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문화의 몰락 - 기업의 문화 지배와 교양 문화의 종말
모리스 버만 지음, 심현식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6월
평점 :
절판


제목이 우선 충격적이었다. 번역된 제목 '몰락' 보다는 버만이 선택한 '황혼기 Twilight'라는 단어가 약간은 그 충격을 완화해 주기는 하지만.

먼저 첫 부분에서 보여주는 실제적인 자료들이 무척 피부에 와 닿았다. 미국내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숫자들, 미국의 기업들이 보다 많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제 3 세계에서 자행하는 일들, 미국인들의 우민화를 재촉하는 정책과 그 현상들...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고개를 주억거리게 하기에 충분할 힘을 지닌 자료들이었다. 이렇게 버만은 철저한 자료를 무기로 해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해 간다. 실용적인 미국식 사고 방식이라고 할까?

로마의 멸망기와 미국의 현재를 비교 분석한 부분도 흥미롭지만, 기존의 역사가들의 시각을 의지한 이 부분은 첫 부분만큼 시선을 끌지는 못한다. 로마를 끌여 들었다는 사실부터가 평범하거나 진부하다는 느낌을 불러 일으킨다.

이 책의 재미는 미래를 예측한 SF 소설의 내용을 끌어 들이는 대목에서 다시 시작된다. 1900년 초반과 중반에 발표된 SF 소설들이 지금의 현실을 참으로 잘 예측했다는 내용에는 'So what?'이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지만, 그리고 그 소설들 속에서 미래의 대안을 찾으려 노력하는 대목에선 잠간 웃음짓지 않을 수 없지만, 잠간 잠간 비추는 소설의 내용은 우리가 잃어 버렸던 지적 자존심을 세우기에 충분하고 또 재미도 있다.

결론 부분에서 버만은 이 시대 엘리트들의 상업주의에서 자유로운 수도사적 역할을 문화적 복귀의 열쇠로 제시한다. 즉, 상업주의에 대항하는 엘리티즘이 사회에 한 세력으로 남아 지적 작업들을 보존하고 지속하는 역할을 할 때, 서산에 걸린 태양의 궤도를 돌려 놓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책은 재미있고 참신하다. 또한 한 나라 문화의 주소를 읽을 수 있는 어느 정도 적절한 기준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하다. 버만을 통해 한국의 문화를 들여다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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