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란 남자, 나란 여자 - 사랑하지만 가끔 미치게 만드는
덩훼이원 지음, 허유영 옮김 / 레드박스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너란 남자, 나란 여자. 딱 봐도 남녀간의 이야기일것 같다. 맞다. 남녀간의 이야기이다.

 제목부터 궁금하다. 너는 남자고 나는 여자? 그러면 여자들을 겨냥해서 쓴 책일까? 아니면 작가가 여자인가? 사진은 없지만 덩후이원이라는 저자의 이름은 뭔가 남자인것만 같고.. 표지도 남자가 아닌 여자의 얼굴이네?

 내가 이 책을 보고 싶었던 건 커플심리학자로 오랫동안 컨설팅한 사람이 저자이고, 또 이름을 봐선 중국이나 대만 쪽 사람이라고 짐작되었기 때문이다. 궁금궁금 궁금했다. 내가 앞으로 상담을 하게 된다면 아무래도 남녀간의 관계는 정말 기본의 기본으로 생각하고 알아야할 것이기도 하다.

 초반 몇 챕터를 읽을 때는 사실 별로 감흥이 없었다. 커플심리치료사라고 하는데 뭔가 전문적인 냄새가 폴폴 풍겨오지 않았다. 뭔가 어설펐다. 뭘까? 하며 한 장 한 장 책을 넘겨갔다.

 저자는 남녀간에 생길 수 있는 아주 기본적인 문제들부터 부부가 되었을 때 깊은 관계를 오랫동안 맺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들까지 이야기해준다. 아주 기본적인 문제를 얘기했을 때는 아마 내가 연애한지 좀 오래되어서인지 공감이 잘 안갔다. 뒤로 갈 수록 공감이 되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뭐 커플에 대해서만 이 것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관계에서는 '기대'가 참 중요한 것 같다. 이 저자도 그 얘기를 콕 집었다. 서로에게 '기대'하는 점을 분명하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기대만 하고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불화를 낳을 뿐이라는 것. 모 광고에서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는 사실 오해를 낳는다는 것이다.

 난 이 말에 절실히 공감한다. 그런데 사실 이 문제를 풀어나가기에는 한계도 있다. 나는 내가 원하는 기대를 잘 알아채는 능력이 있다. 물론 그걸 아름답게 풀어 얘기하는 능력은 조금밖에 없다. 있긴 있다. 하하. 그런데 남편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기대를 인식하는 것조차 어렵다. 연애 초반에 그는 나에게 기대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이야기했다. 그렇지만 그건 역시 사실이 아니었다. 그가 기대하는 것은 내가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것을 기대했다. 이게 무슨 얘기냐. 기념일에도 기대하지 않고, 생일에도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도 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트러블이 있었다. 나도 그에게 명확하게 내 기대를 말하지 않았었지만 남편도 말하지 않았다. 이런 일은 모든 커플 아니 모든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고 이 것들만 표현해도 사실 많은 일들이 해결될 것이다.

 또 하나 나에게 충격적인 것은 도와달라고 얘기했으면 고마워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참 당연한 얘긴데 난 당연한 일을 하지 않고 있었다. 남편이 없을 때 육아는 내 몫이다. 그런데 남편이 집에 오면 나는 보상심리가 발동한다. 그리고 육아를 도와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함께 한다. 어떻게 보면 내 생각도 맞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도 밖에서 열심이 일하고 온 사람이지 않나. 서로의 역할을 잘 감당해서 좋은 팀워크를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한 것이라고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데 어쨌든 난 설거지를 도와주는 것에, 아이를 돌보아주고 내 부탁을 들어주는 것에 고마워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다고 이제부터 고맙다고 얘기하자니 뭔가 쑥쓰럽기도 하고 남편이 육아를 당연히 여기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시도해보아야 할 부분이다.

 나를 이렇게 돌아보게 했다는 점에서 이 책이 참 좋았다. 아쉬운 점은 뭔가 전문적이거나 이론적이거나 아니면 실제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자세히 나와있지 않아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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