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령일기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클래식 8
미치쓰나의 어머니 지음, 정순분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청령일기(가게로일기) 가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헤이안 시대 문학은 한국에 거의 번역된 것이 없는만큼 (겐지이야기, 마쿠라노소시, 쓰쓰미추나곤모노가타리 정도)
헤이안 시대의 일기문학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가게로일기가 믿을만한 번역자에 의해서 번역되어 나온 것은  기쁜일이다.

가게로일기는 헤이안 시대 섭관정치의 중심인물 후지와라노 가네이에와 결혼한 작가가 자신의 결혼생활을 일기로 엮은 것이다.

작가의 이름은 전해지지 않고 다만 자식의 이름이 미치쓰나 라서 미치쓰나의 어머니 라고 불리고 있다.
작가는 약 20여년간의 결혼생활을 되돌아보면서 누구나 부러워하는 당대 최고의 권력자와 결혼했고
자신은 헤이안 3대 미녀라고 불리울 만큼 아름다운 여자였지만
결국은 그 결혼이 불행으로 치달아 갈 수 밖에 없었던 상황들을 자세하게 그리고 있다.
이른바 헤이안 시대의 고현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일기에는 가네이에가 곧 자신을 두고 다른 여자와 결혼하는 모습, 다른 여자를 찾아 가는 길에 지나치는 자신의 집앞을 몇번이나 그냥 무시할때의 슬픔 등을 그 감정 그대로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질투하던 여자가 남편의 총애를 잃고 낳은 아이까지 죽었다는 소문을 듣자 속이 다 시원하다면서 좋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런 부분이 이 일기의 문학적인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지적들도 있었지만
내 생각에는 오히려 이렇게 솔직하게 표현함으로 이 작품이 현대의 독자들에게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가게로 일기에서 비판받는 다른 부분은 작가가 남편이 정치적인 목적에서 숙청한 인물에게 깊은 동정을 표시하는 부분인데 이 부분은 정말 이 작가가 집에만 있어서 뭘 잘 몰랐기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살아남기 위한 싸움에서 졌다는 점 만으로 패배자가 되어 먼 곳으로 귀양을 가게 된 그 사람의 모습이 남편과의 애정싸움에서 실패하고 버림받은 자신의 처지와 비교되어 마음 아파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역시 이 작품이 끝까지 작가의 비극적인 상황으로 끝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작가가 세이쇼나곤이나 무라사키 시키부와는 달리 전업주부로 사회생활을 전혀 하지 않고 남편과 자식만을 바라보고 사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역시 세이쇼나곤의 <마쿠라노소시> 나 시키부의 <겐지모노가타리> 보다 세계를 인식하는 폭이나 인생에 대한 태도 등에서 확실히 부족한 면이 나타난다는 느낌이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일을 미주알 고주알 적는 일기문학의 선례를 남겼고 이러한 전통이 쭉 이어져 사소설이라는 일본만의 독특한 장르를 만드는 데까지 이어진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충분히 의미있는 작품이다.

내용도 재미있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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