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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 로스의 미래 산업 보고서
알렉 로스 지음, 안기순 옮김 / 사회평론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인간은 기계처럼 쉽게 업그레드할 수 없다˝며 사회적 해법을 촉구하는 저자의 마인드부터가 한국하고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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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의 배신 - 시장은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라즈 파텔 지음, 제현주 옮김, 우석훈 해제 / 북돋움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경제학자들은 말한다. 태초에 시장이 있었다고.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모든 대상에 가치를 부여하고 그 가치에 가격을 붙인다. 덕분에 우리는 경제행위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이며, 정치행위는 이차적으로 사회활동의 부산물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경제는 우리의 본능이 아니며 정치는 만들어진 것이 아닌 우리가 가지고 태어난 것이라는 전복적인 주장을 펼친다. 저자에 따르면 이기적이며 경제적 인간은 아무리 높게 쳐준다고 해도 우리의 행동방식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경제적 인간이 아니라 사회적 인간이며, 경제는 오직 사회 내부로 인식될 때 비로소 제대로 이해될 수 있다. 오늘날 경제학의 너무 많은 잘못된 전제와 가정 들이 사실 자체로 받아 들여졌고 그 결과 폭주하는 시장을 위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다양한 역사적 실례들을 자유자재로 오고가며 입증한다. 폴라니가 이미 거대한 전환에서 보여준 바 있는 영국의 빈민법과 같은 사례들를 통해 경제행위가 결코 인간의 유일한 본능이 아님을 입증하는 부분은 학술적으로 치밀하고, 금융 거품의 붕괴와 그린스펀의 몰락을 그린 부분은 마치 "네가 바로 범인이야."라고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처럼 통쾌하다. 경제학의 창시자라는 아담 스미스의 이론이 후계자인 지금의 경제학자들에 의해 왜곡되고, 결국 한낱 정치인의 넥타이핀으로 이용당하는 대목에서는 쓰디쓴 웃음을 참을 수 없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시작되었던 물물교환이 이제는 자신의 존재를 위해 인간을 희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스스로 불러일으킨 위기를 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관점과 깨달음이 필요하다. 위기의 장본인이 바로 경제 자체이기 때문이다. 시장은 우리를 가치평가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다.  

오늘날 경제학은 경제철학이 되어버렸고 스스로가 상정한 가정을 진실이라고 믿으며 책 속 안톤의 실명처럼 눈뜬 장님이 되버렸다. 행복이 경제적 가치로만 평가될 수 없듯이 우리 삶 역시 경제의 논리에 의해 지배되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을 경제에 예속시킨 결과 우리가 함께 공유해야 할 많은 가치들이 비경제적이라는 이유로 외면 받았다.  

하지만 이 경제에 대한 맹종은 결코 우리에게 만족할 만한 해답을 주지 않는다. 공짜점심은 경제적으로 공짜일지 몰라도 다른 가치를 말살한다는 점에서 완벽하게 독점적이다. 이 독점적 주체가 몰인격의 기업이라는 점에서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우리가 진정으로 문제제기를 하며 다뤄야 할 사항이 바로 이것이다.  

우리는 경제를 사유하고 있는가? 우리는 정치를 실천하고 있는가?  

저자가 단순히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에 그치지 않고 정치적 행동을 촉구하는 데 후반부의 대부분을 할애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시장과 가격으로 바라보는 경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다시금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연대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정치를 실천해야 한다.  

우리가 행동하지 않으면 각 장의 첫머리에 저자가 인용한 윌리엄 블레이크의 음산한 경구는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아니, 이미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가 예로 들고 있는 시장에 대한 도전하는, 가난하지만 용감한 시민들이 있기에 아직 희망을 버리기에는 이른 듯하다.  

사실 그들은 책 속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바로 여기 한국에서 지금도 어디선가, 또는 우리 곁에서 시장에 맞서 우리들의 행복을 지켜내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홍대 청소 아주머니들에서부터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해 졸업과 동시에 신용불량자가 되는 대학생들, SSM의 확장에 쫓겨나는 슈퍼가게 아저씨, 파업하는 순간 귀족노조라 질타를 받는 노동자들까지. 세대와 지역, 성별은 다르지만 모두 시장에 밀려 낭떠러지 끝으로 몰리는 사람들이다.  
이들처럼 존재하는데도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우리 이웃들의 고통에 눈을 뜨는 것이야말로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진짜 이유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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