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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탄생 ㅣ 진구 시리즈 3
도진기 지음 / 시공사 / 2015년 3월
평점 :
도대체 가족이라는 게 뭔가, 싶다. 가족의 죽음으로 돈을 바라는 해괴한 일들도 이젠 충격적인 것이 아니다. 사회가 각박해지고 현대인들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는만큼 가족이라는 의미도 이젠 서서히 변질되고 있는 거 같다. 물론 일부 극악한 사람들 얘기이겠지만.
전작에 따로 등장했던 고진과 이진구는 이 소설에서 같이 사건을 추리한다. 한 가족의 정 반대되는 입장에 서서 가족을 둘러싼 진실을 더듬어 찾게 된다. 사고로만 알았던 것이 고의적인 사건이었음을 이들은 언제부터 짐작하고 있었던 걸까. 진실의 흐름을 둘러싸고 소설 속 가족은 추악한 면모를 드러낸다.
재미난 것은 이 두 탐정 캐릭터는 의뢰인들에 대해 일정 정도 거리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 거리는 독자가 기대하는 윤리적 기준과 비슷하다. 고진과 이진구가 '맑고 깨끗한' 인물은 아니지만 더러운 웅덩이에 쳐박힌 가족들을 손을 내밀어 기꺼이 꺼내줄만큼 타락한 인물도 아니다. 소설 속 가족이 자처한 실수를 모른 척 그저 외면하게 되고 결국 그 행동들은 어마어마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전작들에서 작가는 기발한 트릭과 탄탄한 이야기 흐름을 보여줬다. 아마 도진기라는 추리소설 브랜드가 형성된 건 전적으로 작가의 그런 역량때문일 거다. 이번 소설도 너무나 흥미진진하게 읽었는데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 어쩌자고 사이코패스 박사와 이진구의 만남을 티저로 달랑 몇 장만 덧붙였는가. 고진과 이진구, 이탁오의 어벤져스급 만남을 기대하기엔 이번 여름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