트로
『하나만의 선택』은 1978년 발간된 단행본의 제목이자, 혼란기에 인문학적 앎을 추구한 박이문 선생의 실존적 삶을 드러내며 가치관을 대변하는 말이다. 제1권은 박이문 선생의 자전적인 글들과 학문의 여정을 밝힌 글들의 모음이다. 『하나만의 선택』(1978), 『사물의 언어』(1988), 『더불어 사는 인간과 자연』(2001)에 수록된 글들을 통해, 평범하고 안락한 삶을 버리고 인문학을 향한 구도의 삶을 살아가는 삶의 여정을 읽을 수 있고, 박이문 선생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던 사람들과 교우관계, 그리고 여러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담겨 있다. 조병화, 김우창, 백낙청, 서광선, 김현, 김병익 등의 간행위원은 물론 일조각 한만년 사장이나 문예지를 통한 수많은 사람들과 맺은 인연들, 프랑스 유학시절 동년배의 철학교수였던 해체주의자 데리다와의 특별한 인연, 그를 통해 미국 유학을 했던 일, 동경대 총장 하스미와의 인연이나 결혼생활 같은 세밀하고 사사로운 이야기까지 인간 박이문을 이해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철학적이면서도 실존적인 자서전이다. 뒤에 그가 남긴 육필 원고와 노트, 사진 등의 자료, 온전한 연보까지 실려 있다.
02 나의 문학, 나의 철학-문학과 철학 넘나들기
제2권은 박이문 인문학의 시발점이었던 문학과, 거기서 더 나아간 철학의 물음에 관한 글들이다. 『파리의 작가들』(1976)의 프랑스 유학 이전의 문학에 관한 글들과 1970년대 초에 썼던 『문학 속의 철학』(1975), 그리고 실존주의와 철학과 문학에 관하 글들이 여기에 실려 있다. 박이문 선생 인생의 근본적인 물음과 인식들은 모두 여기서 출발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박이문 인문학을 향한 위대하지만 고독하고 외로운 여정의 시발점이 된 것이다.
03 동양과 서양의 만남-노자와 공자, 그리고 하이데거까지
제3권은 서양철학자이면서 동양사상에 특별한 관심을 지녔던 박이문 선생의 서양사상과 동양사상을 비교한 글들과, 동양사상의 특성을 연구한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동양사상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초기의 글들부터, 『노장사상』(1980), 『논어의 논리』(2005)와 서구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대안적 통찰’과 ‘둥지적 사유’의 초기적 시도들이 실려 있으며, 결국 여기서 과학기술과 문명에 대한 통찰과 함께 나아가 ‘둥지적 사유’로도 확장되어 나아갔다.
04 철학이란 무엇인가-철학적 사유의 발자국
제4권은 박이문 철학의 근원을 보여주는 동시에 철학의 스승으로서 철학의 기본 내용을 알기 쉽고 분명하게 설명하고 있다. 『철학이란 무엇인가』(1976)는 수십 년 동안 스테디셀러였던 철학개론으로 인식, 존재, 형이상학과 같은 개념들을 매우 분명하게 설명하고 있다. 『현상학과 분석철학』(1977)은 포스트모더니즘 이전의 최신 학문이던 두 분야를 가르치고 있으며, 또한 1970년대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 박이문 선생이 염두에 두었던 철학적인 문제에 대한 글이 망라되어 있다.
05 인식과 실존-언어철학, 그리고 시와 과학
제5권은 인간의 세상을 향한 인식과 삶을 살아가는 실존적 존재가 언어를 통해 만들어내는 시와 이성 등의 언어철학적 문제를 다룬 글들이다. 『인식과 실존』(1982), 『시와 과학』(1975)은 문학과 과학의 본질적인 차이를 철학적으로 명쾌하게 규명하면서 문학의 본질에 대한 체계적인 해석을 시도하고 있으며, 인간의 품성과 언어를 매개로 한 시와 철학의 관계를 밝힌 글들을 모았다. 특히 『시와 과학』은 『둥지의 철학』의 원형을 갖추고 있는 책이다.
06 죽음 앞의 삶, 삶 속의 인간-종교와 윤리
제6권은 인간에게는 근원적인 물음인 종교와 윤리에 대한 문제를 다룬 글과 책을 모은 것이다. 죽음이란 현실은 종교를 낳고, 이 세상을 어떻게 남들과 함께 살 것인가 하는 문제는 윤리를 낳는다. 『종교란 무엇인가』(1985), 『자비의 윤리학』(1990), 『당신에겐 철학이 있습니까』(2006) 등의 책들과 인간과 인생을 성찰한 글들이 실려 있다.
07 예술철학-한국 미학의 정수
제7권은 서양에서 흡수된 이론만이 아닌 독자적인 예술철학을 추구했던 박이문 선생의 한국 미학의 정수를 모은 것이다. 『예술철학』(1983), 『철학 전후』(1993)에 실린 예술과 철학과 미학에 관한 글들, 또한 시와 문학만이 아닌 음악, 미술이나 건축과 같은 다른 언어를 지닌 예술에까지 그 지평을 넓혀 사유한 결과를 쓴 글들이다. 철학자로써 이렇게 미학의 영역에까지 범위를 넓힌 경우는 흔치 않으며, 더군다나 예술의 각 분야와 자신의 이론을 세우려 한 경우는 거의 없다. 이 글들에서 그런 면모를 볼 수 있을 것이다.
08 생태학적 세계관과 문명의 미래-과학기술문명에 대한 대안적 통찰
제8권은 서구의 인간중심주의의 과학기술문명을 비판하고, 앞으로의 문명이 지향해야 할 생명중심적·생태중심적 세계관의 대안적 통찰을 피력하는 철학적 담론이다. 『과학철학이란 무엇인가』(1993), 『과학, 축복인가 재앙인가』(2009)와 문명의 미래, 생명, 환경, 생태 등에 관해 인문학자와 철학자로서 대안적 통찰을 제공하는 것이 이들 글의 주제이다. 인문학자와 철학자가 과학기술문명의 시대를 회피하지 않고, 이 자리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는 글들이다.
09 둥지의 철학-철학으로서의 예술과 예술로서의 철학
제9권은 박이문 철학의 결정판이다. 실존의 문제에서 비롯된 문학의 문제가 철학과 예술과 종교와 동양사상과 과학과 문명을 논하다가 결국 이 ‘사유의 둥지’의 건축으로 형상화되는 것이다. 『통합의 인문학』(2009), 『둥지의 철학』(2010)과 이 모든 철학적 사유의 출발점이 된, 메를로 퐁티 철학에 관한 세 편의 논문(그 가운데 하나가 박사학위 논문이다)이며, 소르본대학교 박사논문인 「말라르메가 말하는 ‘이데아’의 개념: 논리정연성에 대한 꿈」과 석사논문 「폴 발레리에 있어서 지성과 현실과의 변증법으로서의 시」를 모두 실었다. 이는 그의 사유의 처음과 끝에 해당하는 주요 저작들을 통해 사유의 궤적을 응축하고자 한 것이다. 석사논문과 박사논문은 기록성과 역사성의 의미로 특별히 원문으로 실었다.
10 울림의 공백-가혹한 생에서 피어난 청정한 시
제10권은 박이문 선생 시 전집이다. 첫 시집인 『눈에 덮인 찰스강변』(1979)부터 마지막 시집인 『고아로 자란 코끼리의 분노』(2010)까지 발간된 순으로 실었다. 단, 『부서진 말들』의 경우 1999년 민음사에서 영어판 『Broken Words』로 출간됐지만, 2004년 독일 함부르크의 Abera Verlag 출판사에서 독어판 『Zebrochene WOrter』이 출간되고, 2010년 1월 민음사에서 다시 한국어판으로 출간되었기에 마지막 순서에 게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