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횡무진 한국사 - 하 - 조선 건국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까지, 개정판 종횡무진 역사 시리즈 4
남경태 지음 / 그린비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전적으로 '기록'만을 바탕으로 역사를 짚어가는 책이다. 그래서 고고학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약간 2%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역사학과 고고학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 역사를 밝혀나간다면 조금 더 설득력이 있지 않았을까.

예를 들어 이 책에 의하면 단군시대를 신석기시대라고 보았다. 하지만 단군시대를 신석기시대라는 의견에 의문이 든다. 물론 단군이 실제로 언제 존재했던 인물인지는 고고학적으로도 밝혀낼 수 없다. 하지만 ‘족장의 출현’과 ‘고인돌의 출현’이라는 상관관계를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처럼 고고학을 너무 배제한 체 글을 써서 역사관에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은 저자가 사학자가 아닌 사회학자 이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일까.

단군의 출현과 청동기시대 외에도 마한이 백제를 완전히 복속한 시기도 너무 차이가 난다. 과연 마한이 2세기 이후 완전히 사라졌을까? 기록적인 것만 보았을 때는 그럴지 모르나 실제로 출토되는 유물과 유구를 판단했을 때에는 마한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6세기 정도로 본다. 왜냐하면 6세기 이전까지도 영산강 유역에서는 백제와는 또 다른 특징을 지닌 유물들이 출토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고고학적 발굴을 통해 충분히 신빙성 있게 접근할 수 있는데도 소소한 역사적 사건도 그저 단순한 ‘에피소드’ 정도로 치부되고 넘어가는 것이 조금 아쉽다.

한편 낙랑에 대한 사관은 자칫 뉴라이트 의견과 같아질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이 된다. 아무래도 고대사는 후대에 쓰여진 기록과 중국문헌, 그리고 고고학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퍼즐 맞추기 하듯이 추측해나가다 보니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따라서 고대사는 조금 더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하지 않나 싶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저자 남경태의 관점이다. 그는 역사를 ‘국사’ 보다 ‘지역사’로 보아야한다고 주장했는데 그의 이러한 관점은 역사를 훨씬 객관적이고 개방적으로 볼 수 있게 하였다. 따라서 역사를 통해 진실된 반성을 하고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저자가 이러한 과감한 관점을 주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사학자가 아닌 사회학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앞서 얘기했듯 고고학적인 내용을 완전히 무시해버리는 단점을 낳기도 했지만 사학자들이 버리지 못하는 민족주의적인 관점을 과감하게 탈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장점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이전의 역사책과 비교했을 때 훨씬 거시적이고 통찰력이 뛰어나다. 그의 이러한 장점을 살려 역사를 반추하여 현재사회를 객관적으로 읽어나가는 글을 쓴다면 흥미로울 것 같다.

역사를 그 시대 관점에서 볼 필요성은 있지만 비판적 관점없다면 소용이 없다. 역사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 하지 않기 위해 배우는 것이다. 따라서 비판적인 관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역사는 양날의 검이다. 비판받을 부분이 있는 만큼 긍정적인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 점을 너무 간과했던 것 같다.

과연 유교사상이 우리나라에 해악만 끼쳤을까? 서양에서 서양철학이 발달했듯이 우리나라도 동양철학 즉, 유불교가 발달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동양철학의 발달이 우리나라에 긍정적인 영향을 전혀 미치지 않았냐는 것이다. 그럴 리가 없다. 분명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거의 없었다. 따라서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비판적이고 냉소적이었고 마치 우리나라 역사가 정체되기만 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저자의 의도된 논조일 수도 있겠다. 워낙 이전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이 민족주의적인 관점으로만 역사를 보는데 익숙했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너무 냉소적이기만 한 시선은 오히려 독자에게 거부반응을 일으키게 하거나 역사에 무관심해지도록 만들 수도 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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