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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 4백 년 전에 부친 편지
조두진 지음 / 예담 / 2006년 9월
평점 :
<능소화>는 길지 않아 부담스럽지도 않고 큰 한방을 기다리게 되지도 않아서 정말 편하게 술술 읽히는 소설이었다.
실존 인물들을 바탕으로 하였고 책 시작부분에 어느정도 줄거리를 예측할 수 있게끔 기본 배경이 언급되어 있어서 해피엔딩의 반전을 바랄수는 없었다. 그래서 읽는 내내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던 소설이다. 딱 한가지 바란 것이 있다면 여늬가 닥친 불행을 잘 털고 일어나 아들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이었는데 여늬의 삶은 끝까지 기구했다.
사실 이 소설에서 불쌍하지 않은 인물은 없었다. 너무나도 사랑했지만 뒤틀린 운명으로 인해 갈라지게 되는 여늬와 응태는 물론이고 남은 가족들과 어쩌면 여늬의 죄로 세상을 일찍 등지게 된 원이,
그리고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었던 팔목수라까지.
모두의 사연이 안쓰럽고 마음을 짠하게 만들었다.
책을 읽을 당시에는 응태와 여늬의 무탈한 삶을 걱정하기만 하느라 잘 몰랐는데, 다 읽고 나니 응태의 아버지가 잘 이해되지 않았다.
응태를 살리기 위해, 좀 더 오래 살게 하기 위해 스님이 일러준대로 타고난 것과는 정 반대의 뒤틀린 삶을 살게 하는건 절대 응태를 위한 것일 수가 없었다. 소설속의 응태라면 길지만 가늘고 볕들 날 없는 운명을 사는 것 보단 짧지만 나라에 공을 세우고 가문의 영광이 되는 큰 인물의 굵은 생을 살고 싶어했을 것이다. 한 아버지의 아들을 오래도록 곁에 두고싶은 어쩔 수 없는 마음때문에 역사의 한 획을 그을수도 있었던 인물이 안타깝게도 가늘고 짧은 인생을 살다 가버렸단 생각이 자꾸 들었다.
이 구구절절한 사랑이야기의 흔적들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과 예상하고 찾아나선 곳들에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남아있어서 마치 여늬가 자신의 이야기를 여러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비록 행복한 결말은 아니었지만 400년 전에 쓰여진 편지 하나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하여 관련 흔적들을 하나라도 더 찾아내기 위해 직접 발로 뛰어가며 조사하신 작가님의 마음이 이 소설을 준비하는 내내 설렜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