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없는 삶 - 불안으로부터 나는 자유로워졌다
필 주커먼 지음, 박윤정 옮김 / 판미동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종교기관의 녹을 먹고 사는 직업 특성상 종교와 관련된 책 정보를 주의깊게 보곤 한다. 그러던 중 올해 종교 출판물에서 드러나는 확연한 주제가 '탈종교'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개신교계의 용어로 굳어진 '가나안 성도'([교회에] '안 나가'를 거꾸로 한 은어) 현상 분석은 이미 몇 년 된 주제이고, 올해 출판물 중에서 눈에 띈 제목은 이 '종교 없는 삶'과 '세속성자' 등이었다.

저자가 사는 나라인 미국은 그리스도교를 중심으로 어느 종교든지 개인의 믿음과 공동체 생활로써 유지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럽고, 종교 없음이 때로는 배척과 심지어 저주의 사유가 된다는 설명이 생경하게 다가왔다. 이 책은 종교생활이 일상에 깊이 스며든 나라에서 종교 없이 살아가는 삶의 어려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쓴다면 얻을 수 있는 대안적 가능성을 설명한다.

저자의 주장과 분석 중에는 '종교적인 나라가 오히려 덜 민주적이고 인권을 덜 존중한다'는 내용도 있다. 이를테면 필리핀과 중남미 가톨릭 국가들이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 나라들의 부조리가 (예컨대 현세의 고통에 저항하기보다 기도하라고 가르치는) 종교 때문인지, 오랜 식민 지배의 영향과 저개발과 지구적 착취 구조 때문인지는 검증되지 않는다. 종교가 정말 인민의 아편으로 작용한다는 논증이 있다면 저자의 주장을 수긍할 만하지만, 그런 논증의 진위 여부는 이 책에서는 관심 밖이다. 요는 개인의 선의와 개인들의 건전한 연대가 있다면 종교 없이도 공동선을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이므로.

종교 있음이 당연한 미국에서 일어나는 탈종교 현상 묘사는 흥미롭지만, 인구의 다수가 무종교인인 한국에서 읽기에는 신선한 내용은 아니다. 다만, 최근 한국 사회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종교적 현상, 곧 종교 수행에서 목적과 형태는 빌려왔으되 종교색은 의식적으로 배제한 수행 프로그램들이 호응을 얻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 책에서 말하는 종교를 떠난 미국인들의 자아 초월 체험이라든지 결국은 종교를 모방해 가는 실천들은 읽고 기억해 둘 만하다. 무종교 한국인들의 수행도 그 목적은 탈종교 미국인들의 자아실현 추구와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