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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백수린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가 백수린 작가의 첫 산문집 <다정한 매일매일>
'빵과 책을 굽는 마음'이라니
정말이지 취향 어택이 아닐 수 없네요.
바로 동네 빵집에서 맛있는 빵 배달 주문하고
집에서 편하게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답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카페는 못 가고 있지만,
대신 베이커리 카페들이 배달을 시작해서 어찌나 다행인지 몰라요. :)
사실 저는 에세이를 그렇게 좋아하는 독자는 아닌데요.
어쭙잖은 뻔한 말로 충고를 던지거나
읽고 나서 딱히 남는 내용이 없는 책들을 몇 권 읽고 나니
그다지 손이 가지가 않더라고요.
하지만 이번에 읽은 <다정한 매일매일>은 달랐답니다.
제가 좋아하는 빵, 책에 대한 내용이라서 좋았던 것도 있고요.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를 가벼운 위로가 아닌, 따뜻한 한 조각의 빵 같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위로가 되는 문장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당신에게 권하고픈 온도
하나씩 구워낸 문장들
온기가 남은 오븐 곁에 둘러앉아
빈집처럼 쓸쓸하지만 마시멜로처럼 달콤한
갓 구운 호밀빵 샌드위를 들고 숲으로
총 5개의 부로 나누어져 있는 에세이인데요.
짧은 글귀를 하나의 책으로 묶어,
부담 없이 옆에 두고 수시로 읽기 좋았어요.
'책 굽는 오븐'이라는 제목으로 한 신문에
책을 소개하기 위해 연재했던 원고들을 다듬어 묶었다고 합니다.
다양한 빵, 그리고 책, 인생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짧은 글들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어요.
커피에 적신 비스킷과 가나슈를 쌓은 후 초콜릿으로 코팅한 케이크 오페라나
이스트 반죽을 기둥에 말아 구운 후 설탕, 계피를 뿌려 먹는 침니 케이크처럼
생소한 빵이나 케이크를 만나는 재미도 쏠쏠했어요.
소개하고 있는 책들도 꽤나 읽어보고 싶어지는 책이 많더라고요.
소설도 있고, '솔직한 식품' 같은 과학도서도 있었는데요.
다양한 장르의 책을 만나는 것도 꽤나 반가웠답니다.
밑줄 긋기
그러고 보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사람에게 누구나 저마다 누려야 할 몫의 행복과 불행,
성공과 좌절, 자유와 책임이 있음을 깨닫고 존중할 때에야 비로소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어른이 된다는 것 / 파스트라미 샌드위치 / 필립 로스. 울분 (48~49쪽)
사랑에 대해서 말할 때 우리는 열정이나 도취를 쉽게 떠올리지만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청춘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가능한 게 아닐까 가만히 생각해본다.
사랑의 자리 / 생크림 토스트 / 앙드레 지드, 좁은 문 (157쪽)
나의 몸을 어떤 성취를 위해 쓰고 버리는 도구처럼,
누군가에게 내보이고 평가받아야 하는 전시품처럼 여기며 살고 싶지는 않다.
내 몸을 살뜰히 아끼면서, 귀한 손님을 대접하듯,
오래간만에 해후한 연인을 맞이하듯 애틋하게 보살피며 살고 싶다.
통밀빵을 굽는 온순한 즐거움 / 통밀빵 / 이한승, 솔직한 식품 (211~212쪽)
따뜻한 커피 한잔, 갓 구워낸 빵 한 조각과 함께 하면
더없이 좋은 에세이 추천 드려요.
찬 바람 부는 겨울, 지금 딱 어울리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 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