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이야기 사거리의 거북이 3
장 클로드 무를르바 지음, 임상훈 옮김 / 청어람주니어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이야기를 읽는 동안, 나는 사실 읽는다기 보다 본다는 느낌이 이렇게 강한 소설은 2010년 이래 처음이었다.

꿈꾸든 듯한 기분, 하늘에서 빙빙 돌고 있는 그 몽롱함 속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없었지만, 책은 이런 기분을 좀더 북돋워 주지 않고 빨리 익히고 말았다. 아쉽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을 정도로 좀처럼 깨고 싶지 않은 꿈이었다.

 

'한나'라는 인물을 통해, 신의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인생의 의미 역시 되짚어 주는 폭이 넓은 소설이었다. 번역서이지만, 물흐르듯 살가운 그 문체는 전혀 번역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굉장한 자연스러움이 묻어 났다.

 

아버지의 선물인 '새'를 살리기 위해 불로초같은 생명의 물을 찾아 떠나지만, 때로는 자신이 왜 이 고단한 여행을 하고 있는지 잃어버리기도 하고, 포근하게 자신을 맞아준 곳에서는 떠나고 싶지 않아 하면서도 결국, 새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모습을 통해서 '약속'이라는 통로를 통해 선을 실현하고 꿈을 쫒는 모습을 보았다.

 

가끔 난 삶의 방향이 꽤 잘못되었다고 내 스스로 느낄 때가 많은데, 그때마다 다른 것, 또 다른 것을 실현해 보려고 갖은 노력을 해왔다. 어쩌면 이건 내 길이 아닌 것 같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현재의 모습을 탈피해 보고자 안간힘을 썼었는데, 이제 내 나이 서른. 좀더 진득하게 참을성있게 정진하는 모습을 찾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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